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괴물들을 경영하는 게임은 없는 걸까? 라는 간단한 생각에서 탄생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Lobotomy Corporation)'. 괴물들을 격리시키고 감시하는 로보토미사의 관리자가 되어 시설을 관리하는 게임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특이한 게임방식과 특유의 분위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두근두근 괴물경영!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라며 밝은 느낌으로 처음부터 유저들을 낚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이 게임은 마치 '이 만화는 치유물입니다'라는 말에 낚여 고어물들을 보게 되었던 언젠가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그 괴리감과 으스스함은 언제나 봐서는 안 되지만 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게임을 개발한 프로젝트 문(Project Moon)의 개발자들이 개발 시작 당시 대학생들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크소울과 하프라이프와 포탈시리즈 등 재밌고 퀄리티가 좋은 게임이라면 모두 좋아한다는 김지훈 디렉터와 최근 던전앤파이터에 푹 빠져있다는 이유미 개발자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만화분야까지 진출하여 진정한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다는 두 개발자.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솔직하고 재치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프로젝트 문'의 김지훈(좌), 이유미(우)



=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지훈: 안녕하세요. 저는 프로젝트 문(Project Moon)의 디렉터 김지훈입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개발한 지는 2년이 조금 넘어가고 있고요. 아주대 대학원의 미디어과에 재학 중입니다.

이유미: 저는 프로젝트 문의 기획과 밸런스 담당을 하고 있는 이유미라고 합니다. 국문과와 미디어과를 복수 전공했고 팀 내에서는 구체적인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 처음에 게임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의 젊은 개발자들이 만들어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탄생 비화가 듣고 싶습니다.

김지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게임 제작 동아리에서 이런저런 간단한 게임들을 구상해왔습니다. 게임 개발팀을 구성해서 몇 가지 기획했던 것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무산됐었는데요, 4학년 때 하나를 완성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입니다.

이유미: 그전에는 공 튀기기 같은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있었어요. 본격적인 게임 개발은 처음입니다. 그만큼 팀원들 간의 아이디어 조율이나 작업적인 면에서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어요.

김지훈: 아이디어 자체는 2주 안에 나왔어요. 평소 좋아하던 괴물들을 소재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괴물을 관리하는 게임이 딱히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려요.

김지훈: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여러 신화와 도시 전설, 동화에서 비롯된 괴물들을 관리하는 미스터리한 시설에 대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관리자가 되어 시설을 관리하고 유지시켜야하죠. 문제는 괴물들이 관리가 안 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할 때 일어나는데요. 괴물들이 탈출하게 되고 직원들을 잡아먹게 됩니다. 포인트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피해가 막심해지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시설이 혼돈의 도가니가 되지 않게 하는 것. 이게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플레이 목표입니다.

▲ 로보토미 사의 격리 시설

▲ 정신적인 피해가 심해지면 직원들도 미쳐 날뛰게 된다.


= 게임방식이나 콘셉트가 특이한데요, 다른 게임과 차별성을 두고자 한 부분이 있나요?

김지훈: 차별화를 두겠다 라기보다는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을 뿐이에요. 이 요소는 이 게임과 비슷하니까 빼자, 이건 특이한 부분이니까 넣자, 이런 게 아니라 만들고 보니 특징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애초에 참고할 만한 게임 레퍼런스는 많지 않았어요.


= 게임 콘셉트를 직접 SCP 재단과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어떤 식으로 게임 안에 녹아 들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지훈: 캐빈 인 더 우즈의 엘리베이터 장면을 아시나요? 그 장면만 팀원들 전체가 30~40번은 돌려본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괴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의 분위기를 게임으로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연출적인 부분을 많이 참고했지요.

그리고 SCP의 경우 문서를 보면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관리법이나 스토리가 정말 '있을 법하게' 적혀있는데요.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정말 일어나고 있을 법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또한, 일상 속의 소재를 이용한 부분도 참고 했지요. 그 외에는 크툴루 신화나 동화 속의 레퍼런스들을 참고했습니다.

