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팬이라면 HGC KR을 대표하는 탱커이자 1세대 프로게이머 'Sign' 윤지훈이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진 않을 것이다. MVP 블랙에서 2016 스프링 챔피언십에서 암흑의 시대를 이끈 주역이자, 명품 정예 타우렌 족장 플레이로 유저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17시즌부터 템페스트로 팀을 옮긴 뒤에도 그의 경기력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 최고의 탱커로 손꼽히던 'Sign'이 작별을 고했다. 전장 운영과 팀의 유기적인 호흡이 중요한 히어로즈에서 메인 탱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인 그의 은퇴 소식에 일반 유저들은 물론이고, 프로게이머들까지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해당 포지션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안정감과 슈퍼 플레이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감각이, Sign만의 고유한 스타일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벤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그의 결심과 함께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Q. 안녕하세요. 블리즈컨 이후 한 달만입니다.

블리즈컨 이후엔 쭉 쉬고 있었어요.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여유를 좀 찾았죠. 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육아도 많이 도와줬어요. 가장 최근엔 은퇴 소식을 전하면서 좀 싱숭생숭했어요. 그래도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내가 선수 생활을 그리 못한 건 아니구나"싶어서 슬프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해외 선수들도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Q. 그렇다면, 은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은퇴 생각은 예전부터 많이 하고 있었죠. 지금보다는 미래를 생각해야 했던 입장이니까요. 뭐랄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강박증이랄까요? 모든 게 완벽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원하는데, 그러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죠. 항상 다음 시즌엔 올해처럼 노력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다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보다는 은퇴 이후의 다른 진로를 찾고 싶었구요.


Q. 완벽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렇다면 MVP 블랙 시절이 생각납니다.

정말 좋은 기억이었죠. 제가 꿈을 키워나가던 팀이었고,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과 함께 하나하나 알아가던 재미가 있었죠. 처음부터 강팀은 아니었지만, 스네이크나 TNL과 경쟁하면서 한 번씩 넘어질 때마다 재정비를 하고 그만큼 성적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 지금보다 겁도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뭔가 할 때 지금보다 생각이 덜했죠.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고, 최고의 커리어를 찍었던 시절이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Q. 이후 템페스트로 이적한 과정도 궁금합니다.

원래는 MVP 블랙에서 나와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고민하던 부분도 비슷했구요. 그렇게 좀 쉬고 있었는데, 조금 더 편하게 게임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온 거죠. 그렇게 템페스트에 합류하면서 좋은 점도 많았죠. 예전보다 한결 편하게 경기를 준비하면서 여유를 찾았죠.




Q. 아무래도 마지막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요?

시작이 좋았죠. 편하게 게임도 했고, 멋모르고 겁 없이 게임을 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멤버가 모였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있었어요. 2018년 시즌 내내 실력적으로 모자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스크림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요. 개인적으로는 페이즈2가 시작되면서는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다만, 경기 결과가 그만큼 나오진 않았어요.


Q, 메인 탱커라는 포지션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지는데요.

사실, 메인 탱커라는 포지션에 대한 무게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보통 히어로즈가 탱커 놀음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생각하기 나름 같아요. 뭔가를 만들어나가는 건 맞는데, 실제로 게임을 굴리는 포지션은 딜러거든요. 메인 탱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에요. 오히려 부담감보다 외부로 드러나는 부분이, 제 행동 하나하나가 드러나는 포지션이라서 스포라이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포지션이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성향에 잘 맞았구요.


Q. 다시 은퇴 선언으로 돌아와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e스포츠 쪽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하지만 생각뿐이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네요. 올해가 지나 봐야 좀 뚜렷해지지 않을까 해요. 남은 기간 동안은 휴식을 취하면서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 같아요. 그리고 좀 더 육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젠지팀에 혹은 같이 게임을 했던 선수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을까요?

젠지는 정말 잘하는 팀이고, 잘하고 있어서 크게 할 말이 없네요. 그냥 원호(KyoCha)가 같이 히어로즈를 시작한 친구 중에 혼자 남았네요. 앞으로도 계속 잘해서 군대 갔다 와서도 계속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Q. 또, 템페스트 팀에게도 한마디 부탁합니다.

워낙 개인 기량이 뛰어난 친구들이라서 어딜 가서든 잘하리라 믿고, 흩어진 김에 누구든 우승해서 술 한잔 샀으면 좋겠네요.


Q.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4년간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는데, 제 예상보다 오래 활동했던 것 같아요. 팬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은퇴 선언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되길 바란다. 혹은 최고의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는 응원인데, 제가 살아가면서 이런 말을 얼마나 더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덕분에 프로게이머 생활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수 생활을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남아있는 선수들과 템페스트 그리고 다른 팀들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