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금일(2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혼합현실 기기 ‘홀로렌즈2(HoloLens 2)’의 국내 출시 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홀로렌즈2의 실제 활용 사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직접 기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1:1 핸즈온 세션이 마련됐다.

홀로렌즈는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로, 스마트폰이나 PC 연결 없이 몰입감 있는 혼합현실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은 현실 공간을 차단하는 가상현실(VR)이나 단순히 가상 정보를 현실 공간에 표시하는 증강현실(AR)을 넘어, 현실 공간에 가상 정보를 더해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홀로렌즈는 혼합현실을 3D 홀로그램으로 구현하고 이를 사용자의 손동작이나 음성으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보다 먼저 홀로렌즈2가 출시된 북미시장에서는 제조와 헬스케어, 의료, 영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MR 기술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 일시: 2020년 11월 2일(월) 오전 10:00
  • 참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지은 대표, 테크니컬 리드 이건복 팀장
  • 주요 안건: '홀로렌즈2' 기기 및 실제 활용 사례 소개, Q&A



  •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지은 대표

    이날 행사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지은 대표의 인사말과 홀로렌즈2 출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여줄 MR 전략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이지은 대표는 홀로렌즈2와 혼합현실을 소개하기에 앞서 '스마트폰'의 도입이 가져온 변화를 예로 들었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는 아직 20년도 채 되지 않았으나, 스마트폰이 도입되고 난 뒤의 생활은 그 이전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그는 스마트폰 이후의 생활을 만들 다음 단계가 바로 '혼합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혼합현실'이라고 말하면 다소 복잡할 수 있지만,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온 AR과 VR 기술의 장점을 한곳에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현실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있다고 했을 때, 증강현실(AR)은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고, 반대로 가상현실(VR)은 디지털에 기반을 둔 것인데, 이 둘을 섞어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홀로렌즈2와 같은 혼합현실 디바이스다.


    혼합현실 디바이스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현재까지도 대부분이 기업용으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 현장에서의 원격지원, 원격 진단과 같은 분야다. 이전에는 공장의 기계가 고장 나면 전문 엔지니어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원격에서 실제 고장 난 기계를 보며 화상으로 해결책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작업 관리나 지침 전달, 디자인 현장에서의 프로토타입 개발, 시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혼합현실이 활용되고 있다.

    이지은 대표는 “우리가 지금 사는 인텔리전트 엣지와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시대에 혼합 현실과 인공지능을 더하고, 새로운 수준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한다면 뉴 노멀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 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홀로렌즈2와 솔루션을 통해 국내 산업 현장의 생산성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가 다른 혼합현실 기기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경우 디바이스만 판매하고 끝이기에 이후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기업 내 정보를 직접 연계해야만 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디바이스 판매는 물론, 이를 기업 내의 환경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응용 프로그램과 AI, 혼합현실 서비스 등이 포함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체적인 MR 전략 소개 후, 마이크로소프트 아태지역 IoT & MR 솔루션 테크니컬 리드인 이건복 팀장이 무대에 올라 '홀로렌즈2' 하드웨어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홀로렌즈2'가 편안하면서도 몰입도가 높은, 종합적인 생태계를 지원하는 의미있는 장치라고 소개했다.

    홀로렌즈2는 전작 '홀로렌즈1'보다 2배 이상 넓은 시야각, AI가 내장된 심도 센서를 활용한 조작으로 향상된 몰입감을 선사한다. '플립 업' 형태의 바이저를 채용하여 산업 현장에서 매번 벗었다가 썼다를 반복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초경량 탄소섬유 소재로 제작해 무게를 줄이고, 얼굴에 치중돼 있던 무게중심을 뒤로 옮기면서 착용감도 한층 높였다. 홍채인식 기능도 추가해 빠르고 안전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에서의 활용성이 강화됐다.

    특히, AI가 내장된 ‘지능형 엣지 디바이스’로서, 클라우드 애저(Azure)를 통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작업 내역을 팀원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나 원거리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같은 정보를 함께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준다.

    이외에도 인간의 망막 뒤에 빛이 맺히게 하는 레이저 포털 광각 기술, 기기에 내장된 여러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손동작과 손가락, 소리, 주변환경을 감지하는 기능, 홀로그래픽이 엉뚱한데 생기지 않고 정확하게 표면을 인지하게 하는 공간 매핑 기능 등 산업 현장에서의 편의를 돕는 다양한 기능들이 적용됐다.

    ▲ 마이크로소프트 아태지역 IoT & MR 솔루션 테크니컬 리드 이건복 팀장

    ▲ 전작보다 향상된 성능의 '홀로렌즈2'

    ▲ 웨어러블 기기로서도 '후속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변화를 보여준다

    기기 소개 후에는 홀로렌즈2를 도입한 산업 현장들의 실제 사례 소개가 이어졌다. 먼저 필립스의 경우. 의사가 시술을 할 때 고개를 돌려서 모니터나 차트를 볼 필요 없이, 환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시술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

