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레드 김대훤 CEO

시간이 되면 모두 한 곳에 모여 죽고 죽이는 필드 분쟁전이 특징이었던 '액스(AxE)'. 넓은 필드에서 시원하게 뛰어다니는 모션과 나를 죽였던 적을 추적해 사냥하는 재미가 인상적이었다. 작년 9월 출시한 '액스'는 어떤 우여곡절을 통해 개발되었을까? 출시까지뿐만 아니라 그 이후 운영에서는 어떤 어려운 점들이 있었을까?

넥슨레드의 김대훤 CEO는 '큐플레이', '메이플스토리'의 개발팀장, 넥슨지티 개발총괄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넥슨레드의 대표이사 및 총괄프로듀서를 겸임하고 있다.

금일(24일) 개최된 'NDC2018'에서 'AxE 포스트모템' 강연에서는 모바일 MMORPG '액스'의 개발 뒷이야기와 개발시점에서의 고민을 전략적 시점에서 들어볼 수 있었다. '액스'의 중점 콘텐츠인 대규모 분쟁전 RvR 개발에 대한 자세한 개발기, 완성도와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서비스 이후의 이야기까지, '액스'의 탄생과 서비스 전과정의 개발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 전에 넥슨레드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다. 김대훤 대표는 “넥슨레드는 팀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레드는 1호기의 색이 아닌가. 파워레인저를 봐라(웃음). 넥슨을 넘어 한국 게임계에서 1호기가 되자, 그에 걸맞은 스튜디오가 되고자 짓게 된 이름이다”라고 소개했다.


진영 간 대립이 중심인 모바일 MMORPG, '액스'
'액스'의 키 포인트, 대립, 모바일, 액션, MMORPG


이어 김대훤 대표는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내용은 달라져도 큰 틀인 ‘생각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는 주요 메시지(Key Message)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 페이지로 표현할 수 있는 제안서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대훤 대표는 “개발단계란, 이 두 가지를 다듬어 나가고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제든 개발진 전체가 이 내용을 공유해 하나의 방향에 맞춰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액스'의 주요 메시지는?

그럼 ‘액스’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김대훤 대표는 ‘액스’의 주요 포인트를 정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했다. 모바일에서 액션RPG가 흥행하면서 이에 조금 다른 액션 RPG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초반 ‘액스’의 구성은 백뷰에서 액션의 감이 콘솔과 비슷한,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초반 ‘액스’는 스테이지가 있는 방식이었으며, 이후에는 스테이지를 삭제하고 맵의 여러 지점을 배치해 더욱 필드를 넓게 쓸 수 있는 RPG로 변화했다.

김대훤 대표는 “'액스'의 개발이 시작된 지 1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고민이 시작됐다. MORPG가 영 끌리지 않는다는 문제였다. 개발진들의 생각만이 아니었고, 시장의 동태도 그러했다. 다른 게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MMORPG로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방향을 틀어야겠다.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났다. 분명 다른 회사들도 MMORP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고, 따라서 일반적인 MMORPG가 아니라, 그다음의 다음을 생각해야 했던 것이다. 어떤 MMORPG를 만들 것인가? ‘액스’가 중점을 둔 요소는 ‘경쟁’과 ‘대립’이었다.


경쟁과 대립

MMORPG에서의 핵심은 많은 유저가 함께하는 협동과 경쟁이다. 김대훤 대표는 “PC에서도 진영과 종족의 대립을 메인으로 하는 게임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진영 간의 대립 요소를 모바일로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잡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액스’는 진영을 선택하고, 진영별로 세 가지 직업을 선택해 플레이하는 구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진영 간의 대립이 중요한 만큼 양 진영의 인구를 강제적으로 맞춰주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넓은 필드를 두 진영이 함께 사용하고, 성장하면서 퀘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엮여 대결하도록 월드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또한, 특정 시점에서는 특정 장소에서 분쟁전을 즐기도록 구성됐다.



두번째 키 포인트는 ‘모바일’이다. 단순히 플랫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모바일다운, 모바일에 적합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넓은 필드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 기술적 고민이 이루어졌으며, 기획적 측면에서는 유저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의 대결을 원활하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데 중점이 맞춰졌다. 적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편의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액션

PC MMORPG에서도 트랜드는 변화했다. 느린 이속, 타겟팅 방식으로 몹하나 계속 때리게 되는 느린 템포에서, 시원시원한 논타겟 방식으로 진화했다. 김대훤 대표는 이를 모바일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시원한 액션. ‘액스’의 집단과 집단 간의 전투와 상충하는 면이 있었다. 수많은 유저가 빠른 액션으로 전투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서포트가 필요했다.

▲편의 시스템

모바일과 액션 부분을 서포트할 편의 시스템에는 적 캐릭터의 직업과 거리 등을 표현해주고 바로 클릭해 타겟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겟팅 어시스턴스, 전황에 따라 명령을 내리고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해주는 상단 미니맵, 그리고 PVE나 PVP에서 주위 유저들을 모아주는 자동 파티시스템 등이 추가됐다. 특히 미니맵에서는 모든 진영 유저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되며, 진영에 누가 침입했는지, 나와 전투를 했던 유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됐다. 김대훤 대표는 “모바일에서 적합한 플레이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MMORPG

MMORPG에서는 ‘필드’를 키워드로 잡았다.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는 게임인 만큼 중요한 것은 뛰는 모션을 멋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또한, 필드에 모든 콘텐츠를 배치해 별도의 로딩없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액스' 출시 이후, 아쉬웠던 점은?
"성장의 목적이 되는 콘텐츠가 부족했다"

RVR을 강조한 ‘액스’ 출시 이후 초기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게임 대상에서도 우수상 및 게임 기획상과 시나리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년 말까지는 TOP10을 유지했으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훤 대표는 이와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를 진영끼리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RVR의 독특한 콘셉트, 자동전투가 불가피했던 성장 중심의 모바일 RPG에서의 살린 보는 맛의 액션성, 그리고 넓은 필드에서 자유롭게 연출하는 카메라에서 찾았다.

