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대체 왜 죽은 거야?"

게임을 하다 보면 캐릭터는 죽기 마련입니다. 몬스터에 맞아 죽기도 하고, 낭떠러지에서 허무하게 추락해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에서 캐릭터의 죽음은 비일비재한 것이고, 하나의 '유저 경험'으로서 취급되기에 '나쁘다'고 말할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그 죽음의 원인에 대해 납득할 수 있다면 말이죠.

가끔 게임 내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도대체 어쩌다 죽은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시야 내엔 아무것도 없어 보였는데 어느새 캐릭터는 단말마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죠. '게임상의 버그'로 인한 것인지, '핵 유저'에 의한 것인지, 혹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적군'에 의한 것인지 알 방도가 없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민코넷(Minkonet)'은 '3D 리플레이 솔루션' 개발 업체입니다. 게임 내에 발생한 모든 행위와 사건들을 프레임 단위로 기록하여 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죠. 단순한 '재생'이 아닌 '재현'이기에 게임 내 모든 의문요소를 낱낱이 파헤쳐낼 수 있습니다. 즉, 더 이상 '영원한 의문사'는 없다는 뜻이죠.

최근 '배틀그라운드'에 '데스캠' 서비스를 제공하며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민코넷, 그들이 만들어낸 리플레이 솔루션의 가치와 그 비전을 인벤에서 소개해드립니다.





▲ 민코넷 이동활 CTO

인벤 -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민코넷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동활 CTO(이하 이동활) - 안녕하세요. 민코넷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는 이동활이라고 합니다. 저희 민코넷은 2014년 말에 설립된 회사로 '3D 리플레이'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왔습니다. 이번에 '배틀그라운드'가 저희 첫 번째 대형 계약 건이 됐죠. 앞으로 다양한 용도로 이 기술을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인벤 - 게임 속에서 리플레이 기능을 자주 접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솔루션으로서 접하는 건 다소 생소한 일입니다. 민코넷의 '3D 리플레이'는 어떤 용도와 기능을 갖추고 있나요?

이동활 - 리플레이의 용도는 크게 3개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킬캠'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 '배틀그라운드'에는 '데스캠'이란 명칭으로 적용이 되어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워낙 맵의 크기가 넓다 보니 본인이 죽어도 어떻게 죽었는지를 모르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죠. 이런 상황을 3D 리플레이를 통해 다른 시점으로 관찰하여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 전술을 세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용도는 '콘텐츠 제작'입니다. 슬로우모션, 정지, 프리카메라 기능 등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본인만의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관련 영상들이 상당히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용도로는 '치팅 방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게임이 유명해지면 거의 반드시 '치터'가 생기는데, 리플레이 기능을 통해 치터의 시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플레이어가 실제로 '핵'을 사용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증거로 남길 수가 있는 거죠. 실제로 '배틀그라운드'에는 리플레이를 감상하다가 핵 유저를 발견할 시 바로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상태입니다.


인벤 - 아, 만약 '스타크래프트'에 솔루션을 적용한다면 이용자가 저글링 시점으로도 관람할 수 있는 건가요? 긴박감 넘치는 전장 속에 직접 들어간 것처럼요.

이동활 - 가능합니다. 게임 내 존재하는 오브젝트의 시점으로 관람할 수도 있고, 프리 카메라를 통해 자유자재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시간대를 조절해가면서 더욱 다양하게 볼 수 있죠.

▲ 출처 : 유튜브 '50'


인벤 - 흔히 떠올리는 화면 녹화 방식의 리플레이와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이 솔루션의 적용 원리와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이동활 - 기본적으로 언리얼과 유니티 엔진을 사용해야 합니다. 해당 엔진의 경우, 이미 기본적으로 완성이 된 상태이기에 플러그인 방식 혹은 엔진 소스를 직접 수정하는 방식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개발사들은 아무래도 자사의 게임에 맞춰 약간의 수정을 가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엔진 내 리플레이 소스 코드 역시 변경해야 하죠. 이번에 '배틀그라운드' 역시 그러한 과정을 다소 거치게 됐습니다.

