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 하더라도 TV에서 게임 중계를 본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e스포츠의 규모는 급격히 성장했고, 2018년 현재 시범종목이지만 아시안게임에도 채택되어 지상파에서 이를 중계하기까지 이르렀다.

e스포츠가 대중화되었다는 걸 가장 피부에 와닿게 하는 일이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스 미디어,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디어 e스포츠 중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비록 모든 경기를 중계한 건 아니지만, KBS와 SBS를 통해 e스포츠 경기를 지켜본다는 사실만으로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는 단적인 예였다.

SBS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중계에 이어 11월 4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2시에 e스포츠 매거진 GG라는 e스포츠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거진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전에 게임쇼 유희낙락이라는 게임 관련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e스포츠 매거진 GG는 유희낙락과는 전혀 다른 정통 스포츠 매거진 프로그램에 가까운 형태였다.

게다가 젊은 PD의 연출이지 않을까 싶었던 e스포츠 매거진 GG은 스타킹, 도전 1000곡 등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김태형 PD였다. 궁금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직접 김태형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Q. 게임쇼 유희낙락에 이어 e스포츠 매거진GG 연출까지 맡고 있다.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e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SBS 예능 출신 PD 김태형이라고 한다. 보통 프로그램은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데, 근무한 지 20년이 넘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프로그램은 스타킹이다.


Q. e스포츠에 대한 위상이나 인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고 있지만, 지상파에서 보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그래서 더욱 지상파에서의 e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이 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지상파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롤 모델이 있지 않나. 가령 미국에서 NBC나 ABC 방송사에서 아직 e스포츠에 대한 방송이 없는 것처럼.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으나 사회적인 규제나 통념, 인식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과 부딪혔다.


Q. 그럼에도 계속 밀어붙인 이유는?

이게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분화됐다. 지상파는 매스 미디어라 불리고 있지만, 매스 미디어는 점점 없어져 간다. 예전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SBS의 진실게임, 붕어빵 등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시청률이 30%에 육박했다. 매스 미디어니까 가능했던 수치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채널도 엄청 다양하고, 사람들의 취향이 그만큼 분화되어 선택지도 그만큼 넓어 예전처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미디어는 앞으로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시대가 확실히 변했고, 세분화 된 여러 콘텐츠 중 e스포츠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밀레니엄 세대들은 게임을 가장 먼저 접하지 않나. 지상파에서도 시도할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는 분야다.



Q. 20년 전에는 게임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 굉장한 충격이었으나 요즘 어린아이들은 e스포츠 방송이 당연한 시대에서 보고 자란다. 지상파 역시 잠재적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선 놓칠 수 없는 콘텐츠라 판단했다고 봐도 될까?

게임쇼 유희낙락 때부터 이미 SBS는 e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있고, 실제로 준비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장과 필드에 대한 분석, e스포츠 리그를 소재로 지상파에서 방송하는 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낯설수도 있으나 2018 아시안게임 방송 당시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점이 e스포츠 매거진 GG가 런칭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고, 방송이 송출되는 시간 역시 소위 말하는 메이저 시간대는 아니라서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웃음).


Q.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

전체 연출을 맡긴 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나보다 훨씬 게임을 잘 알고, 전문가들이다. 또한, 협업체인 아프리카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세대의 입맛에 맞게 유투브에서 뛰어난 편집자들과 같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스포츠의 매니아적 요소와 일반 시청자를 배려하기 위한 지상파로서의 방향성을 적절히 잘 버무려 나갈 생각이다.


Q. MBC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비긴어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e스포츠 전문 방송은 아니지만, 유희낙락 당시 함께했던 김희철도 있고, 좋은 경쟁 상대라고 보여지는데?

비긴어게임은 e스포츠 전문 매거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예전에 연출했던 게임쇼 유희낙락에 가까운 예능에 게임을 접목한 느낌이랄까.



Q. 권이슬, 김동준, 이현우 등 e스포츠 팬들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인물들이 대거 투입됐다. 전문 e스포츠 방송인 위주로 출연진을 꾸린 것도 다소 의외다.

작가나 동료들과 의견을 취합한 결과, e스포츠 매거진에 걸맞게 LoL과 배틀그라운드에서 가장 평가가 좋고 전문성이 있는 인물들을 물색했다. 김동준 해설위원의 경우 경력이 정말 오래됐음에도 지상파 방송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하더라(웃음). 생방송 경험이 셀 수 없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지상파에 대한 무게감이나 부담감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놀랐던 건 권이슬 아나운서였다. PD로 20년이 넘게 일을 해오면서 오디오의 중요성을 정말 잘 알고 있는데, 오디오가 굉장히 좋더라. 많은 전문가들 가운데 SBS의 김선재 아나운서를 투입한 이유는 SBS만의 색깔을 넣고 싶어서였다. 유희낙락에서도 장예원, 배성재 아나운서가 있었던 것처럼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아직 e스포츠에 생소한 입문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앞서 말했지만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이고, 매니아들과 대중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섞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Q. SBS가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혹시 추후 LCK 중계에도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쪽 담당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관심은 있지 않을까?


Q. 앞으로 e스포츠 매거진GG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시간대도 새벽이고 런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일단 많이 봐주시고 SNS를 통해서 홍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e스포츠팬들을 믿는다(웃음). 홍보가 많이 되고 더 알려지면 유저들과 소통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정하고 싶다. 간략히 말하면 한국 e스포츠의 허브 역할이 되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