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아트와 로그라이크는 이제 인디 게임씬에서 흔한 소재가 됐다. 그렇기 때문일까. 어딘지 모르게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잘 만든 게임도 있을 테지만, '또 픽셀아트 로그라이크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사우스포게임즈의 '스컬'의 첫인상도 그랬다. 수많은 인디 게임 중 하나. 딱 이 정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저 무시하기엔 텀블벅 모금액이 심상치 않았다. 크라우드 펀딩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목표액인 500만 원을 진작에 뛰어넘었다. 최근 게임 크라우드 펀딩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였다.

문득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이렇게까지 관심을 끄는 걸까 궁금해졌다. 유명한 개발팀도 아니다. 학생 개발팀으로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문을 품고 데모를 해보자 그제야 크라우드 펀딩의 결과가 납득이 됐다. 픽셀아트 그래픽도 수준급인데 애니메이션과 액션도 나쁘지 않았다. 아직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엿보이긴 했으나 오랜만에 진짜배기 인디 게임을 본 기분이었다.

'스컬'은 현재 스팀 얼리액세스를 앞두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연 '스컬'이 국내 인디 게임씬에 다시 한 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인벤에서는 학생 개발팀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퀄리티를 보여준 사우스포게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컬'과 개발팀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스컬' 데모 다운로드 페이지

▲ 팀 사우스포게임즈와 박상우 대표 (가운데)


Q. 팀명이 독특하다. 사우스포게임즈, 무슨 뜻인가?

왼손잡이 스포츠 선수를 지칭하는 사우스포에서 따왔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많기 때문에 오른손잡이 선수들은 왼손잡이 선수를 상대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 사우스포게임즈는 게임업계에 뛰어든 사우스포 선수로서 동료 개발자들과 유저들에게 항상 새롭고 독특한 왼손 스트레이트 펀치를 선사하겠다는 의미로 지었다.

다만,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이름의 가치는 담긴 뜻보다 실력과 실적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멋들어지게 짓긴 했지만, 큰 의미를 두고 있진 않다.


Q. 학생 개발팀으로 알고 있는데, '스컬'을 개발한 계기가 뭔지 듣고 싶다.

좀 정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학생 개발팀이긴 한데 모두가 재학생인 건 아니다. 사우스포게임즈의 전신은 전남대학교 게임개발동아리 'PIMM'으로, 동아리 활동하던 학생들이 모여 만든 게임사다. 그래서 학생 개발팀이라고 한 건데, 대표인 나는 현재 졸업한 상태이며, 두 명의 개발자는 아직 재학생으로 학업과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스컬'을 개발한 계기라고 하면 우리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립 전부터 여러 비상용 게임과 가벼운 상용 게임을 개발하고 실력을 쌓았다. 그래서 다음 스텝으로 보다 규모가 큰 게임을 개발하고자 해서 '스컬'을 기획하게 됐다.


Q. 텀블벅 목표액이 500만 원인데 진작에 뛰어넘었다. 최근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한 게임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같다. 경력도 거의 없던 상황인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 국내에서는 인디 게임을 격려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영향력 있는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솔선하여 국내 인디 게임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운 좋게도 이런 시기에 펀딩을 시작하게 돼서 과분할 정도로 큰 관심과 도움을 받은 것 같다.



Q.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자금 운용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 후원자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 운용할 지 자세히 들려달라.

모금액 대부분은 사운드 제작비에 투입될 예정이다. 게임을 완성하는 요소는 시스템, 그래픽, 스토리 등 여러 가지다. 그중 사운드는 50%를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청각을 통해 게임의 흐름을 조율하고 연출과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팀에는 사운드 담당자가 없어서 모금액으로 게임 사운드 전문 제작 업체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제작을 위탁할 업체가 선정되면 어떠한 업체를 통해 제작할 것인지, 어떠한 사운드들을 제작할 것인지에 대하여 후원자들에게 빠짐없이 공유할 예정이다.


Q. 수준급의 픽셀아트 그래픽이다. 전체적인 퀄리티부터 애니메이션까지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이는데, 사실 픽셀아트라고 하면 진짜 노력의 산물 아닌가. 학생 개발팀으로서 힘들진 않았나 궁금하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 힘들었다. 노력의 산물, 질문한 그대로다. 노력한 만큼, 퀄리티가 나오기에 조금이라도 신경 쓰지 않으면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하지만 힘들다고 그래픽 퀄리티를 타협하기보다 목표하는 그래픽 퀄리티의 달성을 위해 실력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새로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수익이 없는 학생 개발팀으로서 새로운 팀원을 영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스컬'의 가능성과 사우스포게임즈의 비전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나타났으며, 그들과 함께한 덕분에 지금의 '스컬'을 만들 수 있었다.




Q. 로그라이크라고 하면 아무래도 방대한 콘텐츠가 필수다.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면 무기를 다양하게 한다든가 해서 몰입하도록 해야 하는 건데, 어떤 콘텐츠들이 준비됐나? 그리고 플레이타임은 대략 몇 시간 정도인가.

'스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다양한 해골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스컬'에서 해골 캐릭터는 무기에 해당하는데 각각의 해골 캐릭터는 고유한 공격 패턴, 보너스 스탯, 스킬 등을 갖고 있어서 플레이할 때마다 매번 다양한 재미를 안겨주리라 생각한다.

