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코볼트와 지하 미궁" 확장팩 관련으로 한국을 찾았던 블리자드의 선임 게임 디자이너 다니엘 에몬스(Daniel Emmons, Senior Game Designer)가 새로운 확장팩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 출시를 앞두고 한국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어제(8월 6일)에는 팬들과 함께 확장팩의 사전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등 바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8월 6일 오전에 새로운 확장팩에 대한 기자 간담회 이후, 확장팩 콘텐츠 및 밸런스와 관련한 좀 더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관련기사 : [인터뷰] 폭심만만의 주제는 실험? 하스스톤 개발자 '다니엘 에몬스' 인터뷰

과연 개발자가 생각하는 다음 확장팩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하스스톤 선임 게임 디자이너 다니엘 에몬스





Q. 코볼트와 지하 미궁 이후 두 번째 한국 방문입니다. 이번 확장팩에서는 어떤 것들을 주로 맡으셨나요?

이번 박사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모험모드인 묘수풀이 연구소와 관련된 부분에 참여했습니다. 주 역할은 라이브 콘텐츠 디자인 팀에서 활동하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선술집 난투나 불꽃 축제/시간의 선술집 같은 게임 내 이벤트를 개발합니다.




Q. 이번 확장팩은 첫 확장팩이었던 고블린 대 노움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기계가 다수 등장하던 고블린 대 노움 때와 차별화된 측면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합체" 키워드입니다. 고블린 대 노움과는 차별화되는 기계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었고, 아트 측면에서도 고블린 대 노움과는 다른 느낌으로 기초를 잡아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각 직업마다 특색 있는 과학 분야를 선택해 그러한 컨셉에 맞는 기계 및 하수인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Q. 합체 메커니즘이 놓는 위치에 따라 합체 여부가 결정되는 식인데, 기계 두 마리 사이에 합체 하수인을 독립적으로 놓을 수 없는 형태입니다. 드루이드의 선택처럼 합체 여부를 먼저 "선택"하는 형태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이런 방식을 취한 이유가 있었나요?

드루이드의 선택은 여러가지 메커니즘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기에 작동 방식도, 적용되는 카드도 다양한 편입니다. 하지만 합체는 이 하수인을 "합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드루이드의 선택처럼 작동을 하는 것은 꽤나 번거로운 형태가 됩니다. 그래서 왼쪽으로 놓으려고 하면 자력이 당기는 것처럼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합체 능력이 있는 기계 하수인을 다른 기계 하수인의 왼쪽에 놓고 싶을 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하수인을 전장에 내려놓는 데 있어서 한번 더 고민을 하는 등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 간소화에 집중한 합체 메커니즘. "자리"와 "순서"에 더 신경써야 한다.


Q. 합체라는 컨셉이 작년 매직 더 개더링의 Unstable 확장팩에 등장한 Host-Augment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합체를 할 본체(Host)의 왼쪽에 부속(Augment)를 붙여야 한다는 구조도 유사한데 혹시 이런 부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가요?

이번 확장팩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엄청나게 커다란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로봇 애니메이션 같은 것에서) 기계 3~4개가 합체해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내는 걸 하스스톤에선 어떻게 구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합체라는 메커니즘을 떠올렸을 뿐입니다.


Q. 합체와 다른 키워드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자신과 적 모두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카드인데, 사실 과거 등장한 "숲 뜰지기" 같은 카드도 자신이 보는 이득보다 상대에게 주는 이득이 위험해 활용되지 않았고, 결국 핸드 파괴가 가능한 "시린빛 점쟁이" 정도만이 채용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카드가 과연 잘 활용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프로젝트와 숲 뜰지기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숲 뜰지기는 양쪽 모두 효과를 받는 것보다는 3마나에 2/4의 능력치를 가진 하수인이 나온다는 게 필드 장악에 너무 약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번 확장팩의 프로젝트 카드는 1마나로 마나 수정을 2개 준다 거나, 2마나로 2/3 무기를 착용하고 방어도 6을 얻는 식으로 카드 자체의 비용 대비 효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런 만큼 상대가 얻는 이점을 어떻게 상쇄시킬 것인가를 주요 포인트로 잡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사의 "무기 프로젝트"는 2마나로 2/3무기와 +6의 방어도를 양쪽에 주는데, "산성 늪수액괴물" 같은 카드로 상대의 무기를 미리 깨트릴 수 있어서 이런 걸 활용하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덱 티어를 결정적으로 가를 정도의 차이를 낼 것인가는 실제 확장팩이 적용된 후 지켜봐야 하겠지만, 숲 뜰지기 같은 카드보다는 효과적일 것입니다.


