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목은 시간이 흐를 수록 프로들이 갈고 닦은 승리 공식과 같은 게 생긴다. 프로의 경력 역시 그 공식을 무대에서 얼마나 긴장하지 않고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직결된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그 틀 안에서 만큼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가 된 경험이 있다. 이런 공식은 단단한 수비와 운영 능력이라는 말로 그들의 노련함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존 공식을 거부하는 피파온라인4 프로게이머가 있다. '신예는 패기와 공격'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더 신예다운 공격성과 패기로 무장한 듯한 경력자다. 성남 FC의 에이스 김정민의 플레이를 보면 그렇다. 오랜 피파 경력을 자랑하지만, 플레이는 여전히 날카롭고 날 것의 모습까지 보인다. 답답한 운영이나 공을 돌리는 법이 없는 화끈한 플레이로 가득찬 경기가 나온다. 그런 그의 진가는 이번 2019 EACC 윈터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가장 먼저 김정민의 행보는 수많은 골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대표 선발전 첫 주차에서 홀로 7골을 몰아넣더니 2주차인 8강에서 3:0으로 시작해 승자전 첫 경기에서 5:4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미 골 격차가 벌어지며 승부가 갈릴 법한 상황에서도 그의 공격은 멈추지 않은 것이다. 감스트 게이밍의 에이스 박기홍과 접전은 3:0으로 앞서가다가 따라잡히는 상황이 나왔다. 그런데도 자신이 따라잡힌 만큼 골을 만회하고 쐐기 골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놀라울 뿐이었다. 떠오르는 신예 에이스 박기홍에게 밀리고 싶지 않다는 그의 의지였고, 패기 넘치는 신예와 맞서도 물러섬이 없었다.

▲ 성남 FC vs SUV (감스트 게이밍) - 출처 : eSportsTV

그런 김정민의 승리는 1승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김정민에게 패배한 박기홍은 한국대표 선발전 최종전에서 경험 많은 선수들이 포진한 전남 드래곤즈GG에게 올킬을 기록했다. EACC에서도 흐름을 탄 박기홍이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만큼, 선봉으로 나온 김정민의 1승의 값어치는 쉽게 측정할 수 없다. EACC 8강으로 향하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다른 두 선수가 모두 무승부를 할 때 김정민이 먼저 확실하게 승리를 챙겨주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번에도 상대 에이스가 등장해 김정민을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시작부터 적장을 꺾어버리면서 성남 FC 기세의 원천과 같은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렇게 김정민은 성남 FC의 가장 앞에서 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존재다. 단순히 선봉으로 출전해 승리를 많이 했다는 것이 그의 역할의 전부가 아니다. 신예보다 더 공격적인 경기와 패기로 확실한 팀에 확실한 활력을 플레이로 불어넣는다.

그의 노련함은 또 다른 곳에서 나온다. 김정민은 본선 무대에 강한 프로였다. "넥슨 아레나 무대는 집에서 하는 것 만큼 편하다. 이 무대에서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다. 카메라가 있고 관중들이 있는 무대에서는 내가 더 강하다"는 말과 함께 프로다운 게, 그리고 경험과 경력이 쌓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선수다.

그동안 올해 피파온라인4와 EACC에서 김정민의 행보는 아쉬웠다. 다른 버전의 피파 대회에서 뚜렷한 최강자였다면, 그에 비해 뚜렷한 성적을 내진 못 했다. 하지만 이번 EACC의 분위기는 또 달라 보인다. 신예보다 더 무서운 공격으로 무장한 김정민이 최전방에서 성남 FC의 공격을 이끌고 있기에 그렇다. 노련하지만 절대 녹슬지 않은 그의 기량이 남은 상위 라운드에서도 발휘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