■ 게임 플레이 레코딩 방식

□ 동영상 레코딩

게임 플레이 시 기기의 화면을 캡쳐하여 동영상으로 레코딩하고 동영상 플레이어를 통해 재생한다. 생성된 동영상을 유튜브, 트위치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유도 가능하다.

장점 : 게임이 없는 사람도 동영상 플레이어만으로 재생이 가능하다.
단점 : 게임플레이 시 퍼포먼스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생성된 동영상의 파일이 크다.

□ 데이터 레코딩 (배틀그라운드 적용 방식)

게임 플레이 내용을 리플레이 데이터로 캡쳐하여 파일 형태로 레코딩하고 재생한다. 게임 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브젝트의 위치, 자세, Property의 변화 내용, 함수 호출 내역을 기록하여 리플레이 파일로 저장한다. 재생할 때는 게임에서 리플레이 파일을 로딩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된 오브젝트의 위치, 자세, Property를 적용하여 함수 호출를 실행함으로써 플레이 내용을 재현한다. 또한, 동일 게임을 가지고 있는 타 유저에게 리플레이 파일을 전송하여 공유할 수 있다.

장점 : 생성된 리플레이 파일의 크기가 작고, 재생할 때 다양한 카메라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다.
단점 : 게임이 없는 사람은 리플레이를 재생할 수 없다.


인벤 - 화면이 아닌 데이터 그 자체를 캡쳐해서 재현해내는 기술이군요. 스타트업으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개발하면서 겪은 애로사항은 없으셨나요?

이동활 - '무엇을 얼마나 캡쳐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습니다. 저희 솔루션은 오브젝트의 좌표값, 자세 등의 데이터를 캡쳐해서 레코딩한 후 '재현'하는 방식입니다. 처음 개발할 당시 오브젝트의 초기 좌표값과 속도 등만을 재현했더니 올바른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플레이할 때의 프레임과 재현할 때의 프레임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모든 오브젝트의 매 프레임 값을 캡쳐하자니 데이터가 너무 막대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리플레이 기술을 개발하는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벤 - 민코넷 외에 이와 유사한 기술을 구사하거나 개발한 곳이 있나요?

이동활 - 앞서 말씀드렸듯, 저희 3D 리플레이 솔루션은 영상을 녹화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데이터를 캡쳐하는 방식입니다. 오브젝트 상태값 등을 캡쳐하여 재현해내는 방식이죠. 이런 형태는 이전부터 존재는 했습니다. 하지만 오픈월드 장르 게임이나 '배틀그라운드'처럼 규모가 막대한 데이터에 적용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인벤 - 미술관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처럼 대다수의 관람물은 어느 정도의 '정석적인 경험'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3D 리플레이 솔루션'의 기본적인 골자는 정형화된 시점의 경계를 넘어서 자유롭게 관람한다는 것이고, 이는 관람자들의 시점이 제각각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혹시 이러한 '경험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없을까요?

이동활 - 말씀하신 부분은 이해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기존 게임에서 제공했던 '시점'이나 '가이드라인'을 저희 역시 솔루션을 통해 동일하게 제공하면 해결되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다른 시점을 추가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개념으로 보면 '이득'이 될 수는 있어도 '해'가 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 다른 시점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재미


인벤 - 사실 처음에 약간 생소하고 낯선 분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왜 '3D 리플레이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하셨나요?

이동활 - 처음엔 게이머를 위한 SNS를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저를 비롯해 직원 두명이서 어떤 것이 진정 게이머를 위한 SNS일까 고민을 했었죠.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 게 주소록을 기반으로 메신저 친구를 찾는 것처럼 자신의 게임 취향을 사전에 체크해서 등록한 뒤 그 성향에 따라 친구를 추천해줄 수 있다면 굉장히 재밌는 서비스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게임 플레이도 동영상으로 공유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싶었죠.

