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EIM 정사인 기술이사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1999년 설립된 스튜디오EIM의 창립멤버. 현 스튜디오EIM의 기술이사로 재직 중이다. 마비노기 영웅전과 메이플스토리1, 2, 스페셜포스2, 레이븐, 듀랑고, 소울워커 등 300여 종의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게임과 사운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분위기를 좌우할 뿐 아니라 각종 효과음으로 게임의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세가 된 성우 음성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유저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우 녹음에 대해 알려진 부분은 적다. 성우 자체가 유명하거나 몇몇 작품이 알려졌을 뿐 어떤 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는지,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성우 녹음을 할 수 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대형 개발사라면 몰라도 중소형 개발사는 성우 녹음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스튜디오EIM의 정사인 기술이사가 나섰다. 작년 IGC에서 사운드 디렉터로 사운드 제작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소개한 정사인 기술이사가 올해는 보이스 디렉터로 나서 막막한 성우 녹음을 수월하게 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성우 녹음에 대한 스튜디오EIM의 노하우를 이번 강연을 통해 알아보자.



■ 강연주제 : 목소리로 게임의 완성을 이야기하다

⊙ 게임 성우 음성의 역사


게임 성우에 대해 말하자면 역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에서 성우가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이제 약 20년 정도 됐다. 음성 더빙의 경우 국내에서는 '창세기전3 파트2'가 99년 풀보이스 더빙을 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대부분 단순한 호흡만 넣던 시기에 풀보이스 더빙을 했으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할 만했다.

그렇다면 현재 게임들에는 몇 명의 성우가 참여할까. 보통 적게는 10명에서 '블레이드&소울'같은 대형 게임은 100명이 넘는 성우가 참여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들에 성우가 들어가는 게 보통이라고 받아들여진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성우 녹음에 대해 잘 모르는 기획자는 많다. 대사는 알아도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셈이다. 그렇기에 성우 녹음을 책임지는 보이스 디렉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발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성우를 찾고 녹음을 함으로써 최고의 결과물을 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건 쉽지 않다. 수많은 성우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성향에 맞춰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우 녹음은 중요하다. 단순히 다른 게임에도 있으니까 넣는 게 아닌, 게임의 맛을 살린다. '스타크래프트2'의 제라툴을 연기한 김기현 성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오버워치'의 각종 대사들은 게임 외적으로도 회자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성우 녹음들이 원작초월이라는 호평을 받은 이유는 뭘까. 우선 다른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린 걸 볼 수 있다. 이런 성우 녹음들의 경우 대부분 오랜 시간을 들여 어떻게 해야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한다. 보통 녹음은 한 두 번에 끝나기에 그 전에 최대한 준비를 해서 성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빠져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자료를 갖추는 식이다.

한가지 알아야 할 건 성우 녹음이 무조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건 아니라는 거다. 전체 개발비 중 일부에 불과하고 작은 개발사라도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도 있다.


물론 앞선 성공적인 성우 녹음 사례 외에도 실패한 성우 녹음 사례도 꽤 있다. '오버워치' 북미판 디바 성우나 '문명5'의 세종대왕, 모바일 게임 '검은 삼국' 같은 경우 발연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나마 북미판 디바의 경우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국내 성우가 너무 잘한 케이스이기에 비교돼 연기를 못하게 보인 셈이다.

이런 실패한 성우 녹음에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일정, 캐스팅,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최악의 결과물이 나온 경우가 많다. 이런 성우 녹음은 보통 기획자가 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개발자가 성우 녹음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개발자들을 위해 오늘 이 강연을 준비했다. 게임 녹음 프로세스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떻게 해야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개발자들이 모르던, 궁금해하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게임 녹음 프로세스


성우 녹음은 여러 단계로 진행된다. 대사를 만들고, 다음으로 성우를 섭외하기 위해 캐릭터의 설정을 만든다. 다음으로는 녹음실(스튜디오)과 성우를 섭외하기 시작한다. 완료일과 편집 일정을 고려해 녹음일을 확정하면 본격적인 녹음을 한다. 여기서 끝나면 좋은데 대부분 녹음실에서 녹음한 것과 게임에 적용한 결과물의 느낌이 다르다. 또, 대사가 미묘하게 잘못된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후편집과 수정 녹음을 진행한다. 이 작업의 반복 끝에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셈이다.

이렇게 말로만 하면 쉽고 간단하다. 하지만 개발자가 개발과 이 작업을 병행하면 정말 바빠진다. 그래서 우리 같은 회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녹음실만 잘 찾아도 성우 섭외를 포함해 게임 녹음의 반 이상은 해결한 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사를 만들 때는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고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대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저들의 취향과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오버워치' 북미판 대사 중 "쩐다!"라는 게 있는데 이게 왜 어색한가 하니 요즘에는 잘 안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그런 거였다. 이처럼 보이스 디렉터는 최근 트렌드에 어울리는 대사를 생각해야 한다. 보통 TV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좋다.


방금 전에 녹음실만 잘 찾아도 게임 녹음의 반 이상을 해결한 거라고 했는데 녹음실에서는 각각 다양한 성우를 추천하는 만큼, 그중에서 게임에 어울리는 성우를 고르면 된다.

성우 섭외가 끝났다면 본격적인 녹음에 들어가는데 이때부터 보이스 디렉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성우를 섭외했는데 게임을 잘 안 한다든가 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연기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보이스 디렉터가 캐릭터나 게임의 배경을 간결히 설명해줘서 연기를 도와주거나 성우를 교체하는 경우까지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성우 녹음 현장에서는 보이스 디렉터가 성우 연기에 조언하는 걸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조언을 하기 위해선 보이스 디렉터가 누구보다 게임을 많이 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모두가 궁금해할 점으로 비용 책정에 대한 게 있는데 성우의 경력, 연기력, 인기도 등을 통해 책정된다. 문제는 이 비용 차이가 명확한 기준이 아니라 그때그때 다르다 보니까 개발사에서 혼란스러워하곤 한다. 그래서 녹음실에서 악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 개발사가 직접 성우에게 입금하는 걸 추천하고 우리는 녹음비와 디렉팅 비용 정도만 받는다.


한편, 비용 책정과 관련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능하면 개발총괄이나 기획자 등이 성우 녹음 현장에 함께 오는 걸 추천한다. 시간은 곧 금이다. 녹음 시간은 한정됐는데 사전에 아무리 준비를 해도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대사를 문어체로 썼는데 실제 말로 하면 어색하거나 한 경우로, 이럴 때 즉석에서 대사를 바꿀 수 있다면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끝으로 아쉬운 녹음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이후를 위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쉬웠다면,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도록 반면교사 삼는 셈이다. 이건 대형 개발사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하고 있는데, 중소 개발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가야 할 길


많은 개발사가 성우 녹음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점차 성우에 대해 잘 알려지고 있고 영향력 역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 게임 개발 비용에서 성우 포함 오디오 전체 예산은 5% 정도밖에 안 된다. 즉, 비용 대비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얘기다.

작은 개발사도 좋은 대본과 연출에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성우 녹음 경험을 많이 쌓고 정당한 투자를 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강연을 기점으로 제대로 준비해서 게임을 완성시키는 성우 녹음을 잘 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