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31일 오후 7시 중국 상하이 푸둥 스타디움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담원게이밍과 쑤닝 게이밍이 격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어져 온 무관중 경기도 이번 결승 만큼은 철저한 방역 대책을 갖춰 6,312명의 관중이 현장을 더 뜨겁게 달궈줄 예정이다.

2020 스프링 시즌만 해도 담원과 쑤닝이 롤드컵 결승에 오를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쑤닝은 스프링 시즌 11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도 못했고, 담원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DRX에 2:3으로 패배하며 4위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담원은 스프링 4위 자격으로 MSC 진출권을 얻게 되고, 중국팀들과 대결을 통해 얻은 값진 패배가 담원을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스프링 2라운드부터 합류한 '고스트' 장용준과 기존 멤버들의 호흡도 척척 좋아졌고, 섬머 시즌을 거듭할수록 담원의 미칠듯한 파괴력은 수직 상승한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LCK식 운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담원은 기존 프로팀들이 쌓아온 개념과 다른, 싸워야 할 타이밍과 줄건 주는 판단, 대신 얻어야 할 것들 등 자신들만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다. 물론 이는 팀원들의 호흡, 개인 기량이 동반 상승했을 때 이뤄지는 것들이었다.

현재 담원이 무서운 이유는 섬머 시즌부터 보여주고 있는 담원의 한계점에 도달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담원의 롤드컵 우승설은 섬머 시즌 후반부터 조금씩 피어올랐는데, 그때의 담원과 지금의 담원을 비교하면 더 성장해있다. 즉, 아직도 잠재력이 남아 있는 팀이라는 게 담원의 강한, 더 강해질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 테마를 소년만화라고 한다면 오히려 더 적합한 쪽은 쑤닝일수도 있다. 스프링 시즌 11위로 자국 리그 플레이오프 진출도 하지 못했던 팀이 롤드컵 결승까지 올랐으니.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섬머 시즌부터 오르기 시작한 쑤닝의 폼은 롤드컵이 시작될 무렵만 해도, LPL에선 오직 TES와 징동만 모든 조명을 받고 있을 뿐, 쑤닝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았다. 시작은 조용했고, 강했다. 하지만 그룹 스테이지에서 보여줬던 쑤닝의 강함은 LPL 3시드 정도면 당연히 해야될 것, 혹은 상대적으로 약한 퍼포먼스 등으로 G2와 경쟁에서 승리하고 조 1위를 차지했음에도 담원이나 TES에 비해 관심은 여전히 낮았다.

그래서 8강에서 만난 징동과 대결도, 대부분 징동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쑤닝은 단단하고, 팀의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팀이었다. 8강과 4강에서 같은 LPL 1, 2번 시드를 모두 격파한 쑤닝은 소위 '경험치'를 쭉쭉 먹으며 대회 도중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팀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담원의 우승에 한 치의 의심도 보내지 않고 있다. 일단 지표부터 그렇다. 15분 골드 차이, 전령, 드래곤, 바론 오브젝트 획득 등, 쑤닝은 데이터적으로 담원을 이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즉, 현재 롤드컵 메타라고 불리는 뻔하고 좋은 챔피언을 토대로 이뤄지는 밴픽 싸움으로는 담원을 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쑤닝은 선수 개인이 특출나게 잘 사용하는, 자신 있는 픽으로 변수를 만들거나 1주일 동안 깜짝 전략을 준비해 담원의 허를 찌르는 방식이 필요할 법한데, 담원의 이번 롤드컵 경기들을 돌이켜봐도 쑤닝에게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담원의 각 라인마다 밸런스, 밴픽에 따른 역할군 수행이 가 완벽에 가깝기 때문이다. 담원을 대표하던 상체 중심의 팀은 이제 없다. 담원은 바텀 게임도 최상급이라는 걸 수 차례 증명했고, 이제는 올라운더다. 대미지 비중도 원거리 딜러(후안펑 29%)와 탑(빈 24.9%)에 많이 치우친 쑤닝과 달리 담원은 서포터를 제외한 4인 모두가 상황에 따라 캐리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고른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담원이 조심할 부분은 평소 플레이를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다. 사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긴다'라는 프레임은 항상 LCK의 발목을 잡아왔던 패턴이지만, 이번 만큼은 우리 알던 그 담원, 담원다운 플레이를 멋지게 보여줄 수 있다면 우승을 자연스레 따라오는 전리품이 되지 않을까.






■ 2020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

담원게이밍 vs 쑤닝 - 31일(토) 오후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