당시 모바일 게임이 굉장히 '핫'해지는 시기였기에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 사양이 크게 높지 않았던 터라 게임 플레이를 동영상을 녹화하는 게 기기에 상당한 부담을 줬습니다. 데이터 소비량 역시 만만치 않았죠.

그때 문득 '아, 동영상으로 캡쳐하지 말고 게임 데이터 그 자체를 캡쳐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과정 필요없이 라이브러리 형태로 제공 가능한 리플레이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언리얼과 유니티를 중심으로 리플레이 플러그인을 개발해보자는 결심이 들었죠.


인벤 - '3D 리플레이 솔루션'이 e스포츠 중계에 활용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혹시 게임이 완전히 종료되어야만 리플레이를 관람할 수 있는 건가요?

이동활 -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레코딩을 할 때 데이터를 청크(Chunk)라는 단위로 저장하여 '리플레이 서버' 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기본은 10초 단위로 저장해서 전송을 하므로, 개발사 측에서 원한다면 10초 지연된 '라이브 리플레이'를 재현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에도 플레이어나 시청자들이 '리플레이 서버'로 부터 청크들을 내려 받아 재생하면 실제 게임 진행보다 10초 늦은 라이브 리플레이를 감상할 수도 있는 거죠.


인벤 - 민코넷의 '3D 리플레이 솔루션'이 적용되면 한층 매력적일만한 게임 장르는 무엇일까요?

이동활 - 저희 '3D 리플레이 솔루션'은 말 그대로 '리플레이'가 핵심이기 때문에, '리플레이'가 볼만한 게임들이 주요 타겟입니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경쟁적(Competitive)'이고, '안티 치팅(Anti-Cheating)'이 필요하며, 실력에 근거하는(Skill-Based) 게임들이 되겠네요.

▲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한 '배틀그라운드'


인벤 - 접근성도 좋고, 상당히 매력적인 기술로 와닿습니다. 러브콜도 상당히 많이 받고 계실거 같은데요. 협업 중이거나 예정된 게임이 있나요?

이동활 - 협의 중에 있지만, 아쉽게도 밝힐 수는 없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인벤 - 게임 외에 리플레이 솔루션을 적용할 만한 장르나 콘텐츠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동활 - 게임 외 콘텐츠에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본인이 쌓은 데이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다양한 곳에서 연락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3D 리플레이 솔루션'은 캡쳐 후 수정이 가능합니다. 즉, 기존의 갈색이었던 오브젝트를 빨간색으로 바꿀 수도 있고, 텍스처 자체를 새로 입힐 수도 있죠.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재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를 응용해 네이티브 애드(Native AD, 주요 콘텐츠와 결합된 자연스런 광고 방식)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게임 플레이 때는 단순한 오브젝트였던 것이 리플레이 때는 특정 상품 텍스처를 입고 등장한다거나, 게임 내 간판에서 영상 광고가 출력된다거나 할 수가 있죠. 현재 이런 기술에 대한 특허도 신청한 상태입니다.

▲ 자연스럽게 상품을 노출할 수 있다


인벤 - '3D 리플레이 솔루션'이 대중화된다면 앞으로 개발될 게임들의 디자인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민코넷의 '3D 리플레이 솔루션'은 과연 게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이동활 - 저희 슬로건이 'Revolutionized Video Contents for Gamers(게이머를 위한 혁신적인 비디오 콘텐츠)'입니다. 게임사는 홍보를 해야 하고 노출을 해야 하죠.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바이럴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결국, 남들과 다른 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다면 안 쓸 이유가 없겠죠.

앞으로 게임 리플레이가 좋은 바이럴 마케팅 성과를 내게 되면, 게임 개발자들 역시 '리플레이가 매력적인' 디자인을 내놓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벤 - 마지막으로 민코넷이 바라보는 궁극적인 비전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동활 - 세상의 모든 주요 게임들의 리플레이를 공급하고 싶습니다(웃음). 궁극적으로는 저희 '3D 리플레이 솔루션'이 일반적인 '게임 엔진'과 '게임'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