    벤틀리 시스템즈(Bentley Systems)는 건축설계와 같은 모양의 4D 모델을 시각화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싱크로XR(SYNCHRO XR)’을 개발하여 시공 진행 상황, 잠재적 현장 위험 및 안전 요구사항에 관련된 통찰력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그뿐만 아니라, 애저에 진행 상황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같은 정보를 공유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석유업체 쉐브론(Chevron)은 홀로렌즈와 다이나믹스 365 리모트 어시스트를 통해 대면 접촉을 없애고 버튼 하나로 설명서, 도면 등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효율적인 비대면 협업 기반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재택 근무중인 전문가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홀로렌즈를 착용 중인 현장 직원의 상황을 공유하면, 전문가가 직원에게 단계별 안내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직원들은 잠재적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해결을 위한 데이터시트, 배관 및 계측 다이어그램 등 문서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트럭 제조회사인 팩카와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다양한 부품을 결합해야 하는 상황에서 홀로렌즈2를 도입하여 조립절차를 간소화하고, 작업 완성도까지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약 50만 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우주선 작업은 매번 매뉴얼을 확인하며 작업을 하므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홀로렌즈 도입 후 8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이 한 시간 내외로 단축됐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외 폭넓은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고객사 및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충북테크노파크가 가스안전 설비의 제어와 시뮬레이션을 위하여 홀로렌즈 기술을 활용한 가상모형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추후 실제 가스설비에 적용 계획 예정이다. 산업용 AR 솔루션 기업 버넥트(Virnect)는 홀로렌즈2를 기반으로 AR 차량 수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고객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 이미 국내 기업에서도 홀로렌즈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홀로렌즈2'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SCK가 총판을 담당한다. 실제 판매를 하는 리셀러 역할은 한국씨아이엠이 담당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건복 팀장은 금일(2일) 런칭 이후 국내에서도 디스트리뷰터 매니지 파트너를 하나씩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홀로렌즈2에 대한 더욱 자세한 사양과 제품 기능은 SCK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2' 관련 질의응답

    Q. AR/VR기기, 특히 AR글래스의 사례로도 산업현장에서 원격으로 수리, 교육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홀로렌즈와 AR글래스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 기존 증강현실 장치와 홀로렌즈2의 가장 큰 차이점은 리모콘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사람의 손동작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기에 별도의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양손이 자유로워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홀로렌즈2는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머리에 착용하는 기기 하나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Q. 최근 주목받고 있는 5G 통신 기술이 홀로렌즈2를 활용할 때도 도움이 될까?

    - 홀로렌즈 기기에는 USB C포트가 있다. 동글이 있다면 이를 통해 셀룰러 망을 활용할 수도 있다.


    Q. 정확한 가격대가 궁금하다.

    - 북미에서는 MS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했지만, 국내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지 않는다. 북미에서는 3,500달러(한화 약 400만 원)에 판매됐으나, 국내 판매 가격과 관련된 가격 정책은 리셀러와 총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 부수적인 것을 제외하면, '충전기'와 '홀로렌즈 장치'가 구성의 전부다


    Q. 가격대가 높은 편인데, 보급형 출시 계획이 있나? B2C 시장에의 판매 계획은?

    - 당장은 B2B 시장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정확한 국내 판매 가격을 밝히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B2C 시장에서도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장은 B2B 시장에서 비즈니스 측면의 수요가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시장 규모가 더욱 확장되면, B2C 시장에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Q. 글로벌 시장에서는 출시한지 약 1년이 됐는데, 그동안 가장 많은 피드백을 얻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 홀로렌즈2는 글로벌 시장에 먼저 진출하고 이제 한국에도 선보이게 됐다. 기본적으로는 이전 모델인 '홀로렌즈'보다 월등히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은 배터리 소모 시간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Q.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을 통해 착용감이 3배 개선됐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수치 자료가 있나?

    - 3배 좋아진 착용감이라는 표현은 기존 제품 대비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도출한 수치다. 이마에 쓰는 부분들도 모두 편안하게 라운딩 처리를 했으며, 오랜 시간 착용하는 이들을 위해 머리끈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오래 쓰더라도 이마나 뒤쪽으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전작을 착용해본 뒤 홀로렌즈2를 착용한다면, 3배 이상의 편안함을 실제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사례가 계속 소개됐는데, B2C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 앞에서도 말했듯, 홀로렌즈 장치의 기본적인 가격 자체가 500만 원 전후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는 분명 일반적인 개인이 취미로 접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B2C용으로 판매되기 위해서는 콘텐츠도 많아져야하는데, 기존의 VR이라 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은 편이다. 반면 B2B에는 분명한 층의 수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2' 핸즈온 소감


    인터뷰까지 모든 순서가 마무리된 후, 약 10분간 홀로렌즈2를 직접 착용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실제로 착용해본 홀로렌즈2는 PS VR보다 약간 가벼웠으며, 안경을 쓴 상태로도 쉽게 머리에 착용할 수 있었다. 플립 업 방식의 바이저가 적용되어 있으므로 홀로그램 화면과 실제 모습을 쉽게 비교해보는 것도 가능했다.

    시연에서는 홀로렌즈2에 기본적으로 적용된 앱을 활용하여 기기가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 정도만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기기를 쓴 상태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하고, 아무런 컨트롤러 없이도 눈앞에 비춰진 UI를 직접 손으로 누르고, 끌고, 잡아볼 수 있었으나, 이미 VR에서도 핸드트래킹 기능을 통해 시도되고 있는 부분이라 신선하다는 느낌은 적었다. AR과 VR이 혼합된 '혼합현실' 기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여러 기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연에 활용된 기본 앱에서는 확인해볼 수 없었다.

    인상깊었던 점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편안한 착용감이었다. 기기의 생김새는 VR HMD를 떠올리게 하지만, 선글라스 형태의 AR 글래스를 착용하는 것처럼 장시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혼합현실이 녹아든 일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국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가 정식으로 출시됐으나, 일반 유저들이 홀로렌즈2를 접하기는 아직 쉽지 않은 일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을 주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등의 엔터테인먼트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은 기기이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