아쉬웠던 점은?

출시를 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끝은 아니다. 이후 운영 부분에서 어떤 게임이든 우여곡절을 겪기 마련. 김대훤 대표는 “하지만 시작은 이제부터가 아닐까? 이후의 서비스에서 아쉬운 점은 참 많았다. 기간대비 많은 피쳐를 내놨던 의사결정권자로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게임이 지속적으로 롱런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액스’는 PVP와 PVE 콘텐츠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하지만 ‘액스’의 문제는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가를 확인하는 콘텐츠가 콜로세움에서의 티어 뿐이라는 점이었다. 성장의 결과를 확인하는, 성장의 목적이 되는 콘텐츠가 빈약했던 것이다.

또한, 성장을 빠르게 진행하고 장비를 교체하도록 구성한 ‘액스’의 방식도 문제가 있었다. 김대훤 대표는 “PC MMORPG 캐릭터를 키우고 모바일에서는 장비를 키운다. 유저에게는 지겨워진 UR, SSR 등. 우리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따라서 성장을 빠르게 만들고 장비를 교체하도록 유도해 다시금 성장에 동력을 넣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저가 인식한 바는 조금 달랐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성장시킨 장비를 교체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많았던 것이다.

▲유저의 콘텐츠 소모 속도는 예상보다도 빨랐다.

이와 더불어 넥슨레드의 판단미스는 유저의 콘텐츠 소모 속도에도 있었다. 장비를 교체하도록 만드는 시점에 유저는 이미 게임 콘텐츠를 소모한 상황이었고, 그 시점에서 장비를 교체하라는 것은 ‘게임을 다 했다’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장비를 바꿔 다시 성장시키느니 차라리 다른 게임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김대훤 대표는 “다른 게임으로 눈을 돌리도록 하는 트리거가 된 것 같다. 이때부터 게임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이는 차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액스', 그럼 어떻게 해야 했나?
대립 콘텐츠의 유기적인 연결이 중요했다

그럼 ‘액스’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김대훤 대표는 가장 먼저 성장의 목표가 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욱 보강했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개인과 집단의 목표가 되는 레이드나 길드전을 통해 나와 집단의 강함을 뽐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던 것이다. 김대훤 대표는 “우리도 알고는 있었다. 작년 1분기 MMORPG로 방향을 바꾸면서 급하게 개발이 진행됐다. 목적형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당시를 생각해보면 갈림길에서 고민이 많았다. 전략적으로 9월에 출시할 것인가, 좀 더 보강해서 출시를 미룰 것인가의 갈림길에서.”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액스’의 출시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넥슨레드는 진영 간의 대립이 많은 이벤트를 만들어주고 이러한 싸움의 이벤트 자체가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했다. 유저 간의 대립이 성장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김대훤 대표는 “유저들끼리 부딪히게 해주면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기로 작동할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잘 안됐다.”고 설명했다.

그럼 왜 ‘액스’의 대립요소는 충분한 콘텐츠가 되지 못했을까? 김대훤 대표는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액스’에는 한 채널당 25~30명 정도로 구성된 진영, 두 진영을 합하면 50~60명 정도가 플레이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상 실제 집중해 플레이하는 유저는 많지 않았고, 그마저도 다른 채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 만큼 진영 간의 소속감이 부족해졌고 몰입감이 떨어졌다. 따라서 대립의 콘텐츠는 많지만, 각각 따로, 산발적으로 소비된 것이다.

▲소속감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 김대훤 대표는 “소회를 밝혀본다면, 진영간, 그리고 개인 간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알려줘서 유저들이 ‘액스’의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지원을 간 유저는 영웅이 되고, 징표와 같은 보상을 받는 식으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야 했다. 이렇게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서는 모바일에서 잘 작용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김대훤 대표는 PK의 보상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요소로 꼽았다. 유저 간의 필드PK가 주요 콘텐츠 중의 하나였지만 넥슨레드가 고민한 부분은 이러한 PK가 게임의 플레이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PK의 보상은 적게 측정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유저로 하여금 게임 속에서 영웅이 될 수도, 많은 보상을 받아갈수도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액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일반적인 목적 콘텐츠의 보강, 그리고 RVR 콘셉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또한, 유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시스템 또한 필요했다. 접속을 끊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려줌을 통해 진영에 몰입하도록 해야 했던 것이다. 김대훤 대표는 “모바일 특징에 맞춰 계속 개발해나가는 것이 우리 ‘액스’ 라이브 팀의 서비스 목표다”라고 전했다.

또한, 장비 교체에 대해서 김대훤 대표는 “다소 급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덱중의 하나도 아니고 장비를 바꾸는 것이었으니까. 성장 관련 매커니즘은 다소 보수적인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메인을 지키되 부수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RPG는 꾸준히 성장시키고 그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재미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넥슨레드가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 AAA급 캐릭터 콜렉팅 RPG와 AAA MMORPG가 소개됐다. 김대훤 대표는 “1호기의 넥슨레드. 우리는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RPG 위주의 시장이 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보다 완성된 모양으로 유저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정말 멋진 것을 만들고 싶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