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경, 배틀그라운드 커뮤니티에는 하나의 제보가 들어왔다. 국내에서 스팀과 카카오로 나누어 진행되던 서버가, 어느 순간부터 두 서버의 유저들이 하나의 게임에서 매칭이 된다는 제보. 이 사실은 빠르게 유저들에게 퍼져나갔으며 하나둘씩 함께 매칭되는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카카오게임즈와 펍지 주식회사(PUBG, 이하 펍지)는 이에 대해서 빠르게 문제 확인 및 해결에 나섰다. 카카오 서버 이외 서버의 플레이어와 매칭되는 현상은 정말이었고, 두 회사는 간헐적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다시 매칭 시스템이 수정됐다.

카카오게임즈와 펍지는 카카오버전의 서비스를 발표할 때에는 통합 서버를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서비즈 하루 전날 서버 분리를 결정했다. '이용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린 양사의 결정'이었다.

카카오 서버가 런칭하고 큰 변동 없던 PC방 지표는, '듀오 모드'를 업데이트 하면서 크게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스팀 서버의 들쭉날쭉한 핑과 지연 현상, 그리고 치트 플레이어에 지친 유저들에게는 카카오 서버는 또 다른 쾌적한 환경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PC방 점유율을 눈에 띄게 상승시키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듯 했다.


문제 발생 - 스팀 유저와 카카오 유저가 매칭되다
두 집인 줄 알았는데...설마 문이 다른 한 집이었나?


11월 28일, 마침내 대망의 스쿼드 모드가 업데이트 됐다. 듀오 모드 업데이트 현재까지 3주 연속 PC방 사용량 1위를 기록했고, 스팀 버전과 솔로 모드 서비스만으로는 24~5%던 점유율이 마침내 29%~30%를 웃돌게 됐다. 그만큼 많은 유저들이 카카오 서버를 선택하여 플레이했고, 많은 유저들이 걱정하던 '매칭'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스쿼드 모드가 업데이트 된 지 나흘째인 12월 2일, 문제의 '잘못된 만남'이 이루어졌다.

공식 카페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된 사실. 바로 카카오 서버 유저와 스팀 서버의 유저가 하나의 게임에서 매칭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해당 현상은 공식 카페에 새벽에 올라온 글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게임 내 킬 로그를 통해 확인해보니 죽인 사람과 죽임을 당한 사람이 서로 다른 플랫폼이었다는 것이다.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의 닉네임은 중복되지 않기에 닉네임 검색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서버가 어딘지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게임즈와 펍지는 이 문제를 빠르게 인지하고 관련 공지를 올렸다.

관련기사 : [취재] 배틀그라운드 카카오 유저와 스팀 유저가 같이 만난다? (3보)

킬로그 확인을 통해 스팀유저와 카카오 유저가 매칭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게임즈와 펍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시간 기준 11월 30일 목요일 매칭 서버 오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간헐적'으로 스팀 서버를 이용하시는 플레이어가 카카오 서버에 유입 및 매칭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매칭 서버 오류에 대해 12월 2일 토요일 오후 2시 10분경 긴급하게 서버 수정 조치가 취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카카오게임즈와 펍지가 약속했던 '서버 분리'가 깨져버렸다는 점이었다. 두 플랫폼의 유저가 만나게 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스팀과 카카오 서버가 원래는 하나의 서버였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설상가상으로 카카오 서버는 스팀과 서버가 달라서 핑이 좋고, 환경이 좋다는 건 그저 유저가 적어서 생긴 현상이었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결국 서버는 같고 핑이 좋은 건 플라시보 효과였다는,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와 같이 기분 탓이라는 의미로 '해골물 서버'라는 놀림을 당하게 됐다.

그렇다면 정말로 두 플랫폼의 서버는 동일한 것일까? 인벤에서는 직접 카카오 버전과 스팀 버전의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해보고, 리소스 모니터를 통해 관련 접속 리전을 체크했다. 둘 모두 AWS를 사용하고 있는 점은 동일했다. 여기에서 의아한 점을 발견됐는데, 바로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 양쪽 모두 사용하는 리전이 같다는 점이다. 접속 리전 체크는 두 버전 모두 '솔로 모드'를 사용했다.



두 서버 모두, Northeast-2 리전 1개와 us-east-2 리전 1개를 사용했다. AWS에서 체크해본 결과 northeast-2 리전은 서울, 그리고 us-east-2 리전은 미국 오하이주다. 일반적인 AWS서비스의 경우, 기능이 미지원되는 리전이 아닌 이상 배포 속도를 비롯한 접속 환경이 원활한 서비스 지역에 가까운 리전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두 버전의 서비스가 동일한 비율로 동일한 리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의아했다. 국내만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게임즈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국내 리전만으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하는 점은, 동일 리전을 동일 비율로 접속한다고 해서 '서로 다른 두 플랫폼의 서버가 하나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클라우드상에서 서버가 나뉘어 운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카카오-PUBG의 답변, "매칭 서버 오류 현상"

이런 문제를 체크하고, 공지에서 언급했던 '원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인벤에서는 카카오와 PUBG측에 최근 이슈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요청했다. 아래는 개발사측에서 전달한 질의 응답의 내용이다.

