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구축사업 관계자들에게 유공자 표창장 수여를 추진한다. 국정감사에서 엉망으로 진행된다며 지적을 받았는데, 부산시는 곧바로 유공자 포상을 계획했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구축사업 관계자 4인이 표창장을 받는다. 부산시는 계획서를 통해 '문체부 공모사업인 e스포츠상설경기장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 헌신 노력한 유공자를 발굴, 포상하여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고자 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부산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을 통해 400여 석 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을 건립하고 있다. 사업에 국비 30억 원과 시비 30억 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부산시 e스포츠 경기장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직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유공자 포상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e스포츠 현업 종사자도 지역 경기장 건립 사업 자체에 의문을 가진다.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는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e스포츠를 지방에서부터 펼쳐나가는 게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타당성을 알기 어려워한다"며 "정부가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었겠으나 e스포츠 업계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과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은 문제"라고 의견을 냈다.

지난달 22일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이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사업’이 엉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완공 시기를 늦추더라도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의원은 건설 중인 부산 e스포츠 경기장을 직접 가 확인했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 "부산은 세 곳 중 그나마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으나, 도심 한복판 건물의 고층이기 때문에 낮 시간대엔 크레인 작업을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연내 완공이 이 상태로는 어려워 보인다며, 완공하더라도 날림 공사가 될 우려가 크다"고 견해를 밝혔다.


▲ 건설 중인 부산 e스포츠 경기장(10월 10일, 제공: 이상헌 의원실)

이상헌 의원은 분리발주 문제를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방송 시스템이 들어가는 경기장은 일괄설계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부산시 e스포츠 경기장은 인테리어, 전기, 소방, 공조, 철거 등을 따로 하는 분리발주로 진행됐다. 이상헌 의원은 "진흥원 측은 현행법상 분리발주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방송장비가 주가 되는 경우 통합발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청자미디어센터가 통합발주 방식으로 지어졌다.

또 이상헌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정된 건축사무소는 e스포츠 경기장 구축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사무소이다. 이상헌 의원은 "e스포츠 경기장의 방송 특성 및 시스템과 이해도가 낮다 보니 방송시스템보다는 다른 곳에 치중하여 설계됐다"며 "부산의 경우 방송시스템 구축에 16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이스포츠 방송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최소 3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전했다"고 전했다.


국감에서 지적받은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10월 26일 부산시는 e스포츠 경기장 구축사업 포상계획을 세웠다. 이후 10월 29일 부산시는 추천자 공적 검토 결과 표창 목적 및 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냈다.

부산시는 11월 18일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개관식 때 이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같은 날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도 진행된다.

한편, 부산시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을 받았지만, 애초에 건설 사업이라는 게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며 "건설 장소인 15, 16층까지 자재를 올리는 과정에서 여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와 사고 없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11월 18일 개관식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고, 지역 e스포츠 사업 중 부산시가 최초로 열리는 점도 유공자 표창 선정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올해 1월 부산시 유공자 표창 계획을 세웠고, e스포츠 경기장 구축 유공자 표창은 같이 고생한 직원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고도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적개요에 기재된 내용이 시공사의 당연한 업무 아니냐는 물음에 "담당자들이 정말 고생했다"며 "한여름 더울 때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을 관리하고, 업무 과정을 체크하며 원활하게 공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말 고생을 해서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어 "안전하게 했다는 거만으로도 건설업계에서는 표창을 받는 거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