▲ 숲 뜰지기와는 다를 것이라는데... 과연...


Q. 지난 확장팩에서는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가장 만드는데 어려웠던 카드로 "두억시니"를 꼽았습니다. 이번 확장팩에도 그런 골칫거리, 혹은 어썸한 카드가 있나요?

이번 확장팩에선 "위대한 위즈뱅 님"이 그런 카드입니다. 디자인 팀에선 카드 한장으로 여러가지 덱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카드를 만들고 싶었는데, 어떻게 구현할지 막막해서 그동안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잡혀서 추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Q. 공식 포스트로 위즈뱅은 대회 사용 금지가 선언되었는데, 대회에서 활용 할 수 없는 카드가 있다는 데 불만을 갖는 분들도 있습니다. 굳이 위즈뱅을 금지 카드로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요?

위즈뱅은 대회보다는 캐주얼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를 위한 카드입니다. 다양한 덱을 플레이하고 싶지만 게임을 가볍게, 과금 없이 하는 플레이어를 위해 출시한 카드입니다. 또한, 현재 덱 견본이 아니라 다음 확장팩에서 견본이 바뀌면 그러한 견본도 사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만들어 두면 다양한 덱을 즐겨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회에선 쓸 수 없지만, 다양한 덱을 저렴하게 즐기고자 하는 플레이어에겐 최고의 카드가 될 것입니다.


Q. 황금 위즈뱅을 사용하면 견본 덱도 전부 황금으로 구현이 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Q. 견본 덱은 확장팩 출시 때 한번 바뀌고 계속 유지되는 식인데 확장팩 기간 중 견본 덱을 갱신할 계획은 있나요? 또, 위즈뱅이 좋은 평을 받으면 향후 야생으로 떠날 때 비슷한 타입의 신규 카드가 등장하거나 위즈뱅이 오리지널로 편입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확장팩 기간 중에 견본 덱을 갱신할 계획은 현재는 없습니다. 플레이어 자신도 어떤 덱을 플레이하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니 이런 요소로 인해 카운터를 맞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2년 후 위즈뱅이 야생으로 간다면 정규전에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피드백이 좋다면 유사 카드의 출시나 오리지널 편입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이 많다면 개발팀 내에서 고려할 것입니다.


▲ 위즈뱅이 어썸하다면 많은 피드백을 주세요!


Q. 지난 마녀숲 확장팩 인터뷰에서 게임 내 대회 기능이 여름 즈음에 베타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미 여름이 한창인데 개발 진척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게임 내 대회 기능은 하스스톤 개발팀 내에서도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며 조만간(Soon™) 이와 관련된 포스트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당장엔 여기에서 답변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오리지널부터 현재까지 메타가 돌고 돌았지만 유독 드루이드와 흑마법사는 일정 티어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이 두 직업은 어그로 덱으로도, 후반 지향 덱으로도 다양하게 덱을 만들 수 있어서 "개발자의 편애를 받는다"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발자들이 어떤 직업을 편애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모든 직업을 최대한 재미있게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당장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직업도 주술사입니다. 매 확장팩마다 새로운 덱의 구성이 가능하도록 카드를 공급하고, 여러 컨셉을 생각하며 덱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재미이기에 그런 분들을 개발팀에선 최대한 배려하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드루이드나 흑마법사의 강세였던 시기가 많긴 하지만, 도적이나 전사 같은 다른 직업이 초 강세를 보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현재로서는 특정 직업이 엄청나게 강하거나 엄청나게 약하게 되는 것을 의도해서 카드를 만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 하지만 드루이드를 편ㅇ... 음, 노루는 약한 직업이죠.


Q. 도적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확팩별로 직업을 대표하는 아키타입이 카드로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몇몇 아키타입은 그 직업이 엄청나게 선호하지 않기도 하죠. 대표적인 게 냉기 주술사인데, 이번 확장팩에서는 도적의 죽음의 메아리 컨셉이 저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장 어제 시범 경기에서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는데 활약을 기대하고 있나요?

어제 경기 나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죽메 도적은 기대하고 있는 아키타입입니다. 냉기 주술사처럼 활용하기 힘들었던 아키타입이 있긴 했지만, 개발팀 입장에선 최대한 여러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덱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편입니다. 모든 덱이 메타를 이끄는 건 어렵겠지만, 되도록 적은 종류의 덱만 살아남고 나머지가 버려지는 상황을 막고자 합니다.

