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멀스 임종균 대표

"콘텐츠는 왕이다(Contents is King)"
- 빌 게이츠,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무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부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증명하듯, 이제는 어떤 문화든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은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한 VR 산업 또한 예외는 아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VR 산업이 다음 단계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VR만의 콘텐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늘(2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2018 부산 VR 페스티벌'에서는 'VR 게임의 왕이 되는 방법'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강연을 들어볼 수 있었다. 강연자 임종균 대표는 와이제이엠게임즈의 게임 부문 부사장이자 관계사인 VR 게임 개발사 원이멀스의 대표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오늘 강연을 통해 게임의 역사를 짚고, 그를 통해 VR 산업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VR 산업의 미래, 게임의 역사 속에서 찾는다
급성장은 언제나 킬러 콘텐츠로부터 시작됐다

원이멀스의 임종균 대표는 VR 산업의 미래를 게임의 역사 속에서 찾는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처럼 아직 태동기 단계인 VR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이전 게임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콘솔 게임에서부터 시작됐지만, 한국에서 게임이 제대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PC 온라인 게임부터였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PC 온라인 게임이라고 부르는 장르는 1996년 ‘바람의 나라’가 출시되면서 시작됐다. ‘바람의 나라’는 2011년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되는 멀티 온라인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게임은 대중화된 문화가 아니었다. 관련 전공자들이나 ‘너드(Nerd)’들이 하는 소수만의 문화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게임의 대중화는 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면서 시작된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1’도 이때 출시됐다.

▲PC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는 스타크래프트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온라인 게임들의 파급력은 한국의 PC방 개수가 급증했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6년 ‘바람의 나라’가 출시됐을 때 300개였던 PC방 개수는 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면서 6,000개가 되었으며, 1999년에는 15,000여 곳에 달했다. 임종균 대표는 당시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 당구, PC방이었음을 이야기하며, 그만큼 온라인 게임이 대중적인 놀이문화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 모바일 게임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2009년도에 KT에서 아이폰 3G를 처음 도입했을 때, 당시 모바일 게임은 피처폰을 기반으로, 이동통신사 3사가 콘텐츠를 주도하고 있었다. 아이폰의 애플과 같은 단말기 제조업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바일 게임 콘텐츠를 주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임종균 대표는 “당시 우리는 모바일 게임은 오픈 마켓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통신사와 경쟁을 하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당시의 모바일 게임은 도트그래픽의 단순한 게임이 전부였다. 시장규모도 1,200억 원 정도로, 약 1조 원의 규모를 가진 PC 게임 시장에 비하면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시장이었다.

그리고 2010년 카카오톡이 런칭했다. 당시에는 이 플랫폼으로 게임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2년 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친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니팡’이 출시됐다. 그리고 두 달 만에 1일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당시 카카오톡의 이용자가 총 5,000만 명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그중 20%에 육박하는 이용자가 매일매일 애니팡을 즐긴다는 뜻이었다.


임종균 대표는 애니팡의 성공은 게임을 하지 않았던, 유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어린이, 여성, 그리고 장년 유저들이 게임을 하게 되는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스마트폰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스타크래프트와 애니팡은 각각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급성장할 수 있게 만든 ‘킬러 콘텐츠’였다.


아직까지도 VR에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
점차 규모를 늘려온 VR 산업, 이제 필요한 것은 킬러 콘텐츠

다시 VR로 돌아가 보자. VR 방은 2016년 전국에 16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1년 후 2017년에는 200개로 증가했다. 물론 비율로 보자면 급증한 수치이기는 하나, 아직도 200개에 불과한 상태다. 하지만 핫플레이스를 기준으로 보면 조금 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PC방 수와 VR 방 수가 같은 것이다. 핫플레이스 기준으로는 VR 방이 성행하고 있다.


기존의 PC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과는 다르게, VR은 테마파크를 위주로 발전되고 있다. 에버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보다는 작으면서도 위치상 유리한 도심에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대, 일산, 송도, 제주에 여러 곳이 오픈되었으며, 일본도 마찬가지로 오사카, 삿포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VR Zone 신주쿠는 런던에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임종균 대표는 YJM게임즈도 부산의 KNN과 함께 부산 지역에 테마파크를 계획하고 있으며, 11월 가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아직까지 VR에는 스타크래프트나 애니팡과 같이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소니 런던 스튜디오의 마이클 햄던은 현재 VR 게임들은 비 VR 게임들을 VR로 포팅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베데스다의 토드 하워드는 기존 게임을 VR로 바꾸는 VR 2세대를 지나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VR만의 게임을 통해 VR 3세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업계의 전문가들은 ‘VR만의 콘텐츠’를 강조하고 있다.

▲마이클 햄던, "VR만의 킬러 게임 및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나올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1996년, ‘콘텐츠가 왕(Contents is King)’이라고 말했다. 임종균 대표는 그만큼 VR 킬러 콘텐츠가 나와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으며, 그 콘텐츠의 제작자가 VR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VR만의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임종균 대표는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속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PC게임에서 스타크래프트는 ‘온라인’이었다는 점에서 유저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멀티플레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포인트였다는 것이 임종균 대표의 설명이다. 임종균 대표는 이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VR 게임, ‘오버턴’과 ‘루디안’의 멀티플레이 버전을 출시했고, 그 결과 VR 방에서 두 게임 성과가 15등에서 5등 안에 진출할 정도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의 킬러 콘텐츠였던 애니팡은 기존의 비 게임 유저였던 어린이와 여성에게 큰 호응을 받았던 게임이다. 임종균 대표는 현재 오프라인 VR 방의 고객 패턴을 보면 여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이유를 아직까지 고객은 VR 콘텐츠를 게임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고, 그만큼 커플이나 여성들의 방문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세번째 키워드는 VR에서만 즐길 수 있는, 기존에 없었던 VR만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균 대표는 원이멀스의 고소 공포 체험 게임, ‘스카이 폴’을 예로 들었다. 분명 ‘스카이 폴’은 새로운 형식의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PC나 모바일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VR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PC게임이나 모바일게임에서 주요하게 작용했던 멀티플레이나 비게이머, 여성 유저 공략은 VR 산업에서 킬링 포인트는 아니다. 임종균 대표는 VR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중요하고, 여기에 위의 요소가 조합될 것이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임종균 대표는 원이멀스도 과거로부터 힌트를 얻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며, 킬러 콘텐츠를 만들게 될 사람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가 VR 엔터테인먼트의 왕이 될것이라고 언급했다. ‘소드아트온라인’의 가상공간 아인크라드를 지배하는 창조자 카야바 아키히코나, ‘레디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를 지배하는 제임스 할리데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