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서머 시즌 LPL 리그 경기를 보던 와중에 익숙하지 않은 닉네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글러와 호흡도 좋았고, 팀이 패배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무언가를 만들어내면서 반전을 꾀하는 걸 보고 ‘오, 이 선수 잘하네! 중국 선수인가?’라고 생각을 했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수가 이번에 한화생명e스포츠에 입단한 ‘모건’ 박기태였습니다.

2001년 생 19살, 어린 나이에 발전 가능성이 큰 루키임에도 ‘모건’이 보여준 지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서머 시즌 Team WE의 모든 경기를 다 소화했고, 승률은 56.1%로 27명의 전체 LPL 탑 라이너 중 8위, KDA 5위(3.4), 게임 당 평균 어시스트 6위(6개), 게임 당 평균 데스 4위(2.3) 등 여러 좋은 기록들을 가지고 있었죠. 특히, 레넥톤과 오른은 각각 열다섯 게임에 승률 73%, 열세 게임에 승률 61%를 기록할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아직 많은 기대를 걸기에는 이르지만, ‘모건’은 오는 2021 시즌에 우리가 눈여겨볼만한 유망주들 중에 하나인 듯 보입니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탑 라인을 담당하게 된 ‘모건’ 박기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데프트-쵸비’라는 좋은 선수들과 한 팀에 뛰게 된 소감에 대해 ‘모건’은 어떻게 말했을까요?


Q. LPL에서 프로로 데뷔해 2년 동안 활동했고, 이번에 LCK에 데뷔를 하게 되었어요. 느낌이 어떤가요?

긴장도 되고, 기대도 하게 돼요. LPL 스타일이 몸에 배어 있어서 LCK 스타일에 잘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는 중이에요. 중국 프로게임단에서 생활하는 것과 한국 프로게임단에서 생활하는 게 다를까 봐 걱정도 했고요. 다행히 막상 와서 생활해보니 중국 생활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는 것 같아요.

기대되는 부분은, 중국에서는 아무래도 언어적으로 벽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언어의 벽이 없으니 소통도 전보다 더 깊게 할 수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중국어로 이야기할 때는 머릿속을 한 번 거치고 나와야 하는데, 한국어는 말이 바로 나와서 그게 많이 편해요.


Q. 중국 LPL 팀 경기를 종종 봤는데, Team WE에서 활약하는 걸 인상 깊게 봤었어요. ‘저런 한국인 탑 라이너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신예인데도 경기를 흔들 줄 아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본인은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편이에요?

상대를 많이 압박하는 것보다는 턴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 팀에게 많은 걸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편이에요. 팀이 편안하게 경기하도록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레넥톤, 오른 같은 챔피언이 Team WE가 원하는 방향과 잘 어울렸어요. 혼자서도 잘 버티고, 오브젝트 싸움도 강한 챔피언들이거든요.

그 두 개를 많이 하다 보니 챔피언 풀이 좁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이 자리를 빌려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Q. LCK를 활동 무대로 삼은 이유와 한화생명e스포츠를 자신의 팀으로 선택한 이유가 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생활이나 먹는 것 등은 거부감이 없었는데, 언어적인 문제가 조금 있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한국을 자주 들어오지 못했던 것도 한국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크게 만들었던 거 같아요. LCK 팀을 알아보면서 손대영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감독님이 가진 가치관이랑 목표가 저와 많이 비슷했고, 공감도 많이 돼서 한화생명에 입단하게 되었어요.


Q. 감독님이 해준 말 중에 어떤 말이 가장 인상에 남았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저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를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굉장히 좋은 감정이 들었어요.


Q. 한화생명e스포츠에 입단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 ‘쵸비’ 정지훈 선수가 팀에 합류했잖아요. 두 선수가 입단한다는 건 알고 있었나요? 입단 소식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저도 몰랐어요. 먼저 팀에 와서 숙소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기사를 보고 ‘에~?’ 하면서 정말 놀랐었어요. 그런데 입단 소식을 듣고 특별하게 다른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처음에 한화생명에 입단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누가 팀에 들어오든 나는 나의 플레이를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기사를 보고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어요. 누가 옆에 있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내 역할을 잘 할 거예요.


Q. 그래도 ‘데프트-쵸비’가 같은 팀인 건 좋긴 하잖아요?

물론, 좋죠(웃음).


Q. 미드와 봇 라인의 선수들 경력이 워낙 좋아서 탑 라인 맡은 라이너로서 부담감을 느끼진 않아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클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어떻게 보면, ‘데프트’나 ‘쵸비’ 선수가 더 부담이 클 거 같아서, 저는 그런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좋은 모습 보이고 싶은 마음이에요.


Q. 굉장히 생각이 깊은 답변이네요. 혹시 어렸을 때 공부 잘했나요?

어렸을 때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말은 정말 자주 들었는데, 공부를 못해서 반전인 그런 게 있었어요(웃음). 또래보다 성숙하게 보인다는 말은 좀 들었어요.


Q. 탑 라이너는 정글러와의 호흡이 중요하잖아요. Team WE에서 정글러 ‘베이샤’와 굉장히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한화생명e스포츠에 세 명의 정글러가 있는데, 어떻게 합을 맞춰볼 생각이에요?

사실 그때는 정글러랑 호흡이 잘 맞았던 것도 있지만 팀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하다 보니 그런 모습이 보였던 듯해요. 한화생명에서도 팀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플레이할 수 있게 노력해야죠.

▲ 사진 출처: Team WE 게임단

Q. LPL 리그에서 경기하면서 바라본 LCK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데뷔도 LPL에서 하고, 선수 경력도 LPL에서 2년 동안 쌓았다 보니 LPL보다는 LCK가 교전을 덜하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Q. 지난해 리그 경기를 보면 LCK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했고, LPL도 전보다 더 운영이 중요해진 듯한 모습이었어요.

제가 그런 생각을 했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죠.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제가 잘 맞춰 나갈 수 있을지 보고 싶어요.


Q. 앞으로 한국의 많은 탑 라이너들과 대결할 예정이잖아요. 어떤 선수와 대결이 가장 기대가 되시나요?

중국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너구리’ 선수와 대결을 기대하고 있어요.


Q. ‘너구리’ 선수는 아직 팀이 정해지지 않아서 해외에서 뛸 수도 있잖아요. 혹시 또 붙어보고 싶은 탑 라이너 있을까요?

‘기인’ 선수도 기대돼요... 음, 그런데 사실 제가 게임을 할 때 상대방이 어떤 선수이고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제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상대가 바뀔 때마다 제가 플레이하는 방식이 바뀌면 안 되잖아요. 선수마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니 많은 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Q. 혹시 다른 선수 플레이를 보고 배웠거나 어떤 선수 플레이가 훌륭해서 따라 하려고 한 적이 있나요?

제가 징동 게이밍에 있을 때, ‘줌’ 선수가 하는 걸 많이 보면서 스타일을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Q. 올해 한화생명e스포츠에 입단하면서 세운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결승전은 꼭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팬들에게 ‘모건’이라는 선수가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잘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에 리빌딩을 거치면서 팀 목표가 많이 높긴 하겠지만, 그보다 호흡을 잘 맞춰 나가고 싶어요. 제가 LCK에 잘 적응하고 가지고 있는 걸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Q. 그럼 인터뷰 마지막으로 응원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LPL 리그에 있을 때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했어요. 한국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한화생명e스포츠 팬들에게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해올게요.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Team WE 게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