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태동기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스타 현장에서 펼쳐진 2017 PUBG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아프리카TV PUBG 리그(APL), PUBG 서바이벌 시리즈(PSS), PUBG 워페어 마스터즈(PWM) 등 다양한 리그가 연달아 열렸다. 난립했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화됐고, 단일 리그인 PUBG 코리아 리그(이하 PKL)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성숙기에 들어갔다.

아프리카TV의 신성호 PD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함께 성장했다. APL 파일럿 시즌과 아프리카TV BJ 배틀그라운드 멸망전을 담당하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후 두 시즌의 APL과 여러 시즌의 멸망전을 넘어 PKL 제작까지 쉼 없이 달리며 아프리카TV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신성호 PD의 열정과 도전 정신은 매 리그 변화를 추구하며, 선수와 팬들에게 더 나은 e스포츠 환경을 제공하 것에 전력을 쏟고 있다.



Q. 먼저 간단한 인사를 부탁한다.

PKL 연출을 맡은 아프리카TV 신성호 PD다.


Q. 독자분들을 위해 본인의 커리어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2007년 곰TV에서 조연출로 방송 일을 시작했다. e스포츠를 본격적으로 담당한 건 2010년부터인데, GSL과 GTSL 연출을 위주로 LoL 챌린저스 코리아 제작에도 참여했다. 오버워치나 서든어택 등 FPS 장르 게임을 담당하기도 했고, 이 외에도 웬만한 주류 종목 e스포츠는 모두 경험해봤다.


Q. PKL을 담당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2015년 아프리카TV에 입사해 한동안 BJ 컨텐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가 2017년 e스포츠 제작팀이 꾸려지며 업무가 바뀌었고 때마침 배틀그라운드가 e스포츠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e스포츠 소식이 나오기 전부터 배틀그라운드를 재밌게 즐기고 있었는데, 이에 내부에서 내가 적임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PD를 맡게 됐다.


Q. 제작과 연출에 있어 다른 e스포츠 종목과 차별화되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만의 특징이 있다면?

당연히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e스포츠는 12명이 최대 인원이었는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100명이 동시에 경기한 적도 있지 않나. 이에 물리적으로 준비할 것이 정말 많고 그만큼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프로 경기다 보니 작은 문제도 용납할 수 없는데, 모든 선수를 완벽하게 케어하는 것이 타 종목에 비해 정말 어렵다.

또 다른 한 가지는 PD의 역할 차이다. 다른 종목은 PD가 중심을 잡고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그게 불가능하다. 시청자분들이 확인할 수 있는 선수석 외에도 백그라운드에 구축하고 있는 것이 타 종목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내가 모든 부분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 이에 확실한 분업화가 필요하며 PD가 수직적으로 업무를 할당하는 것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각 부분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PKL의 경우엔 제작진 모두가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각자 역할을 잘 해내고 있기에, 내가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웃음).


Q. PKL 연출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 이번 페이즈2 연출에 새로운 점이 있다면.

APL 파일럿 시즌부터 지금까지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페이즈2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최대로 반영해서 연출하는 단계로 봐 달라. 새롭게 추가한 것은 모든 선수석의 개인 카메라와 특정 지역에서 교전이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해당 화면을 받아오는 시스템이다. 여러 명의 옵저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전투를 보여주기란 불가능했는데, 이번에 자동 시스템을 도입하며 선수들의 실시간 오더나 브리핑 등 더 많은 것을 시청자분들께 보여줄 수 있게 됐다.


Q.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특성 상 일부 상위권 팀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전 세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PD들이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MPL(Metal hogs PUBG League)의 경우 4개 팀만 옵저빙하는 극단적인 중계를 하는데, 나는 최대한 많은 팀과 선수들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연출하고 싶다. 하지만 한 화면에 보여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고 선수들의 캐릭터를 잡아주기도 쉽지 않다. 일단 실행 중인 것은 선수들을 최대한 노출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얼굴과 닉네임이 시청자분들께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관심이 생기기 때문에, 얼굴을 많이 알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본다.


Q. 이외 제작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10인, 12인 e스포츠는 여러 번 시뮬레이션하며 리그를 준비하는 게 용이하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시뮬레이션이 거의 불가능하고, 많은 부분을 상상에 의존해야 한다. 이에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또 특정 시스템을 준비했을 때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존 e스포츠는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을 100% 활용할 수 있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페이즈2에 새롭게 추가한 선수 개인 카메라다. 64석에 모두 구비해뒀지만, 매 경기 일부만 사용되고 있다.


Q. 경기장이 잠실 아프리카TV 오픈스튜디오에서 올림픽공원 K-아트홀로 바뀌었는데.

일단 시청자분들 입장에서 관람하기 좋아졌다고 본다. 우리 역시 더 멋진 그림을 만들고 선수들에게 좋은 경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기쁘다. 아낌없이 투자해주시는 서수길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발전하는 PKL을 보여드리겠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몇몇 선수들이 아프리카TV 오픈스튜디오를 그리워한다는 점이다. 거기선 다양한 음식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는데, K-아트홀에선 그게 불가능하다면서 말이다(웃음).


Q. PKL 해설진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PD로서 얼마나 만족하나.

월/수 중계진이든 토요일 중계진이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로서는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고맙고, 특별히 부탁할 게 없다. 내가 할 일은 자료든 참고 화면이든 중계를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뿐이다.


Q. 이현경 아나운서도 경기 전-중-후로 맹활약 중이다.

워낙 훌륭한 능력을 갖춘 분이기에 리포터 역할을 맡기는 데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다. 리그 초기엔 이현경 아나운서가 일반적인 선수 인터뷰만 진행했었는데,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이에 우리가 매 시즌 여러 컨텐츠를 만들어 제안했다. 이현경 아나운서 자체가 평소에 준비를 많이 하는 타입이고, 꾸준히 선수들과 호흡해 유대감이 생기면서 우리가 준비한 컨텐츠들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해주고 있다.


Q. 앞으로의 각오가 궁금하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배틀그라운드 리그가 열리고 있는데, 리그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PKL 역시 완성형이 아니기에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이다. 또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PKL을 전 세계를 통합하는 표준형 리그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기준이 되는 지점을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신 서수길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또 말도 안 되는 기획안을 가져가도 허가해주는 채정원 본부장님과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는 스태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팬분들. 모든 e스포츠가 그렇듯, PKL도 팬분들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배틀그라운드와 PKL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오래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