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코리아 이희영 디렉터]

  • 주제: 마블 배틀라인 - 글로벌 인기 IP로 게임 만들기
  • 강연자 : 이희영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프로덕션&운영 - 게임기획
  • 권장 대상 : 프로듀서, 디렉터, 게임기획, 게임사업
  • 난이도 : 관련 실무 경험 필요


  • [강연 주제] '마블 배틀라인'의 이희영 디렉터는 그동안 바람의나라, 마비노기, 마비노기 듀얼의 라이브 디렉팅을 맡았으며, 지난 NDC 13에서 키노트 발표를, NDC 16에서는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본 세션에서는 글로벌 인기 IP인 마블과 함께 게임을 개발한 내용을 바탕으로, 외부 IP와 협업하는 과정이 일반 게임 개발과는 어떻게 다른지, 또한 글로벌 탑 클래스의 눈높이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지난 24일 개봉한 어벤저스 신작,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기록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첫날 관객 134만여 명을 기록한 영화는 연제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4월 23일부터 판교 넥슨사옥에서 진행되고 있는 NDC에서도 마블과 관련한 다양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배로 지난해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게임 '마블 배틀라인' 덕분이다. '마블 배틀라인'은 2018년 10월 정식 출시된 전략 카드 배틀 게임으로, 마블 영웅과 빌런으로 구성된 수백여 종의 카드를 수집하고 덱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게임을 개발한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의 이희영 디렉터는 '글로벌 인기 IP로 게임 만들기'라는 강연 주제를 통해, 마블 배틀라인을 개발하게 된 이야기와 함께 IP 홀더인 마블과 협업하며 느낀 점들을 공유했다.



    ■ 마블 배틀라인 탄생 비화 - "'마비노기 듀얼'에서 배운 교훈을 담아보자"


    이희영 디렉터는 "먼저 '마블 배틀라인'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마비노기 듀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2년 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2015년 6월 출시된 '마비노기 듀얼'은 마비노기 IP를 활용해 데브캣이 개발한 TCG다. 해당 게임은 현재 모바일 버전은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스팀을 통해 PC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희영 디렉터는 과거 바람의나라와 마비노기 등 PC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던 경험과 '마비노기 듀얼'을 서비스하던 경험의 차이에 대해 PC 플랫폼에서는 오랫동안 서비스하는 과정에서도 반등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반면, 모바일 게임에서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마비노기 듀얼을 출시할 당시 '소울링크' 기능을 사용해 오프라인에서 친구와 함께 대전하는 TCG로 홍보를 했는데, 마침 메르스 사태가 벌어져 초기 유저풀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후 시장도, 유저도 기다려주지 않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모바일게임은 어떻게 라이브해야 할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PC게임의 경우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수정해 나가기 용이한 반면,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이전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교훈을 다음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형태로 차기작이 개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마비노기 듀얼2'에 대한 고민이 생겼지만, 이희영 디렉터는 마비노기라는 IP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재고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TCG의 경우 장르 특성상 북미 유럽시장이 큰 편인데, '마비노기'는 한국과 일본 위주로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 IP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희영 디렉터는 전 세계에서 어필할 수 있을만한 IP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곳과 연락을 취했으며, 그렇게 마블과 손을 잡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 북미, 유럽 시장이 중요한 TCG에 마비노기는 알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촉박하게 시작된 프로젝트 - 마블과 협업할 때 어려웠던 점들은?


    그렇게 '마블 배틀라인'을 개발하게 되었지만, 팀을 세팅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 마블은 넥슨보다 큰 회사였으며 그 구조, 환경 또한 복잡해 내부적으로 의사소통을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함께 게임을 출시해야 하는 시기가 대전제로 잡혀 있었다. 바로 당시에는 개봉을 하지 않았던 영화 어벤저스 3편과 4편의 사이에 '마블 배틀라인'이 출시되어야만 했고, 그 말은 팀을 제대로 꾸리기 전부터 개발 기간이 2년에서 2년 6개월 남짓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희영 디렉터는 "당시는 출시 연기를 생각할 수도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게임플레이 이터레이션을 할 기회도 없었다"며, "최대한 마비노기 듀얼을 배경에 두고, 신작 게임으로서 그래픽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카드 등 물량 확보에 최대한 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촉박하게 프로젝트를 시작하자마자 난관을 맞닥뜨렸다. 바로 마블 측에서 게임플레이 전에 스토리를 먼저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희영 디렉터는 "지금까지 게임을 개발할때는 코어 게임플레이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스토리를 어떻게 입힐 것인지 고민했던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며, "룰을 만들지 않았는데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지 난감해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희영 디렉터는 킥오프 회의 당시 마블 측에서 해준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것은 바로 마블이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 요소로, 먼저 마블의 이야기는 현재를 배경으로 해야 하고, 모든 캐릭터는 유니크하며, 서로 다른 개성을 지녀야 했다. 또한 싸움에도 타당한 동기가 있어야 했다. 물론, 이 모든 요소는 마블 IP를 가지고 만드는 게임에서도 꼭 지켜져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팀을 구성하기 위해 구인을 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마블 측에서 "플레이 가능한 빌드가 나와서 유저들에게 공개할 수 있을 때까지 마블 IP를 공개하지 말라"고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희영 디렉터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구인 광고에 '글로벌 유명 IP'라는 이름을 쓰게 됐으며, 이후에는 프로젝트 MV라는 이름으로 마블 IP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고 전했다.

