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표식' 홍창현. 첫 방송 무대부터 존재감이 남다르다.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하는 과감한 모습부터 겁없는 플레이까지. 많은 LoL 프로 지망생들이 아카데미-2군을 거치는 가운데, 바로 3군에서 1군으로 올라올 정도로 놀라운 유망주의 행보였다. KeSPA컵에서도 '표식'은 드래곤X 다운 공격력을 선보이며 그의 질주는 8강까지 거침없어 보였다.

하지만 프로들의 무대는 신예에게 그리 만만하진 않았나 보다. 드래곤X 로스터 소개부터 좋은 기운을 보여줬던 '표식'은 의외로 담담한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마지막 경기는 우승팀 아프리카 프릭스전의 패배였고, 많지 않은 경기를 끝으로 본격적인 LCK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우승이라는 목표와 함께 입문한 그는 어느덧 프로 세계가 녹록지않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Q. KeSPA컵이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

바로 스크림 연습에 들어갔다. 이틀 정도 쉬었는데, 쉴 때도 LoL 솔로 랭크를 돌렸다.


Q. 경기전에 카메라를 향한 윙크부터 화끈한 리액션까지 선보이더라. 이런 행동이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즉흥적으로 나온 행동이다. ‘어? 나를 찍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행동을 했다. 특별히 의도하고 한 것은 아니다.


Q. 팀 내 분위기 메이커 같던데, 팀원들이 본인의 기세를 잘 따라오던가?

대부분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도란-데프트’ 선수는 좀 다르더라. 나머지 팀원들이 떠들면, 그러려니 하고 조용히 있다. 그러다가 너무 떠들면 ‘데프트’ (김)혁규 형은 ‘어어’ 정도 반응을 보이고, ‘도란’ 최현준 선수가 ‘아…좀!’이라면서 조금 화를 낼 때가 있다. 팀원들이 모두 각자 개성이 뚜렷한 선수들이지만, 그래도 잘 맞는 것 같다.



Q. '표식'이라는 아이디처럼 킨드레드로 유명한데, 프로 무대에서 다른 챔피언을 주로 선보였다.

킨드레드가 처음 나왔을 때 정말 좋아서 닉네임을 그렇게 지었다. 다른 챔피언도 많이 했는데, 닉네임이 ‘표식’이라서 인식이 킨드레드 장인처럼 된 것 같다. 솔로 랭크에서는 여전히 많이 하지만, 스크림에서 쓰긴 아직 힘들다. 그래도 조합만 맞춰진다면, 언제든지 쓸 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격적인 ‘육식’ 챔피언을 선호한다. 하지만 ‘초식’ 챔피언 역시 숙련도는 최대치까지 달성해 놓았다. ‘초식’형 정글러를 안 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흥미가 떨어져서 그렇다. 메타가 바뀌어서 해야할 때가 오면 잘해낼 자신은 있다.


Q. KeSPA컵에 서보니 확실히 프로 무대는 다르다는 게 느껴지던가?

세 경기를 했는데, 첫 경기는 질 것 같지 않아서 긴장을 전혀 안 했다. 두 번째 경기부터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하자 나도 긴장하게 되더라. 그래도 세 번째 담원 게이밍과 대결에서는 이전 경기에서 한 번 위기를 경험하니까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더라.

마지막 경기는 울산 KBS홀로 이동해 오픈 부스로 바뀌었는데, 외부 환경의 변화로 느끼는 긴장감이 생각보다 컸다. 헤드셋의 ‘화이트 노이즈’ 기능을 처음 경험해봤다. 바뀐 경기장 구조도 익숙하지 않아서 집중이 잘 안 되더라.

경기 내적으로 아프리카 프릭스전은 솔직히 말해서 스크림 할 때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다른 점은 내가 게임 내에서 허술했다는 것이다. 세세하게 짚어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Q. 스피어 게이밍전 경기가 끝나고 '표식' 선수의 표정이 안 좋아서 '케리아'에게 인터뷰할 때 표정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기억하나?

자괴감이 들었다. 승리하긴 했지만, 내 경기력이 너무 아쉬웠다. 원래 내가 스스로를 자책하진 않는데, 그 자리에 서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 다음에 그런 상황이 또 나온다면, 그때는 공적인 자리가 아닌 팀끼리 있을 때 해결하겠다.



Q. 담원 게이밍전은 승리하고 MVP까지 받았다. 담원 선수들이 작년 롤드컵에 다녀온 선수들인데, 그 이름 값에 위축되진 않았나?

그렇다. 상대가 누구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 환경이 나에게 중요한데, 이미 두 경기를 치르고 난 상태라 담원전은 잘 풀어갔던 것 같다.


Q.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 정말 힘든 경기를 펼쳐봤다.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서 패배를 경험해봤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당시 내가 잘못해서 팀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그 경기에서 실수가 계속 나왔고, 감독님 역시 짧지만 나에게 집중적으로 피드백을 했다. 담원전까지 이기면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겼는데, 3:0으로 패배해 충격이 컸다. 생각 이상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껴서 힘들었다.


Q. 패배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나.

당시엔 좀 그랬다. 하지만 곧 회복됐다. 피드백은 피드백이고 생활은 생활이다. 감독님도 피드백과 일상이 확실히 분리하는 분이고, 숙소에서 선수단과 함께 있으면 힘든 부분들을 금세 잊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앞서 패배에 대한 기억을 누르고 스프링 시즌에만 몰입하고 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또 성적을 내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



Q. 아프리카 프릭스전을 통해 배운 것도 많을 것 같다.

맞다. 팀 게임은 단순히 다섯이서 해서 팀 게임이 아니었다. 팀원을 믿고 기대야 할 때가 있고, 그들이 내게 기댈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날 긴장한 탓인지 세심하지 못한 플레이가 나와서 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좀 더 근본적으로 팀 게임이 무엇인지 더 고민하게 됐다.

감독님은 "못 한 경기에서 져서 배울 게 많은 경기였다. 차라리 다행이다"고 말했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승리와 패배를 모두 경험해봤다. 성장 과정이라 생각하며 노력으로 극복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LCK 시즌 중에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Q. 본격적으로 2020 LCK 프로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어떤 준비를 위주로 할 생각인가.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동안 기본기를 다진다는 마음가짐이다.


Q. 특정 커뮤니티 논란 때문에 안 좋게 반응하는 팬들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 조심하겠다. 그런 아쉬운 모습은 더 없을 것이다.



Q. 프로게이머 '표식'의 목표는 어디인가?

롤드컵 우승이 목표다. 먼저 나 자신을 믿고, 모두 같이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것 같다. 감독님도 믿고 있다. 내가 다른 팀을 경험해보진 않았다. 그렇지만 감독님이 LoL을 잘 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더라. 그리핀이 롤드컵에 진출한 행보가 있기에 팀과 감독님을 잘 따라가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Q. 각양각색의 프로게이머들이 있다. LoL 팬들에게 ‘표식’은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는가?

편하게 잘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 팬들이 ‘쵸비’ 정지훈 선수를 부를 때 ‘쵸비님’하면서 편하게 대하는 것 같더라. 나 역시 그런 이미지의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