▲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각 괴물의 괴담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 트레일러와 관리자 교육 영상도 인상 깊은데요, 이러한 영상들도 직접 구상하신 건가요?

이유미: 이것도 캐빈 인 더 우즈를 20번 정도 더 돌려보고 만들어졌습니다.......

김지훈: 네, 캐빈 인 더 우즈의 시퀀스를 역시나 참고했는데요, 메인 트레일러만 만드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다른 관리자 교육 영상들은 미술 부분을 담당하는 친구가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어요.

이유미: 그 친구가 스스로 만들고 '이거 어때?'하고 보여주면 '오 괜찮네' 하면서 홈페이지에 올려버리는 식입니다.


= 게임 아트에 대해서, 괴담을 다루면서 좀 더 호러틱한 느낌으로 구상도 가능했을 텐데 만화 그림체로 기획한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김지훈: 우선 영상이나 게임에서 나오지만, 괴리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화적인 그림체를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적이고 평온한 시설을 홍보하는 척하지만, 갑자기 피범벅이 되는 트레일러처럼요. 평범한 분위기에서 고어적 연출이 나오는 괴리감과 아이러니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그래픽이나 아트에서 인력과 시간, 돈이 부족한 면도 있었어요. 시간과 돈이 좀 더 많았더라면 달라졌을 수도 있겠죠. 앞으로 조금 달라질 수도 있고요.

게임 아트에 대해 말하자면, 처음과 많이 달라진 면이 많아요. 가장 크게는 텀블벅에서 모금 받은 후에 많이 달라졌지요. 당시 많은 분의 모금을 보고 그에 걸맞은 그래픽과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툴과 캐릭터들의 관절을 추가해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바꾸는 등 많이 발전한 면이 있습니다.

▲ 두근두근 괴물 경영!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 각각의 괴물들의 콘셉트와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게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런 환상체들은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김지훈: 디자인은 많은 레퍼런스들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먼저 콘셉트를 정하고 시작한다기보다는 먼저 밸런스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괴물이 필요한지 구상하고 그 역할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환상체를 만들어냅니다. 예로 탈출을 자주 하는 괴물이되, 초반에 등장하기에 좋은 약한 괴물이 필요하다, 이렇게 먼저 역할 군을 정하고 이에 맞는 디자인과 콘셉트를 정하는 거죠.

이유미: 아이디어는.. 그냥 생각해내는 편이에요. 그래픽 담당하는 친구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입니다. 그 친구 컴퓨터에 보면 괴물 관련 폴더에 구상해둔 게 엄청나게 많아요.


▲ 여러 컨셉의 괴물들.


= 안젤라라는 AI와의 스토리모드, 그리고 각 괴물의 스토리가 재미있는데요. 스토리상의 업데이트도 있을 예정인가요?

김지훈: 네, 일단 예정된 것으로는 부서가 지금 4개가 있는데 앞으로 10개까지 추가될 예정입니다. 각 부서당 5일 치의 스토리가 부여되고 전체적으로 50일 치의 스토리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분기에 따른 멀티엔딩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떡밥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큰 스토리모드와 각 괴물에게 '뿌려둔 떡밥'들이 많아요. 조금씩 밝혀질 예정이고요. 그리고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확실한 엔딩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요.


= 버그 픽스나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이 빠른 편인데 어떤 식으로 관리 하시나요?

김지훈: 일단 버그와 난이도에 대해서는 유저 피드백을 보면서 찾아내는 편입니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보면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심하게 어려워하거나 플레이가 재미없을 정도로 성가실 경우 너프하고 있지요. 그 외에도 예를 들어 벽을 보는 여인의 갑툭튀 같은 이벤트에 대한 비호감이 많아서 삭제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아직은 유저 피드백에 대한 면역이 높지 않아서 볼 때마다 조금 힘들긴 해요.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유저 피드백에 임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메일로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고 개선점에 대한 장문의 피드백도 받고 있는데 언제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버그 잡아라


= 게임을 실제로 해보니 익숙하지 않은 UI와 다소 불친절한 튜토리얼 때문에 게임 난이도가 조금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부분에서 개선안이 예정되어 있나요?