Q1. 솔로와 듀오모드 업데이트까진 카카오 서버의 환경이 정말 쾌적했는데, 스쿼드모드가 추가되고 급격하게 지연현상이 많이 발생했다. 서버 불안정 현상이 갑자기 생긴셈인데, 언제부터 생겼고 무슨 이슈인지 궁금하다.

A) 카카오 서버 이용 유저가 급격히 증가하며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며, 현재는 수정이 완료됐다.


Q2. 카카오 서버와 스팀 유저는 정확히 언제부터 서로 매칭이 됐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현재 파악한 원인은 무엇인가?

A) 11월 30일(목) 매칭 오류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간헐적으로 스팀 서버를 이용하시는 플레이어분들이 카카오 서버에 유입 및 매칭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조치는 12월 2일(토) 오후 2시 10분경 완료됐으며, 조치 후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매칭이 진행되고 있다.


Q3. 솔로외에도 듀오나 스쿼드모드에서도 매칭 현상이 있었는가?

A) 듀오와 스쿼드 모드에서도 간헐적 매칭 현상이 존재했다. 현재는 정상적으로 매칭이 진행되고 있다.


Q4. 카카오와 스팀 클라이언트로 몇 게임을 확인해보니 northeast-2(서울)과 us-east-2(미국 오하이오)를 동일한 비율로 사용하게 되는걸 확인했다. 카카오 서버가 스팀 서버와 어떤식으로 분리되어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한다.

A) 배틀그라운드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금번 문제가 발생한 '매칭 서버'는 서버 분류에만 관여하는 시스템이며, 카카오 서버와 STEAM 서버는 클라우드 서버 내에서 별개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다.


Q5. 스팀 서버의 닉네임과 카카오 서버의 닉네임은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카카오 서버와 STEAM 서버의 닉네임 중복 방지는 별개 서버 운영과 관련 없이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유지해드리기 위함이며, 이러한 조치에 따라 전적 검색 사이트 등에서 서버 선택 없이 편리하게 정보를 검색하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슈는 '매칭 서버'의 오류로 생긴 사건이었고, 스팀-카카오간 간헐적 매칭 현상은 솔로 뿐 아니라 듀오, 스쿼드 모드에서도 발생했다. 그리고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는 클라우드 서버내에서 '별개'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별개' 서버와 잘못된 만남
유저들은 배신감과 기만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카카오게임즈와 펍지에 따르면,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는 별개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클라우드에서 구분되어 있는 '별개 서버'라는 점이 아닐까. '별개'라는 뜻은 서로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매칭 서버의 오류로 인해 만나선 안될 두 사람이 만나버렸다.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두 서버 사이에 '관련성'이 발생해 버린 것이다.

처음 서버 분리를 발표하면서, 카카오와 펍지는 '별개 서버'라고 못을 박았다. 비록 카카오가 언급한 서버 분리는 '논리적인 별개 서버'라고 할 지라도, 유저들은 당연히 물리적으로도 전혀 서로 매칭이 되지 않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뜩이나 같은 플랫폼, 같은 콘텐츠와 같은 업데이트 등 모든게 같으며 닉네임은 서로 중복되지 않는다. 서버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스팀 서버에서도 카카오로 접속할 방법이 무엇인가 있다는 뜻이 됐고, 결국 카카오 서버를 이용하기 위해 과금을 한 유저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 거기에 최근 서버 이슈까지 겹치며 불안한 서버 환경을 만난 유저는 당연히 '기만당했다'는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동일하고 서버만 다르기에, 스팀 유저들 중 원하는 유저들은 카카오 서버로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서 카카오게임즈측은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통합 서버보다는 별개 서버로 운영하는 것. 이는 해외 이용자와의 분리를 통해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며, 불법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제재 등 부정 행위 대응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고 카카오는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매칭 서버가 또다시 오류가 발생한다면, 다시 한 번 카카오 서버에 스팀 플랫폼 이용자들이 유입될 수 있단 뜻이다. 선례가 생겨버렸기에 유저들은 '불안감'과 '배신감'을 갖게 됐다. 결국 '신뢰'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아직 배틀그라운드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고,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는 치트 유저(핵)에 대한 해결책과 최적화, 신규 콘텐츠, 그리고 e스포츠 운영과 관전 시스템까지 하나같이 모두 '난제'만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 운영 이슈까지 겹쳐 유저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카카오게임즈와 펍지 양측에게 모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게임 서비스에 있어서 유저 동향과 분위기에 따라 때로는 큰 이슈를 안정적으로 대응하게 할 수도, 작은 이슈가 큰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슈를 종합해보면, 11월 30일부터 생긴 오류를 '유저의 제보'로 12월 2일에 발견해 고치게 된 셈이다. 서로 다른 과금 체계의 플랫폼이 하나의 서버스를 이용하게 된 큰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사가 직접 발견하지 않고 유저의 손에 발견됐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모니터링 체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할 듯 싶다.

그리고 더 큰 오해가 생기기 전에 명확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로 유저들에게 이번 이슈에 대해서 설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앞으로는 펍지와 카카오게임즈 모드 좀 더 진솔하고 책임감 있는, 유저들도 만족할 수 있고 수긍할 수 있는 운영과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