추가로, 주술사는 멀록, 진화, 토템, 정령 등 아키타입이 다양한 직업의 경우 특정 확장팩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키타입의 카드가 추가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약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개발팀에서는 되도록 다양한 아키타입이 활용되고 버려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카드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Q.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정말 강력했던 덱은 어떤 덱이었나요?

단순히 강력함으로 따지면 "운석학자"가 5마나였던 시기였습니다. 10마나일 때 2장을 내면 한 턴에 15~17의 피해를 꽂아 넣는 게 너무 강력해서 결국 6마나로 너프가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강력한 덱을 얘기하면 그게 가장 떠오릅니다.

재미있는 덱이라면 도적의 "토깽이 콩콩" 덱입니다. 예전에도 "그림자 밟기" 같은 카드로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강화하는 컨셉을 좋아했는데,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장팩 출시 직후에 가장 먼저 만들어 볼 덱은 이 덱으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너무 강력해서 비용이 너프된 운석학자와 기대 중이라는 토깽이 콩콩


Q. 그렇다면 "이건 사기야!" 싶을 정도로 개발팀이 꼽는 판도 카드는 어떤 것인가요?

그런 카드가 없었으면 좋겠네요.(웃음)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도 그런 카드들은 너프 하기도 했고요. 출시 이후에 너무 일방적이어서 재미를 해칠 정도라면 적절히 조정할 생각입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너무 강력해서 너프된 운석학자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팀 내에서 선술집 난투나 축제를 주로 담당한다고 했는데, 최근 진행된 한여름 불꽃 축제나 시간의 선술집이 보상이 짭짤해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이번 확장팩 출시 이후 기대할 만한 이벤트나 난투 콘텐츠가 예정되어 있나요?

"얼어붙은 왕좌의 날" 이벤트가 발표되었고, 조만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시간의 선술집이나 한여름 불꽃 축제 같은 소규모 이벤트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이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좋아하고, 개발팀도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콘텐츠들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매 주 선술집 난투를 새로 내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이런 난투 콘텐츠는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는지 알고 싶습니다.

선술집 난투는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집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기존에 있는 효과를 활용해 만들어지기도 하는 식으로요. 환영 자객 발리라의 능력(마지막으로 낸 카드를 복제해서 쓸 수 있는 형태)이 신기하다 싶어서 난투로 만들어본 적도 있고, 모든 하수인이 1마나인 대신 능력치도 1/1밖에 안되는 "너도나도 미니미"같은 난투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 난투에 반영된 것도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공격대 던전을 도전하며 우두머리와 싸우던 경험을 살려, 네파리안을 쓰러트리는 협동 난투를 만들 적도 있었죠. 레이드를 할 때처럼 1단계, 2단계, 3단계로 각 단계가 나뉘어 해당 단계에 적절한 공략법을 사용하고, 우두머리가 강력한 기술을 쓸 타이밍엔 집중하면서 깜짝 놀라기도 하는 순간들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 남은 생명력에 따라 페이즈가 달라졌던 네파리안 난투


Q. 이번 WoW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에선 하스스톤의 등장 카드였던 "하늘선장 크라그"가 자유지대의 우두머리로 등장합니다. 핀리 므르글턴 경 같은 하스스톤 고유의 카드가 본가에 NPC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혹시 이후에 이런 하스스톤만의 NPC가 WoW에 등장할까요? 혹은 추가가 되었으면 하는 카드가 있나요?

핀리가 WoW에 등장하기 전까지 저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게임 내에 구현이 된 후에야 "와, 이게 추가되었네"하고 기뻐했고요.

하스스톤의 캐릭터가 WoW에 추가되는 것은 아직 계획된 게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탐험가 연맹의 인물들이 전부 구현이 되었으면 하네요. 엘리스 스타시커나 리노 잭슨 같은 친구들도 브란 브론즈비어드나 핀리 므르글턴 경은 이미 등장한만큼, WoW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많은 플레이어가 좋은 덱을 선택하기 위해 외부 사이트의 승률 통계나 메타 분석을 참고하는데, 게임 내에서 직업이나 덱 타입별 승률, 특정 카드의 채용 비율 같은 세부적인 통계 기능을 추가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그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통계나 카드별 승률 같은 정보는 특정 플레이어들만 관심을 두는 요소이기 때문에 인게임에서 이런 것들을 제공할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을 인벤 팬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이 인벤과의 두 번째 인터뷰인데, 그때도 그렇지만 굉장히 뜻깊은 순간입니다. 인벤은 북미에서도 굉장히 잘 알려진 웹진 커뮤니티인데, 여러분들의 의견 덕분에 게임이 더욱 발전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 Make Dr. Boom Great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