"(변)우진이 형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서로 번갈아가며 활약했다. 그게 강팀이 면모라 생각한다."

22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서 열린 EACC 윈터 2019 대망의 결승전 결과, 샌드박스 게이밍이 세트 스코어 3:0 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선봉이었던 변우진이 하루 두 번의 '올킬'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참 오랜만에 한국으로 EACC 우승 트로피가 되돌아온 순간이기도 했다.

다음은 우승을 차지한 샌드박스 게이밍과의 인터뷰다.


Q. 우승을 차지한 소감은?

변우진 : 어차피 내가 져도 뒤에 팀원들이 남아있었다. 혹시 패배해도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다 보니 긴장도 풀리고 경기에 대한 분석도 잘 맞아 떨어졌다. '올킬'을 두 번 하게 되어 머리가 멍하기도 하다.

원창연 : 2013년부터 계속 했다. 6년 만에 우승을 해봐서 너무 좋다. 세레머니 당시 꽃가루 터질 때 꿈인 줄 알았다. 준우승과 3위만 계속 하다가 우승하게 되어 하늘에 감사하다. (변)우진이에겐 이미 감사하단 말을 엄청 많이 했다. 믿고 있었다.

차현우 : 스테이지 두 개를 건너 뛰면서 우승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오늘 왠지 느낌이 좋더라. 내가 농담으로 '나 오늘 게임 안할거다'라고 했다. 오늘 뭔가 될 날이었던 것 같다.


Q. (변우진에게) 방송 화면에 표정을 보니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던데?

변우진 : 올킬을 하게 되면 기분이 들뜨는 건 맞다. 저번 대회에 결승을 겪어봐서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하다 보니 더 긴장한 것처럼 보였을 거다. 홈그라운드라 팬들의 응원이 정말 컸다. 그걸 들으면서 정말 기분이 좋고 힘이 됐지만 혹시나 그 기운에 휩쓸려 내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되어 집중을 더했다. 팀원들도 날 잘 잡아줬다.


Q. (차현우에게)선봉을 양보했는데?

차현우 : 승자 연전이 아닌 스테이지에서는 선수 간 상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번 대회에는 고정 엔트리를 했는데 이번에 우리가 초반부터 흔들리면서 스스로 그걸 버렸다. 오늘은 서로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순서대로 나가기로 했다. 나는 관심을 좋아하는데 만약 끝까지 몰렸을 때 내가 나가서 이기면 영웅이 될 수 있기도 했다(웃음).

원창연 : 우진이가 두 번 올킬하기 직전에는 속으로 살짝 '이제 내 차례가 올 만한 것 같은데' 싶기도 했다(웃음).


Q. (원창연에게)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다.

원창연 : 저번엔 우리가 성남 FC를 올킬하고 미리 축배를 들었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안하기 위해 우리끼리 얘기도 많이 했다. 상대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것이 잘 풀렸다. 태국 선수들을 보니 오히려 우리 플레이를 분석하지 않았던 것 같더라. 저번의 우리처럼 방심하지 않았나 싶다.


Q. 대회 중에 인상 깊었던 해외 선수는?

변우진 : 마지막 탄 씰라라이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초반에 2:0이 됐는데도 끝까지 날 최대한 압박하더라. 마지막 주자다운 모습이었다.

원창연 : 암란 가니 선수가 잘하는 건 원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또 상대해보니 더 단단하더라. 배울 만한 플레이를 보유한 선수다.

차현우 : 뉴비 팀에 유일한 태국 용병 선수가 기억난다. 어느 선수를 만나도 기복 없이 압도적인 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만났을 때 예측하기 어렵더라.


Q. 어느 팀과의 경기 이후에 팀적으로 사기가 고취됐는지?

변우진 : 플래쉬NRMOD전 이후였다. 그 때 이기고 나서 팀의 밸런스도 맞추고 나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팀원들도 날 크게 북돋아줬던 경기였다.

원창연 : PC방 예선을 1등으로 뚫고 이번에도 쉽게 가겠다고 생각했다. 방심했던 부분이 있었다. 쉽게 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조별 풀리그부터 거의 떨어질 뻔 했다. 그 경기가 우리 팀에 있어서 우승까지 오는데 큰 도움을 줬다.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는 날카롭게 했던 기억이 난다.

차현우 : 난 1인분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내 몫을 하다 보면 형들도 폼이 올라오겠거니 싶었다. 힘들었지만 그런 것들이 뭉쳐서 우승까지 했던 것 같다.


Q. (원창연-차현우에게)소위 버스를 탔는데?

원창연 : 그동안 반대였다. 부진할 때마다 우진이가 피파 접는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폼이 올라가면 또 열심히 한다고 마음을 고쳐 먹더라.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정말 변우진이 황제라는 칭호를 받을 만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차현우 : 난 진짜로 믿고 있었다. 한 번 크게 사고칠 거라고 생각했다. 해줘야 할 때 항상 해줬다. 우진이 형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로 번갈아가며 힘을 보여줬다. 그게 강팀의 면모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변우진 : 어제까지만 해도 별 거 없었는데 오늘 상을 쓸어 담아서 어안이 벙벙하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특히 나에게 힘든 시즌이었다. 그걸 이겨내서 멘탈도 한층 성장했다. 나의 한계를 돌파한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원창연 : 우승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게 되어 기쁘다. 샌드박스의 지원을 받으면서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다. 대표님과 박성주 형님에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팬들의 응원이 가장 컸고 그 덕분에 우승했다. 부모님에게도 감사하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내 좌우명이다. 그게 현실이 되어 감사하다. 다음 시즌에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

차현우 : 인터뷰 하는 지금도 우승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가봐야 느끼게 될 것 같다. 개인 방송에서 응원해줬던 팬들과 항상 걱정해주시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고맙다. 그 중에서도 여자친구가 잠도 설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해줬는데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