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바넬/기어박스/PD]

  • 주제: 보더랜드3, 네러티브 구축하기
  • 강연자 : 랜디 바넬 - 기어박스 소프트웨어 / PD
  • 발표분야 : 포스트모템
  • 강연시간 : 2019.11.15(금) 10:00 ~ 10:40


  • [강연 주제] 2009년 기어박스에 입사한 랜디 바넬은 보더랜드 2의 디자인 프로듀서와 배틀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기어박스의 내러티브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유저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보더랜드3에 대하여 생생한 개발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입니다.

    기어박스의 신작 '보더랜드3'는 전작들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후 출시한 게임이다. 2009년 출시한 '보더랜드'로부터 10년, 바로 전작이랄 수 있는 '보더랜드2'로부터는 7년 만의 신작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프랜차이즈가 없던 건 아니었다. 프리시퀄과 다양한 DLC, 심지어는 VR 등을 통해 프랜차이즈는 계속 이어졌다. 이렇게 프랜차이즈가 이어지고 그것이 '보더랜드3'로 이어지자 랜디 바넬 PD는 '보더랜드3'를 좀 더 크고,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랜디 바넬 PD는 그 핵심으로 내러티브를 들었다. 전작들보다 더욱 강화한 내러티브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보더랜드3'의 내러티브 개발 과정은 어땠을까? 랜디 바넬 PD는 이를 확장(Expand), 연장(Extend), 탐험(Explore)의 키워드로 구분 지어 그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 내러티브 개발 과정1. 확장(Expand) - 처음으로 내러티브 부서가 생기다

    이제는 기어박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한 보더랜드 시리즈지만 '보더랜드'와 '보더랜드2'를 개발할 때까지만 해도 내부에는 별도의 내러티브 부서가 없었다. 스토리 작가 1명이 전담하는 형태였는데, 팀에 소속됐다기보다는 작가 한 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직접 소통하며, 개발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점점 게임의 규모가 커졌고 '보더랜드3'는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규모의 게임이 될 것이었기에 이전처럼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기어박스는 시리즈 최초로 '보더랜드3' 전담 내러티브 부서를 신설했다.


    "이전 시리즈의 내러티브를 담당한 작가는 뛰어났지만, 요 몇 년간 대형 프로젝트들을 연달아 작업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대로 '보더랜드3' 작업도 혼자서 하게 했다면 과로사했을 거다(웃음). 그래서 양질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여러 명의 작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단순히 작업량이 많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내러티브 부서를 신설한 건 아니었다. '보더랜드3'는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중 가장 큰 규모의 게임으로 게임 내에 최대한 많은 취향과 의견을 반영해야 했다. 캐릭터 디자이너가 원하는 내러티브가 있을 테고 레벨 디자이너가 원하는 내러티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한 명의 작가가 듣고 반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즉, 최대한 많은 요구사항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그만큼의 인력이 투입될 필요가 있었다.

    이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가는 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단순히 좋은 스토리를 짜기도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이른바, 센스 있는 스토리나 농담을 만들어내고 녹여내기는 더 어렵다. 랜디 바넬 PD는 이에 대해 스토리에 대한 여러 의견을 비롯해 자연스럽게 농담이 튀어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며, 내러티브 부서를 신설한 이유를 덧붙였다.

    그럼 '보더랜드3' 내러티브 부서는 어떻게 구성됐을까? 기본적으로 내러티브 부서는 작가들과 보이스오버 디렉터, 그리고 스토리보드처럼 개발 전 청사진을 작업하는 프리 비쥬얼라이제이션 개발자들이 포함된 형태다.

    랜디 바넬 PD는 여기에 더해 내러티브 부서를 강화하기 위해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CC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포함하는 동시에, 미션 디자인 디렉터나 레벨 디자인 디렉터, 아트 디렉터 등 실제 게임 개발에 관련된 모든 디렉터들이 참여하는 형태를 구성했다. 좀 더 팀을 크게 키우는 동시에 개발팀의 다양한 곳으로부터 여러 의견을 직접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보다 긴밀한 협의가 가능해졌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팀이 너무 거대해진 거였다.


