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조합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 됐다. FPS에 RPG의 성장요소를 접목하는 것부터 온라인 게임의 PvP 시스템에 배틀로얄 시스템을 넣는 것 등 일일이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그런 가운데 독특한 조합을 앞세운 게임이 등장했다. 오토배틀러와 배틀로얄을 더한 '마이트 앤 매직: 체스로얄(Might & Magic: Chess Royale, 이하 체스로얄)'이 그 주인공이다.

오토배틀러와 배틀로얄, 각각 2018년과 2019년 게임 업계를 휩쓴 장르들이다. 열풍은 금세 꺼졌지만, 그럼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기를 끈 장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두 장르가 인기를 끌자 수많은 아류작이 범람했으나 결과적으로 말해 살아남은 건 원조를 비롯한 한 줌 정도밖에 없다. 원조의 위상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겉보기와 달리 쉽지 않은 장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체스로얄'에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두 장르를 조합한다는 건 두 개의 장점을 가져온다는 의미도 되지만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두 장르의 단점을 가져오는 게임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두 장르가 만났지만 복잡할 건 없다. 기본적인 시스템과 룰은 오토배틀러에 익숙한 유저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게임 플레이도 어떻게 보면 바쁜 현대인들이 즐기기에 더 최적화된 면이 있다. 한판을 플레이하는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런 속도감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속도감이 빠르다는 건 그만큼 전투가 금방 끝난다는 의미로 라운드마다 궁극기(스킬)를 쓰는 것도 한 번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략의 깊이가 덜하다는 의미다. '체스로얄'은 이런 단점을 주문 상점으로 극복했다. 순위 99/50/10을 달성할 때마다 해금 되는 주문 상점은 일정 턴 동안 버프를 걸어주는데 이를 통해 진형과는 다른 전략성을 보여준다. 유닛을 조합하는 게 좋을지 주문을 사는 게 좋을지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오토배틀러로서는 나름의 개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체스로얄'이지만, 배틀로얄 장르로 보자면 아쉽기 그지없다. 오토배틀러의 특징 중 하나는 상대의 조합을 보고 내 조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있는데 100명의 유저가 맞붙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걸 고려하기 어렵다. 여기에 배틀로얄이 가진 특성 중 하나가 랜덤성과 생존인데 이런 부분도 미흡하다.

물론 오토배틀러에 생존이란 요소를 살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랜덤성만이라도 고민할 법하건만 이런 요소도 없다. 사실상 배틀로얄이라기보단 100명 단위의 무작위 대전이라고 보는 게 맞을 정도다.

그래도 오토배틀러만 떼어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오토체스', '도타 언더로드', 'TFT' 등 장르를 삼분한 이 게임들은 최소 30분 이상은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야 하지만, 빠르게 진행된다는 건 '체스로얄'만의 차별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체스로얄'이 앞으로 보여줘야 하는 건 이게 왜 배틀로얄이냐는 부분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체스로얄'은 그 작은 차이로 배틀로얄을 들고왔지만 아직까지는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단순히 100명이 무작위로 대결한다고 해서 배틀로얄이라고 하긴 뭣하지 않은가. '체스로얄'만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 한 방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