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형 감독이 재능형 선수를 만나 함께 달리는 이야기

락스 게이밍의 감독을 맡은 박인재는 카트라이더 선수 시절부터 연습량이 엄청난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같은 맵을 10시간씩 파면서 연습했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알려진 일화입니다. 그래서 박인재 감독은 노력이 아니라 재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박인재 감독이 자신이 가르치는 한 선수에게는 재능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절대 설명할 수 없다며 그 선수를 인정했습니다. 바로, 자신과 함께 선수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이재혁입니다. 박인재 감독은 '락스 게이밍을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던 자신의 말을 이재혁 선수와 함께 지킬 수 있었습니다.


박인재 감독과 이재혁 선수가 함께한 락스 게이밍은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 1 대회에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박인재 감독과 이재혁 선수는 각자 남은 목표를 하나씩 가지고 있죠. 우승을 향해 달려갈 박인재 감독과, 에이스 결정전에서 '카트 황제' 문호준에게 두 번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어 하는 이재혁 선수. 이 두 선수는 차기 시즌 2에서 어떤 각오로 트랙을 달릴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인벤 e스포츠팀은 락스 게이밍 박인재 감독과 이재혁 선수를 만나 그들이 가진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Q.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대회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네요. 오랜만에 가진 휴식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박인재: 시즌 동안 열심히 연습을 해왔기에 ‘쉴 때는 푹 쉬자’는 생각으로 2주를 내리 쉬었어요. 얼마 전부터 다시 스크림을 잡으면서 손을 푸는 중이고, 합숙 훈련도 재개될 예정이에요. 개인적으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중이기도 해요.

이재혁: 리그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었는데, 쉬는 기간 동안 학교생활을 편하게 했어요. 최근에는 너무 많이 쉰 것 같아 다시 연습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중이에요. 모바일 카트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Q. 카트라이더 모바일 게임인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가 최근 나왔잖아요. 프로게이머와 감독의 입장에서 직접 해보니 어땠는지 소감이 궁금해요.

이재혁: PC로 하는 것과 많이 다르게 느껴지긴 했어요.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레이싱 게임이 굉장히 관심이 많지만, 휴대전화기 게임을 잘 안 해왔던 입장에서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를 좀 낯설게 느꼈거든요. 손에 익숙하지 않지만, 할 거 없을 때 시간 보내기 용으로 자주하고 있어요.

박인재: 키보드는 열 손가락을 모두 쓰는데, 손가락 두, 세 개로 다 하려니 힘들어요. 코스가 PC와 똑같아도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어요. 그래도 솔직히 모바일 게임이 좀 더 재미있게 느꼈어요. PC게임을 오래, 많이 해서 모바일 게임이 신선하게 느껴졌거든요.


Q. 락스 게이밍에게 지난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은 만족스러운 시즌일 거 같아요. 창단 이후, 첫 공식리그 결승전에 올랐잖아요?

박인재: 제가 한 시즌을 돌아볼 때 결과를 가지고 피드백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얻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이뤄낸 것,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 배운 것들을 생각하고 결산을 하는 편이죠. 그럼에도 이번 시즌은 팀전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 결승전에서도 에이스결정전까지 갔으니 결과까지도 만족스러운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락스 게이밍에 처음 (이)재혁이가 들어오고 팀을 출범했을 때, 개인방송에서 두 시즌, 아니면 세 시즌 뒤에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이야기 했었어요. 당시 카트라이더 리그에는 엄청나게 강한 두 팀이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었기에 새롭게 시작하는 입장에서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되겠다는 건, 많이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런 일을 이번 시즌에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해낸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또 하나 얻은게 있다면, 아이템전 성적이에요. 우리 팀의 아이템전 성적이 많이 좋지 않았어서 이번 시즌에는 아이템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했거든요. 스피드전이나 에이스 결정전 같은 경우에는 재혁이가 워낙 든든했기에 아이템전에 더 공을 들일 수 있었어요. 이제 아이템전도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중이라서 이제 정말 ‘챔피언 자리에 어울리는 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재혁: 시즌 초창기만 해도 제 목표는 결승 진출이었어요. 그런데 리그가 진행될수록 성적이 잘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우승을 목표하게 되더라거요. 노력해서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결승전에서 잘하지 못한 것 같아 팀원들에게 많이 미안해요. 에이스결정전 패배도 많이 아쉬웠어요. 가슴에 많이 남아서 집에 돌아가 리플레이를 계속 돌려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박인재: (문)호준이가 팀전 은퇴를 안 한 게 재혁이에게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재혁이가 이번 시즌 폼이 정말 좋았거든요. 에이스 결정전에 정말 많이 나섰고, 박인수의 에이스 결정전 무패 기록도 재혁이가 깼어요. 카트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폼이 좋은 선수라고 다들 생각했었는데, 그런 재혁이가 중요한 경기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문호준에게 두 번 연달아 패배했잖아요.

