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 이하 게임위)는 금일(13일), 국회의원회관 제3 세미나실에서 게임 강국 프로젝트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똑똑한 규제원칙'이라는 주제로 3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이태희 상무, 서울대 경영대학원 유병준 교수, 서울대 의대 이경민 교수가 참가해 각각 '해외에서의 게임등급분류', '4차산업혁명 시대의 뉴패러다임의 출현과 산업자율규제', '스마트한 게임 이용자 보호 : 사전 규제에서 사후 관리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를 진행했다.

포럼을 주관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은 주제 발표에 앞서 "최근에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우리의 포럼에 의미를 더해주는 축하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라며 개회사를 밝혔다.

이어 "게임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더는 중독이나 과금 이슈에 묶여있지 않고, 더 넓은 맥락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포럼을 통해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진정한 치유방안과 본질적인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


■ 이태희 상무 - '해외에서의 게임등급 분류'

▲ 마이크로소프트 이태희 상무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마이크로소프트 이태희 상무는 해외에서 게임등급분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하고, 이어 전 세계 주요 콘텐츠 등급 기관들이 구성한 조직인 '국제연령등급연합(The International Age Rating Coallition, IARC)'에 대해 소개했다.

현재 게임 시장에는 새로운 콘텐츠와 플랫폼의 계속된 등장으로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새로운 규제체제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단적인 예로 구글 앱스토어에는 지난 2011년에는 25만 개에 불과했던 애플리케이션이 2017년에 이르러서는 총 250만 개를 넘어섰는데, 이를 기술적으로 전부 제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자율규제 제도'다. 전통적인 등급규제 제도는 패키지 게임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2주에서 2개월의 처리 기간이 소요되고 100달러에서 10,000달러에 달하는 큰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자율규제 제도를 활용하면 등급 규제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개발자의 비용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게임 시장은 높은 생산 비용을 필요로 하며 연간 약 3,000여 개의 게임만 출시될 수 있는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낮은 생산비용과 월간 10,000여 개의 게임 출시가 가능한 디지털 게임 시장으로 변화해나갔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각국의 게임 등급 기관도 큰 변화를 맞이했는데, 대부분 국가에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국제연령등급연합(IARC)' 가입이다.


유럽의 게임 등급 기관인 '범유럽 게임 정보(PEGI)'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신작 모바일 게임 출시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분류심의를 위한 기관인 IARC의 창립을 주도했고, 엄격한 규제체제로 유명한 호주의 'OFLC'와 독일의 'USK'까지 차례로 IARC의 회원이 됐다.

IARC는 디지털로 제공되는 게임 및 앱의 연령 분류 프로세스를 전 세계적으로 통일시키기 위해 주요 국가들의 콘텐츠 등급 기관들이 함께 구성한 조직으로, 각 지역의 문화와 사회적 규범을 반영하여 등급 분류를 한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 15억 명의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등급분류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에도 범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때, 자율 심의는 개인 개발자의 진실성에 의존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등급분류기관이 나서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 'IARC' 소개 영상

북미, 유럽, 호주, 독일,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이웃 나라 일본도 'IARC' 가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한국에서는 아직도 게임 출시를 게임물 등급 위원회의 등급 지정을 받아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자체등급분류제도는 개발자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며, 결과적으로 IARC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유병준 교수 - '4차산업혁명 시대의 뉴패러다임의 출현과 산업자율규제'

▲ 서울대 경영대학원 유병준 교수

두 번째로 서울대 경영대학원 유병준 교수의 '4차산업혁명의 뉴패러다임 출현과 산업자율규제' 발표가 이어졌다. 그는 4차산업혁명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공유경제'를 간단히 소개한 이후, VR과 AI, 로봇으로 이어지는 4차산업혁명의 트렌드가 게임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 바둑 기사들을 꺾은 '알파고'가 등장한 것처럼, 기존의 로봇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는 등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의 조직은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대부분을 민간에 위탁하는, '국가 산업의 민영화'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참여했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협의회'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업계 의견을 수용하는 것으로 더욱 객관적이고 강한 규제안의 도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여기에 정부 섹터를 포함한 관련자들의 공식적 참여가 더해질 경우, 더욱 높은 공신력과 합의를 이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병준 교수는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생태계를 제공하고, 판을 만들어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규제하는 정부의 기관들이 따라가는 것이 아닌, 산업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개입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율규제와 정부, 국회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소통 통로인 '협의체'를 만들어 함께 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 이경민 교수 - '스마트한 게임 이용자 보호 : 사전 규제에서 사후 관리로'

▲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이경민 교수

게임이용자보호센터와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의 이경민 교수는 게임 이용자 보호에 대한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뇌인지과학적 관점에서 게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하여, 두 번째로 게임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스마트한 관리 방안에 대하여, 그리고 세 번째로 게임 이용의 민간 주도화에 대하여 차례로 짚어나갔다.

먼저 과학적인 측면에서 본 비디오 게임은 뇌인지 발달에 유용한 학습 방법이다. 뇌인지 발달에 중요한 요소는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이다. 새로운 경험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증진하고 자기통제 능력을 길러준다. 게임이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위한 다양한 세계의 폭을 넓혀주고, 반복할 수 있게 해주며, 큰 위험 부담 없이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한 인간의 뇌는 유연성 있고 창의력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학습하고, 그 후 반복을 통해 규정을 익히고 변형시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경민 교수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서 정보의 인지와 이를 활용하는 행위 간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병렬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전두엽에서 이 정보를 가지고 어떤 목적으로 행위를 하겠다는 목적설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에너지를 분배시키기 때문에 인지와 활용 간의 연결성이 중요하고, 게임이 이 연결성을 확립하는 데에 좋은 학습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보를 인지하고 활용하는 행위 간의 연결성에 대한 테스트

하지만 이경민 교수는 모든 게임이 ‘좋은 게임’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부가 설명했다. 상업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써 전락한 사행성 게임은 뇌 인지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언제나 선용할 수 있는 상업적 요소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사행성 게임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기에 게임에 몰입해보는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열정의 발달에 도움이 되지만 시기가 중요한 만큼 투자된 시간만큼의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좋은 게임’이란 신체의 움직임을 포함하고 있고,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임이다. 이러한 ‘좋은 게임’은 신체 활동이 유발해 뇌 혈액 순환을 강화되고, 사회적 관계에서 롤 플레잉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풀게 해 창의성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이경민 교수는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은 또한 뇌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게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관리해왔지만, 앞으로는 게임의 유용성을 보고 증진하는 것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미리 위험성을 예상해서 차단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루어지면 진정한 창의성과 발전이 이루어지기 힘들며, 소수의 악용을 막고자 다수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인간을 조직하는 요소였지만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미 변화하고 있는 세계의 흐름에서, 게임은 대안적 세계관을 위험 부담 없이 연습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위험 부담 없이 세계를 구성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은 우리가 미래를 향해 나갈 때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