김지훈: UI는 저희가 봐도 좀...(웃음) 하지만 아직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먼저 시스템과 콘텐츠를 늘리는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환상체의 수를 늘리고 게임 콘텐츠가 확보되면 손댈 생각입니다. UI와 튜토리얼을 개선해 진입 장벽을 차차 낮출 생각입니다. 물론 모두 런칭 전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 괴물 관리하는 것 외에 다른 플레이할 요소들도 혹시 추가될 예정이 있나요?

김지훈: 먼저 돌발 이벤트나 각 스테이지마다 일일퀘스트와 도전과제를 부여하는 정도를 구상 중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방향성은 괴물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해요. 게임 목표가 시설의 안정화를 추구하는 것이니까요. 괴물을 관리하면서 생기는 시행착오들을 겪고 해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니만큼 이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랜덤 성 이벤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도 많거든요. 조금 더 논의하고 있습니다.

▲ 괴물 특성에 따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


= 번역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얼리억세스 이후 개선될 요소들에 대하여 궁금합니다.

김지훈: 번역에 대해 가장 비판받았던 이유는 초반 부분의 번역이 문제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처음에는 업체에 맡겼다가 친구에게 부탁했다가 하면서 짜깁기를 하다 보니까 뒤죽박죽이 됐었습니다. 번역의 키메라였지요. 지금은 한 사람에게 부탁해서 통일시켰습니다. 러시아나 중국 쪽에서도 연락이 와서 텍스트를 보내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전달이 너무 늦고 그래서 잘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반면 일본 쪽에서는 자발적으로 번역을 해주셔서 니코동이나 트위터를 통해 홍보가 된 적이 있어요. 공식적으론 영어와 한국어만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저희로서는 정말 감사했지요.


= 정식 출시는 언제쯤으로 예정되어 있나요?

김지훈: 10월에 정식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식 출시 후에 콘솔과 모바일 쪽으로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XBox로 출시하고 싶다는 욕심이 개인적으로 있는데요, 다른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무엇보다도 멋있으니까요! 윈도우와의 연계도 좋고요.


= 게임 아이디어도 좋고 유의미한 성과도 낸 만큼 퍼블리셔나 업체에서 많이 연락이 왔을 것 같습니다.

김지훈: 많이는 아닙니다.(함박웃음). 기억나는 건 디스워오브마인(This War of Mine) 개발 측에서 연락이 왔었던 것인데요. 개발 초기에 퍼블리싱을 제안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의 상황과 맞지 않았어요. 좀 더 완성도가 높은 버전을 요구했는데 저희 속도로는 일정에 맞추기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괜찮게 봐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당시에 안되는 영어로 버벅거리며 대화했던 게 생각나요.



= 마지막으로 젊은 개발자로서 차기작이나 추후의 계획이 있으실 것 같은데 포부 한 말씀 부탁드려요.

김지훈: 마음 속에 다음 게임에 대한 구상은 언제나 있긴 합니다.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은 액션 게임이에요. 액션이 주가 되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액션의 연출이 들어간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게임은 상업성과 게임 간의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게임 플레이 자체에 영향을 주는 과금은 안 되겠지요. 스킨과 같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를 구입할 수 있는 형태의 상업성이 들어간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먹고 살 수 있는 게임이자, 유저와 윈윈할 수 있는 게임이요.

그리고 발전해서 역량을 키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목표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콘셉트이더라도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가진 게임들을 만들고 싶어요. 마블이나 페이트의 세계관이라던가, 하프라이프와 에퍼쳐 사이언스와 같이요. 언젠가 제 역량이 될 때 이런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들을 개발하는 것이 꿈입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 대한 업데이트와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스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