재혁이는 아직 성장 중인 어린 선수에요. 재능이 워낙 출중하다 보니 금세 최정상급 선수가 될 거라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어요. 이번에 문호준에게 당한 두 번의 패배는 앞으로 재혁이가 바라보고 가야 할 목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에게 바라보고 달릴 목표가 되어주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문호준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재혁이는 에이스 결정전에서 박인수를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었고, 올해 그걸 해냈었어요. 자신이 다짐한 건 해내는 선수이니, 다음 시즌에 문호준을 다시 만난다면 무언가 보여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을 자주 봐왔기에 보여줄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재혁: 문호준 선수는 내 우상이었지만, 두 번이나 졌기 때문에 다음에는 꼭 이기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Q. 이재혁 선수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지네요. 이재혁 선수가 어떤 선수라고 생각을 하세요?

박인재: 제가 노력형 선수라 재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이 친구에 대해서는 재능이라는 말을 빼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연습을 조금만 시켜도 다른 선수들보다 더 큰 성과를 내니까요. 레이싱 게임에 대한 재능이 워낙 뛰어나서 다른 레이싱 게임을 시켜도 다 잘해요. 연습 조금만 더하면 대회에 나갈 수준까지 금방 찍어버려요.

재능이 많다 보니 노력을 좀 덜하게 되거나, 재능이 뛰어날수록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되기도 해요. 남들이 10시간 해서 겨우 해내는걸, 1시간이면 해내다 보니 나태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재혁이의 연습에 더 공을 들이고 있어요. 때로는 일부러라도 연습 시간을 더 늘려주고 있고, 재혁이도 최근에 승부욕이 늘어서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Q. 감독이 인정할 만큼 선수의 재능이 출중하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이재혁 선수는 언제부터 본인이 레이싱 게임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나요?

이재혁: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정말 좋아했어요. 지나가는 차만 봐도, 기종이 뭔지, 어떤 브랜드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연비는 어떻게 되는지를 알만큼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자동차 게임에 빠져들게 됐어요. 게임에 재능이 있다는 건, 데뷔를 하고 나서 알게 됐고요.
사실 지금은 재능에 대해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것보다 지난 에이스 결정전에서 문호준에게 패배한 게 계속 가슴에 남아있어요. 에이스 결정전을 얼마나 많이 돌려봤는지 모를 정도로 봤네요.


Q. 문호준과의 에이스 결정전 두 번이 가슴에 많이 남은 것 같네요. 당시 에이스 결정전에 나서는 이재혁 선수를 위해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요?

박인재: 4강전에서 처음 문호준과 승부를 겨뤘을 때는 정말 아쉽게 패배했어요. 당시 재혁이가 앞서 나가고 있었는데, 그 거리가 정말 따라잡을 수 없다고 느낄 만큼 거리가 벌어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거리를 문호준이 따라오더라고요. 재혁이가 좀 더 과감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평소에 약한 선수들을 상대할 때처럼 블로킹을 한다던가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피드백을 해줬었던 거 같아요.

결승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재혁이가 전과 다르게 플레이를 하는 게 보였어요. 사실 그 경기는 재혁이가 못했다기보다는 상대가 잘했어요. 문호준이 지난 몇 년 동안 봐왔던 시절 중에 역대급으로 컨디션이 좋아 보였어요. 재혁이가 시상식을 하는 걸 보면서 눈물을 터트리더라고요. 재혁이를 위로해주며 앞으로 남은 경기가 많다고 말해줬어요. 호준이가 달릴 트랙이 재혁이보다 짧게 남아서, 호준이가 더 간절했을거에요. 재혁이에게는 다음에 넘어야 할 산이 생긴 거니, 다음에는 꼭 우승하면 된다고 달래줬어요.