    ▲ 마블IP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 그렇게 탄생한 '마블 배틀라인' - 마블 작가와의 스토리 협업, 모두에게 어필할 아트를 담다

    ▲ "인피니티 스톤은 부서질 수 없다니까!"

    이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지나고, 2016년 즈음부터는 마블 배틀라인의 시놉시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시놉시스중 가장 처음 떠올렸던 것은 자원을 소모해 카드를 소환하는 TCG의 특성상 필요한 자원 타입과 색상에 따라 인피니티 스톤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개발팀은 '우연한 계기로 인해 인피니티 스톤이 파괴되고, 플레이어들이 파괴된 인피니티 스톤의 조각을 자원으로 해 캐릭터를 소환한다'는 식의 시놉시스를 작성했다. 그리고 해당 시놉시스는 마블 측의 퇴짜를 맞았는데, 그 이유는 "인피니티 스톤은 절대로 부서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마블과 협력한 게임을 만들 때는 세계관의 위배되는 설정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희영 디렉터는 마블의 총괄 프로듀서 빌 로즈맨(Bill Roseman)과 시나리오 작가인 알렉스 어바인(Alex Irvine)의 도움을 받아 인피니티 스톤 대신 코스믹 큐브를 부수는 것으로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코스믹 큐브는 지난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초반에 타노스가 맨주먹으로 부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마블 배틀라인'의 스토리 작업은 작가 알렉스 어바인과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개발사인 데브캣에서 한국어로 초안을 작성한 뒤 영문으로 번역해 마블 측에 전달하게 되는데, 이후 마블과 작가진이 협업해 스토리를 구축하는 과정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스토리과 완성되면 한국어를 포함해 약 10개 언어로 번역 작업이 이뤄지며 최종 완성된 스토리는 게임에 실리게 된다.


    스토리와 함께, 게임의 전체적인 아트의 방향성 또한 고민해야 했다. 이희영 디렉터는 마블 IP답게 미국 코믹북 스타일을 살려야 할지, 아니면 페인팅 스타일을 살려야 하는지 등에서 장단점을 꼽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마블의 코믹북 스타일 아트는 역동적인 액션과 표정 연출을 그 장점으로 한다. 그러나 이희영 디렉터는 "이러한 아트 스타일은 자칫 코믹스 팬에게 한정된 스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블 영화를 통해 유입되는 팬들에게 어필할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고 전했다.

    다른 아트스타일로는 게임에 자주 사용되는 페인팅 스타일이 있었다. 주로 반실사풍 일러스트로 무겁고 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희영 디렉터는 이러한 스타일이 좀 더 글로벌하게 선호되는 스타일이며, 영화 기반 마블 IP팬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결국 '마블 배틀라인'은 마블의 원작 코믹스가 자기고 있는 역동성과 함께, 페인팅 스타일이 가진 정적이지만 무거운 깊이감을 모두 노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코믹스 팬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할 수 있는 아트를 계획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희영 디렉터는 마블과의 협업을 2년 가까이 진행하며, 자칫 너무 동양스러울 수 있는 아트 스타일이나, 서구권 소비자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배워 나가며 스타일이 바뀌는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개발 과정을 거친 '마블 배틀라인'은 지난 2018년 6월이 되어서야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아직 공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게임은 먼저 Marvel.com 홈페이지에 메인 배너를 통해 공개됐으며, 이후 이희영 디렉터는 미국 최대 규모의 코믹콘인 샌디에고 코믹콘의 홀H에서 마블게임즈의 패널로 참가했다. 샌디에고 코믹콘 홀H는 마블코믹스 팬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장소로 인식된다.

    또한 출시 직전에는 뉴욕에서 진행되는 코믹콘에 '마블 배틀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참가, 홍보에 박차를 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게임은 약 반년 전 그랜드런칭을 실시했으며 지금까지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 마블 코믹스에 성지에 입성한 마블 배틀라인

    ▲ 최근 영화 개봉에 맞춰 업데이트 또한 진행했다



    ■ 현장 질의응답

    Q. 마블의 검수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검수기간은 케이스 별로 상이했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보다는 일정을 길게 잡고 작업을 병렬적으로 했다. 아트같은 경우는 TCG 특성 상 다음 분량을 계속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거나 검수가 끝날때까지 다른 작품에 대한 스케치를 여러 단계로 진행하는 식이다.


    Q. IP확보를 위해 마블에게 어떻게 어필했는지 이야기해 달라.

    -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자세히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다만,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마비노기 듀얼이라는 게임을 개발했고, TCG를 만들고 싶다", "이러한 스타일로 TCG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라는 제안과 함께 마비노기 듀얼의 아트 스타일을 제시했다.


    Q. 게임을 개발하면서 마블 측을 특별히 설득해야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마블게임즈가 여러 게임을 맡고 있는데, 그 중에는 넷마블의 마블 퓨처 파이트 또한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마퓨파'를 선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블 측에서도 한국 개발사의 선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설득을 해야한다거나 하는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