    "누구나 자기 생각이 반영되길 바라며 최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반영할 순 없다. 결국은 그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일부를 선택해야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랜디 바넬 PD는 단계별로 참여 인원을 다르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맨 처음에는 핵심 내러티브 팀만 참여하도록 했다. 작가와 미션 디자인 디렉터, CC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만 참여해 기본 틀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후 이 뼈대 위에 레벨 디자인 디렉터와 아트 디렉터가 참여해 어떤 게임으로 만들지, 어떤 캐릭터가 필요한지 디테일을 잡아가는 식이다.

    이후 미션 크리에이션 단계에서는 빠른 작업이 필요하기에 CCO를 제외한 디렉터들이 참여해 진행한다. 이어서 작가들이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모두가 모여 스크립트 테이블 리딩을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션은 어떤 식인지 캐릭터들의 대사는 어떤지, 내러티브 팀 모두가 모여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다. 실제 개발 단계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단계인 만큼, 가장 중요한 단계랄 수 있다.

    "테이블 리딩 단계에서는 내러티브 팀 모두가 모여서 스크립트를 읽는다. 그렇게 30~40분 동안 스크립트를 읽고 어떤 게 괜찮고 안 괜찮은지, 재미 여부 등을 파악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드디어 본격적인 개발로 넘어간다."



    ■ 내러티브 개발 과정2. 연장(Extend) - 유저들이 사랑한 '캐리터'를 '보더랜드3'로!

    '보더랜드3'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복귀하는 팬들을 위해 보더랜드 사가(SAGA)를 연장하는 거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개발자들도 팬들도 기억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는 거였다. 프랜차이즈가 10주년을 맞이하면서 프리시퀄을 비롯해 수많은 DLC가 출시됐는데, 팬들이 이러한 프랜차이즈의 내러티브 요소를 오롯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면 '보더랜드3'는 어떤 것들을 살려서 팬들의 추억을 살려야 할까? 랜디 바넬 PD는 그 힌트를 볼트키에서 엿봤다. 볼트키는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더랜드3'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프랜차이즈를 관통하는 요소를 통해 팬들의 추억을 살릴 필요가 있었는데, 랜디 바넬 PD는 캐릭터야말로 그 열쇠라고 꼽았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보더랜드 코스프레한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는 문신을 새기는 사람도 많다. 자신이 보더랜드라는 작품을, 캐릭터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심지 '보더랜드3'는 출시 전부터 문신을 새기는 사람이 있었다며, 행복한 기분이었다고 랜디 바넬 PD는 덧붙였다.

    기어박스는 '보더랜드3'를 개발하면서 우선 익숙한 캐릭터들을 작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마커스나 클랩트랩은 유저들에게 익숙한 모습의 캐릭터로 예전처럼 유저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시리즈 전통의 캐릭터가 아닌 텥테일 게임즈의 '테일즈 오브 더 보더랜드'에 등장한 리스나 반처럼 다소 생소한 캐릭터도 포함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모가 바뀐 캐릭터도 있다. '보더랜드2'로부터 7년 후인 만큼, 현실 시간을 반영해 '보더랜드3'도 7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캐릭터들 역시 자라거나 모습이 바뀌어서 유저들을 맞이한다. 티나의 경우 성장한 만큼, 외모가 크게 바뀌었고 목시 역시 사뭇 달라졌다.


    릴리스나 마야처럼 스타일 업데이트가 이뤄진 경우도 있다. 릴리스는 사령관답게 좀 더 자신감 찬 모습이 됐고 마야는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를 풍기게 됐다. 단,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고 랜디 바넬 PD는 설명했다.

