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창 인기가 대단한 영화를 보러 영화관을 찾았다. 팝콘과 콜라를 장전하고 슬슬 CF가 끝나갈 무렵, 스마트폰을 종료하다가 깜짝 놀랐다. 영화관에 울려 퍼진 아주 올드한 멜로디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CF가 이 노래를 썼지?"하고 생각하며 스크린을 본 순간, CF가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효자가 되어 버려서 영화의 여운도 깊었지만, 그보다도 광고가 너무 기억에 깊게 남았다. 그동안 본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는 다른 광고. 비록 원작 PC 게임이 있었으니까 가능했을지 몰라도, 적절하게 코믹과 감성, 그리고 게임 플레이라는 '정보'까지 모든 부문에서 잘 담은 광고였다고 생각한다.


매년 수많은 게임이 나온다. 수백 개가 넘는 게임이 등장하면서 그만큼 홍보, 마케팅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졌다.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마케팅의 전쟁이 시작됐고, 특히나 마케팅의 입지가 매우 중요한 모바일 게임은 더더욱 마케팅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각종 광고 노출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이런 경쟁이 일어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연예인을 기용한 CF다.

2018년만 추려도, 벌써 5월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대략 21건의 연예인 마케팅이 진행됐다. 그중 한 건을 제외한 모든 게임이 모바일 게임이었다. 2017년, 2016년을 거슬러 올라가 봐도 비슷하다. 연예인을 기용한 CF는 모바일 게임 마케팅에서 크게 두드러진 트렌드였다. 게이머들도 게임 CF를 생각하면 연예인 CF부터 떠오를 정도로 정말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나왔다. 유명인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게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제공되지 않는 형태의 CF가 눈에 띄게 늘어나며 오히려 이런 CF가 트렌드가 아닐까 할 정도로 많아졌다. 대부분의 게이머들도 연예인이 등장했던 CF에서 게임의 모습을 본 적은 드물다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다.

과거와 달리 정말 수많은 유명인들이 게임 CF, 홍보 모델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형태의 광고가 이렇게 많이 등장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사, 혹은 대행사들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브랜딩'이다. 연예인의 이미지, 자신들의 게임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려는 전략이다. 삼국지하면 이문열이라던가, 축구 게임은 차범근 감독과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나름 '전략'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포장이고, 허구다. 게임과 어울리는 유명인은 몇몇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고 매우 한정적이니까. 하다못해 평소에 게임을 많이 하고, 게이머라고 소문이 난 배우나 연예인들은 드물다.

다른 요인은 바로 비주얼, '그래픽'이다. 모바일 게임들이 주로 해당되는 케이스다. 모바일 게임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맞춰서 개발이 된다. 모바일 게임 특성상, 작은 화면에서는 훌륭한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걸 그대로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보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PC 온라인, 콘솔 게임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이 게임들, 어떤 게임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까?

거기다가 터치 인터페이스 특성상, UI의 구성이 비슷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부 게임성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게임의 외형 자체는 비슷해 보일 수밖에 없는 현상은 부정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액션 RPG, MMORPG 등 인기 장르들은 서로의 비주얼이 비슷해졌다. 그래픽 개성이 떨어지니 이를 비주얼성이 강한 CF에 부각할 수도 없다. 결국 게임성이나 콘텐츠보다는 모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CF 형태를 채택하게 된다. 게임 CF에, 정작 '게임'은 없다.

편차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유명인을 동원한 CF는 추가적인 바이럴 마케팅과 함께 수십억 원단위로 예산이 집행된다. 선정된 모델의 유명세가 높을수록 예산은 더욱 높아진다. 이렇게 CF를 진행한 게임들은, 결국 마케팅비 또한 메꿔야 하기 때문에 결국 그 비용이 유저들에게 고스란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

게이머들은 까다로운 소비자다. 일반 소비자들도 자신이 사려는 상품,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소개를 보지도 않고 구매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게이머들은 자신이 플레이하려는 게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정보 수집욕이 강하다.

결국, 게이머들에게 유명인만 등장하고 게임에 대한 설명이나 소개는 없는 CF는 나쁜 인상을 주었고, 게임들에도 적잖이 실망했다. 설령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CF가 만들어진 이상 게임에 대해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으니 "개성 없는 게임성을 숨긴다"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오죽하면 "연예인 CF 게임은 거른다"라고 할 정도였다.

일본에서 제작한 '그라비티 러시2'의 CF 'GRAVITY CAT'.

기본적으로 광고, CF는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서 만들게 된다. CF는 아무래도 미디어 특성상 게이머들이 주로 이용하는 채널뿐 아니라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노출이 많이 됐다. 그렇기에 연예인 CF는,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층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해할 수는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번 '게임 이용자'들의 분포를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2017년 대한민국 게임 백서는 만 10-65세의 국민(n=3,013)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0.3%가 게임을 이용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6년에 비해서 2.4% 증가한 수치이고, 이 중 모바일 게임은 이용률이 59.8%에 달했다. 또, 2008년 조사 결과에서는 게임을 이용한 인구는 약 75%에 달한다고 나타났다.

2008년 한일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른 게임 이용자 분포

2017년 게임 이용률

이 조사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게임 이용층의 변화다. 2008년 자료에 의하면 게임 이용 인구가 10대는 거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30대까지도 60%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러나 40대 이용자들은 절반도 채 되지 않을 정도의 응답자가 게임을 이용했었다.

반면 2017년 자료는 뚜렷한 변화가 일어났다. 10대부터 30대까지는 응답자의 90%에 가까운 수치에 달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40대는 약 53.1%, 50대는 58.6%, 60~65세의 응답자 역시 51.9%에 달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이용했다. 게임을 이용하는 인구의 분포도가 매우 높아진 점. 그만큼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게임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뚜렷하게 많아졌다는 뜻이 된다. 이제 '게이머'들이 정말 많다는 거다.

10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게임을 이용한 인구가 70%를 웃돈다는 건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사회적으로도 게임을 아는 사람도 많고 게이머도 많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하드코어한 게이머층은 비록 적을지 몰라도 게임에 대해 이해하고, 알고 있는 유저들은 과거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게임 CF가 주로 노출되는 채널에도 변화가 있었다. 공중파, 혹은 TV 채널에만 국한됐던 게임 CF는 이제 유튜브나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인터넷 방송 및 미디어로도 송출이 되는 시점이다. 특히 스트리밍 계열의 인터넷 방송은 '게임'을 이용하거나 잘 알고 있는 유저들이 이용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FIFA18 'El Tornado' 트레일러. 피파온라인4도 이를 이용해 좋은 CF를 제작했다.

게임 이용층의 변화, 그리고 CF 노출 채널의 변화 및 다양화는 부정할 수 없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변화했다면 당연히 CF도 변화해야 한다. 이제는 게임 CF의 변화와 새로운 프레임을 생각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게이머들에게 노출이 되는 상황이 예전에 비해 더욱 높아졌는데, 프레임은 몇 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이제는 과거처럼 연예인이나 배우의 유명세로 브랜딩 파워만을 노린 형태의 CF는 더 이상 신선하게, 좋은 인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게임 CF의 프레임 변화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혹은 케이블TV 채널이나 영화관에서 게임 광고를 볼 때도, 연예인 기용 여부와는 관계없이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광고가 점점 늘고 있다. 굳이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혹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콘텐츠 정보를 포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예인의 브랜딩 파워를 이용해서 게임을 홍보하는 CF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앵그리니슨52'처럼, 유명인 효과를 좀 더 효과적으로 게임과 접목시킬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