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든 최고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게임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게임에서 열리는 하나의 이벤트라고 할지라도, 거기서 최고가 되려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특히 아이돌 기반 게임에서 순위권이라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높은 순위에 들더라도 추가로 보상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지난 6월 말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이하 밀리시타)에서 지금까지 개최된 이벤트 중에는 순위가 책정되는 이벤트가 총 4회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종료된 순위 이벤트는 조금 특별했다.

기존 밀리시타에는 없던 새로운 형식의 이벤트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바로 한국인이 최종 랭킹 1위를 차지한 이벤트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 워프P가 인벤 자유게시판에 인증한 자신의 순위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바로 인벤에서 '시부린'이라는 닉네임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워프P'. 주로 아이돌 게임 인벤 위주로 활동해왔으며, 게시판에 고난도 곡 풀콤보 영상을 자주 올리는 등 실력이 상당하기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유저였다.

밀리시타의 이벤트 참여 인원은 10만 명 이상. 현재 일본에서만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일본인인 상황에서 최초의 한국인 1위 달성이라는 업적을 이룬 '워프P'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 늦은 시간이지만 인터뷰에 응해준 워프P


Q. 먼저 1위 달성하신 것을 축하드리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프로듀서 워프라고 합니다. 인벤에서는 '시부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은 시부야 린, 모가미 시즈카입니다.


Q. 이벤트 기간 동안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플레이를 하셨나요?
- 저는 데레스테에서 이벤트 상위 랭킹에 입상하신 분들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준비를 해왔는데요. 많이 했던 날은 잠을 줄여가며 20시간 이상 플레이하기도 했습니다.


Q.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때 아무래도 불안하시지는 않았나요?
- 이벤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직 체력이 있다보니 괜찮았는데요. 3~4일 쯤 되니까 그때부터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도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심할 때는 졸면서 플레이하기도 했고요. 다행히도 밀리시타는 영업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보니, 눈을 감은 채로 영업 위치만 터치하면서 버티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플레이 중간중간 휴식을 취했습니다.

트위터에 30분마다 랭킹 점수를 체크해주는 봇 계정이 있어요. 그걸 참고하면서 경쟁자의 포인트가 상승하는 게 느려진다 싶으면 안도하다가, 상승 폭이 완전히 +0이 되면 그럼 이제 나도 좀 쉴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쪽잠을 자고는 했습니다.

▲ 영업으로 쉴 시간을 확보!


Q.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 제가 식탐이 많은 편은 아니라 하루 한두 끼 정도는 걸러도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식사보다는 화장실에 가야 할 때나, 씻어야 할 때가 불편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밀리시타에는 영업이 있다보니 영업을 눌러놓고, 빠르게 볼일 보고 할일하고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틈을 냈습니다.


Q. 몸에도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나요?
- 사실 이벤트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어깨나 팔이 쑤셔서 병원도 다니고 했습니다. 물리치료받고 약도 먹고... 포인트 차이를 잠깐 쉬어도 될 만큼 벌려놓은 다음 시간 계산을 해서 식사도 하고 병원도 다녀오고, 바람도 쐬고 했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업이 있다 보니 정말 편해요. 외출하는 동안에도 한 손으로 계속 화면을 터치할 수 있다 보니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어요.


Q. 이번 이벤트 1위에 도전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는 데레스테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데레마스 쪽의 담당 아이돌인 시부야 린의 이벤트를 준비해왔는데요. 준비한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밀리시타에 시즈카 이벤트가 먼저 나와버리더라구요.

사실 처음부터 상위 랭킹 입상을 작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일단 모아둔 무료 쥬엘을 먼저 써보자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1위까지 올라와 있더라구요. 그러자 '내가 지금 여기까지 왔는데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데레스테에서 린 이벤트를 준비해온 것도 있지만, 이번에 시즈카 이벤트를 내려놓으면 다음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기회가 왔을 때 후회없이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 상위 입상 보상 카드였던 '모가미 시즈카'


Q. 시즈카를 담당 아이돌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시즈카가 어떤 아이인가를 생각하다 보니 제가 동경하게 되는 점이 많았어요. 시즈카는 아이돌에 도전하게 된 경위에 벽이 있고, 순탄치만은 않았는데요. 그런 벽을 자신이 뛰어넘고자 노력하고 도전하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아서요. 그런 시즈카를 동경하다 보니 담당 아이돌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이 첫 스타 투어 이벤트였는데요. 후반전 방식에 대해 예상하고 계셨나요?
- 사실 대부분의 이벤트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보니, 이번 투어도 이벤트 재화를 모아서 배수로 쓸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설마 재화를 모으는 것 자체도 배수로 모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어요.