    "릴리스를 작업할 때 강인한 사령관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큰 변화를 줬더니 전혀 릴리스답지 않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건 우리가 원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우리는 한눈에 팬들이 알아볼 수 있는 릴리스를 만들고 싶었다. 결국, 바뀐 릴리스 모델링은 색감과 일부 텍스쳐를 바꿔 로렐라이로 재탄생하게 됐다."

    ▲ 릴리스의 바뀐 모델링은 로렐라이로 재탄생했다

    이어지는 작업은 타이틀 카드를 만드는 일이었다. 캐릭터를 유저들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이를 통해 어떤 캐릭터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를테면 릴리스의 타이틀 카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인데 강인한 면모를 느끼는 한편, 능력의 일부를 엿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더랜더3'는 기존에 안 하던 새로운 도전으로 시네마틱을 도입했다. 다행히 유저 테스트 결과 기억에 남는 게 뭐가 있느냐는 물음에 상당수가 시네마틱을 꼽을 정도였다. 성공적인 시도였던 셈이다.

    ▲ 시네마틱은 새로운 시도였음에도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게임 내적인 것 외에도 마케팅에도 활용했다. 사이코의 마스크를 모티브로 한 '마스크 오브 메이헴'이 그것이다. 마스크를 잘 보면 여러 캐릭터들로 만들어진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유저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게임을 알리는 동시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해 '보더랜드3'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보더랜드2'의 DLC를 최근 올여름 출시한 것도 캐릭터들을 통해 추억을 상기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보더랜드3' 출시 전 팬들을 워밍업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가교 역할을 하려는 방안이었다.



    ■ 내러티브 개발 과정3. 탐험(Explore) - 처음 한 유저도 '보더랜드3'를 즐길 수 있도록


    '보더랜드3'는 기존에 즐긴 유저들이 상당수 즐길 게 분명했으나 그렇다고 신규 유저가 없으리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오래도록 프랜차이즈를 즐긴 유저들은 '보더랜드3'를 하자마자 어떻게 해야 할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는다. 하지만 신규 유저는 다르다. 처음 하면 헤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규 유저들은 어떻게 가이드해야 할까? 이에 대한 방안은 단순했다. 최대한 많이, 그리고 지속해서 유저들에게 가야할 방향성을 주지시키는 방법이 유일했다. 볼트, 키, 볼트 헌터, 판도라 수많은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소개하고 이후에도 계속 주지시키도록 했다. 유저는 뭐하는 사람인지, 적은 누군지, 뭘 해야 하는지 계속 말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바로 매력적인 빌런의 존재다. 이를 통해 명확한 목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핸섬 잭이 물망에 올랐다. 워낙 매력적인 빌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제 핸섬 잭을 원하지 않았다. 새로운 게임에 어울리는 새로운 적을 원한 거였다.

    그렇게 '보더랜드3'의 메인 빌런을 낙점된 칼립소 쌍둥이는 묘하게 현대적인 요소를 품고 있는 게 특징이다. 소셜 미디어가 현실에서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유명한 스트리머 쌍둥이가 팬들을 자신의 군대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묘하게 비튼 거랄 수 있다.


    랜디 바넬 PD는 마지막으로 여정 자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더랜드3'는 사실 기획 단계에서 화려한 빌딩이 가득한 프로메테우스 한가운데서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보더랜드라는 프랜차이즈와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시작 지점은 다시 판도라가 됐다. 프랜차이즈의 시발점이란 상징성에 더해, 유저가 캐릭터를 알아가고 더 큰 모험을 떠난다는 점에서 판도라만한 곳이 없었다.

    끝으로 랜디 바넬 PD는 개발자들을 위한 진솔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게임 개발은 그 자체로 여정을 떠난 거랄 수 있다. 이제 막 그 여정을 시작한 사람도, 이제 여정의 중간쯤 온 사람도 있을 텐데 제일 중요한 건 그 여정을 지속하는 거로 생각한다. 팬들과의 접점을 유지하면서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여러분의 여정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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