플레이타임은 엔딩까지 4~8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최단시간으로 플레이했을 때의 얘기다. 로그라이크 장르가 워낙 유저의 실력이나 운에 좌우되는 면이 있다 보니 플레이타임은 들쭉날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파고들기 요소를 통해 엔딩을 본 후에도 수 시간에서 수십, 수백 시간까지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는 거다.


Q. 데모를 해보니 뭔가 마족이 선량하고 반대로 인간은 악랄한 느낌이다. 어딘가 클리셰를 비튼 느낌인데 이렇게 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창업 성공 법칙으로 80:20의 법칙이란 게 있다. 창업의 성공은 80%의 대중성 위에 20%의 독창성으로 완성된다는 이론이다.

용사와 마왕의 대립, 다양한 마족이 등장하는 JRPG 클리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우리는 이러한 익숙한 클리셰를 기반으로 해 유저들이 세계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되 클리셰의 선악구도를 반전해 신선함을 전하고자 했다.

근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가장 큰 이유는 멋진 해골이 주인공인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웃음). 스켈레톤이라고 해야 할까, 해골은 보통 몬스터나 마족이다. 그래서 거기에 맞는 콘셉트로 기획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Q. 머리를 바꾸면 다른 클래스로 바뀐다는 콘셉트가 PS3로 나온 '퍼피티어'가 떠오른다. 혹시 영감을 받았거나 한 작품이 있나?

'퍼피티어'는 '스컬'을 개발하는 도중에 알게 됐는데, 우리 게임의 기획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솔직히 굉장히 놀랐다.

딱히 영감을 받은 작품도 없다. 그저 스켈레톤이라는 몬스터의 특징에 어울리는 게임을 기획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것뿐이다. 스켈레톤은 여러 작품에서 굉장히 다양한 형태와 복식으로 묘사된다. '스컬'은 그런 다양한 해골 캐릭터를 조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게임이다.

근데 단순히 장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뭔가 개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래선 딱히 해골일 필요도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머리를 갈아 끼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머리를 바꿔서 변신한다는 콘셉트가 해골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Q. 액션을 한층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 다양한 머리가 있어야 할 텐데, 몇 종이 준비됐나?

얼리액세스 기준으로 약 30종 내외의 해골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서 선보이는 '무기'와 비교했을 땐 약간 적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캐릭터일지라도 전투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스킬'이 랜덤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30개보다 훨씬 많은 플레이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Q. 알아보니 '스컬'을 개발하면서 우여곡절이 꽤 있던 거 같다. 8개월 간 개발한 프로토타입이 재미없어서 폐기한 사례라던가... 이에 대한 일화들이 더 있나?

아, 그때는... 정말, 정말 괴로웠다. 8개월이 걸린 탑뷰 버전의 '스컬' 프로토타입의 폐기를 제안했을 때... 팀원들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팀장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고 미안했으며, 왜 폐기 결정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리지 못했나 자책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내 결단을 이해해주고 따라준 팀원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스컬'을 여기까지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에 이르러선 그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줘서 더욱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탑뷰 버전이었던 '스컬'의 프로토타입


Q. 그렇다면 지금의 '스컬'은 개발한 지 얼마나 된 건가?

1년 정도 됐다. 현재 '스컬'의 볼륨과 완성도를 고려하면 굉장히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았던 게 지금의 결과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


Q. 펀딩 프로젝트를 보니 10월 스팀 얼리액세스, 12월 정식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현재 얼만큼 개발된 상태인가.

현재 대부분의 핵심 시스템은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지금은 버그를 수정하고 연출과 레벨 디자인을 다듬는 폴리싱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운드를 제외하고 수치화하자면 약 80% 정도 완료됐다고 할 수 있다.



Q. 아무래도 국내 인디 게임의 데뷔작으로 PC, 콘솔을 선택하는 사례가 적은데, 부담은 없었나?

마음 한쪽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었다. 모바일에 비해 수요층도 적을 뿐 아니라 큰 볼륨을 요구하기에 PC, 콘솔 게임을 데뷔작으로 한다는 게 언제나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즐길 수 있는 분야에서 우리의 강점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이지 않고 PC, 콘솔 게임을 선택했다.


Q. 진로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 같은데 향후 계획은 뭔가? '스컬'의 성과를 통해 취업하는 건가 아니면 인디 게임을 계속 만들 건가?

비상용 게임을 만들던 당시에 모 게임사로부터 팀원 모두가 팀째로 해당 게임사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조금 더 안정적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그 제안은 거절했다. 사우스포게임즈는 앞으로도 사우스포게임즈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은 게임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스컬'은 그 시작의 방점을 찍는 게임인 만큼, 우리로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Q. 펀딩에서 대박을 낸 프로젝트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물을 낸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인 게 사실이다. 기대하는 한편, 펀딩했음에도 걱정하는 유저도 많을 거다. 그런 유저들을 위한 한마디 부탁한다.

'스컬' 프로젝트를 후원해준 후원자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우리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큰 사랑과 관심 덕에 팀원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 단순히 자금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스컬'을 좋게 봐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결과에 자만하지 않되 자부심을 품고 후원자들이 '스컬' 프로젝트를 후원했다는 사실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스컬'을 선보일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조만간 공개할 '스컬'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관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