Q. 이재혁 선수가 새롭게 시작하는 차기 시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차기 시즌을 맞이할 생각인가요?

이재혁: 저번에 박인수 선수를 목표로 뒀다면 이번에는 문호준 선수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문호준 선수를 상대로 꼭 이기고 팀전에 우승을 하고 싶어요. 개인전도 열심히 준비해서 양대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재능만 가지고는 우승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거든요. 재능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건 연습뿐이에요. 재능만 가지고 있는 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번에 연습을 열심히 해서 개인전 우승을 했던 것처럼 이번 시즌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후회 없는 결과를 받아보고 싶어요.


Q.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차기 시즌 락스 게이밍이 보여줄 모습이 더 기대가 되네요. 곧 있어 열리는 시즌 2 리그에 락스 게이밍의 목표 당연히 우승일 듯해요. 우승 외에 또 다른 목표를 둔 게 있을까요?

박인재: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었는데, 지금 락스 게이밍은 그런 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차기 시즌에는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팀, 응원할 맛이 나는, 그런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점점 프로화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그만큼 이적 시장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이런 흐름을 보니, 언젠가 락스 게이밍 소속 선수들도 내 곁을 떠날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락스 게이밍의 선수가 우리 팀을 떠나더라도 다른 팀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어요.

이재혁: 사람들이 이재혁을 생각하면 스피드 에이스라는 생각을 많이 해주세요. 차기 시즌에는 앞에서 달리는 것도 좋지만 미드에서 상대를 괴롭히고 휘저어 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앞에서 달리는 러너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역할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네요.


Q. 지난 시즌, 박인재 감독님에게 아이템 브리핑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잖아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려줄 수 있을까요?

박인재: 리그가 점점 커지고, 체계가 갖춰지면서 내가 미숙했던 부분이 드러난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선수 생활을 하고, 감독을 한 감독이다 보니 나를 컨트롤해주거나 기준점이 되어준 사람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 부분에 내가 인지를 못하고, 리그가 커지고 있음에도 예전처럼 하던 대로 했다는 점에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 일이 있은 이후로는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리그가 더욱 커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부족한 부분을 찾고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반성을 많이 했고, 좀 더 주도적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요.


Q. 확실히 카트라이더 리그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재혁 선수도 선수의 입장에서 자신이 뛰는 리그가 커지고 있다는 게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재혁: 카트 리그가 이렇게 커지기 전에 감독님이 비슷한 말을 했었어요. 카트 리그는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고, 너희도 다른 e스포츠 종목 선수들처럼 월급을 받으면서 게임을 하게 될 거라고. 당시에는 감독님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감독님 말처럼 리그가 점점 커지더군요.

덩달아 저도 카트 리그에 대한 애정이 커지게 됐어요. 재미로 했던 프로게이머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더 열심히 해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카트 리그가 아직은 국내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렇게 커질지 몰랐던 것처럼 앞으로 세계적인 e스포츠 종목이 되지 못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믿어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게이머로서 노력해야할거에요.


Q. 인터뷰 마지막으로 락스 게이밍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박인재: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되요. 지난 시즌에는 무관 중으로 경기가 진행되어서, 재미있는 경기를 팬분들과 함께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워요. 언젠가 이 사태가 끝나고, 다시 현장에서 팬분들을 만날 때에 우리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우리 팀 락스 게이밍은 참 끈끈한 팀인 것 같아요. 사무국도, 국장님도, 대표님도 모두 우리 팀을 믿어주세요.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긴 시간 노력해왔고, 선수도 나도 서로를 믿으면서 결과를 내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드리고, 돌아오는 시즌에는 더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재혁: 경기장에서 부스 안에 있을 때에, 경기 중간중간 부스 밖을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봤었는데, 이번 리그에는 부스 밖에 팬분들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이 사태가 풀린다면, 팬분들 얼굴을 한 분, 한 분 보면서 힘을 내서 경기하고 싶어요. 아직 코로나 사태가 풀리지 않았기에 모두들 집에서 경기를 보고 계신데, 그분들을 위해 다음 시즌에는 쿨한 경기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