Q. 이번 1위 달성에 어느 정도의 쥬엘이 소모되었나요?
- 처음 시작할 때 무료 쥬엘을 3만 개 가지고 있었고요. 과금한 건 후반전 들어가면서부터입니다. 전반전은 모아둔 무료 쥬엘과 드링크로 플레이했어요. 후반전부터 처음으로 유료 쥬엘이 들어갔는데요. 무료 쥬엘의 몇 배에 해당하는 쥬엘이 들어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벤트에 대한 과금량만큼은 데레스테 이벤트를 꽤 상회할 것 같아요.


Q. 기존의 다른 게임에서도 1위를 획득하신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상위 랭크에 계속해서 도전하게 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지지하는 캐릭터, 아이돌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애정이 있어야 돈도 쓸 수 있고 시간도 낼 수 있고, 체력도 쓸 수 있어요. 다른 아이돌이었다면 안 했겠죠.

▲ 2, 3위와도 상당한 점수 차이를 보인다


Q. 점수를 일부러 정해놓고 맞추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점수는 어떻게 맞추셨나요?
- 아이마스 인벤에 난이도별 곡 플레이나 영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벤트 포인트 표가 정리된 게시물이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일단 목표하던 점수를 몇천 점 정도로 남겨놓은 다음, 표를 참조해서 남은 점수랑 어떻게 조합을 하면 내가 원하는 점수를 만들 수 있겠다고 계산을 마쳐놓고 계획에 맞춰서 플레이합니다. 근사치로 점수를 맞춰놓고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죠.

3210914 뒤쪽의 '0914'는 시즈카의 생일이에요. 1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날부터 이 숫자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즈카 이벤트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가 있고, 제가 시즈카에 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의미로 점수 뒷자리를 맞추었습니다. 이번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Q. 밀리시타 플레이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손의 피로를 줄이는 비법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 저는 아이패드로 플레이중이에요. 핸드폰으로 플레이하면 아무래도 쥐는데도 힘이 들어가고 해서 부담이 더 심한 것 같더라고요. 반면에 태블릿으로 플레이를 하면 기기를 내려놓은 상태로 열 손가락을 전부 다 사용할 수 있어서, 한 손가락에 피로가 몰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거듭 말씀드리지만 영업 덕분에 잠깐씩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Q. 게시판에 고난도의 풀 콤보 영상을 자주 올리는 등, 실력도 상당하신 것 같은데요.
- 리듬게임을 오래 해왔습니다. 오락실용 게임인 EZ2DJ를 초등학교 때부터 플레이했고, 그 뒤로도 다양한 리듬 게임들을 즐겨왔거든요. 한 번 오락실에 가면 몇 천 원에서 많게는 몇 만 원까지 써가면서 열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실력이 붙은 것 같아요

▲ 시즈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프로필


Q. 혹시 다음에도 이벤트 상위권에 도전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 사실 린 이벤트도 지난 번 라이브 퍼레이드 이후로 슬슬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계속 준비해왔는데요. 시즈카 이벤트가 먼저 와버려서 이렇게 달성하게 되었지만, 여건만 된다면 린이든 시즈카든 도전할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을 말하자면, 일단 지금은 조금만 쉴 시간을 주었으면 하네요.


Q. 마지막으로 이벤트 상위에 도전하려는 다른 프로듀서 분들이나 기타 다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작년에 올라왔던 데레스테 1위를 달성하셨던 무서운닭님의 인터뷰에서 동기를 얻기도 했고 팁도 받았어요. 제가 그분께 받은 게 있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다른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지지하는 아이돌의 이벤트가 있다면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뽑기로 담당 아이돌을 데려오는 것도 소중하고 좋은 기회지만, 이벤트에 도전해서 담당 아이돌이 노래하는 곡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이벤트를 달렸기 때문에, 사실 특별히 말씀드릴 팁은 없지만 평소에 체력도 아껴두시고, 통장도 아껴두시는 게 좋습니다. (웃음)




▲ 획득한 이벤트 카드와 멤버로 이벤트 곡을 직접 플레이해주는 서비스까지


▲ 역시나 가볍게 풀 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