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 크릿 게임즈 공동 창립자 케이시 야노(Casey Yano)

2018년, 국내외를 통틀어서 인상적인 인디 게임을 꼽으라면 반드시 한 손가락 안에 들어갈 타이틀, '슬레이 더 스파이어'. 갑작스레 등장한 이 게임은 완성도는 물론이고 소재의 특이성, 패치를 통한 개선을 꾸준히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고평가를 받았다. 스팀 사용자 평가 99%가 긍정적인 평가를 매기며 사상 최초로 99% 압도적 긍정적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례적이었으며, 스팀에서 출시된 인디 게임 역사상 손꼽을 만한 기록이었다.

그렇기에 GDC 2019 인디 게임 서밋 첫 강연임에도 청중들이 강연장을 꽉 채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연단에 자리한 케이시 야노는 두 명이 함께 개발을 시작해, 세계적인 인디 게임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그리고 99% 압도적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를 회고한다.

그리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마케팅 과정을 되돌아보며, 현재 게임 유통 과정에서의 시장성(Marketability)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인디게임 서밋에 자리한 청중에게 마케팅 방법을 공유하는 자리로 강연을 꾸려 나가려 했다.



지금에야 흥행을 달성한 개발자지만, 케이시 야노가 대학 시절 개발한 갓레이저와 같은 게임은 실질적으로 많은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어디까지나 소규모 게임의 형태였고, 콩그리게이트와 같은 플래시 게임 포럼에서 1만 뷰 정도의 조회수, 모바일 마켓에서 200회 정도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바 있다. 그렇기에 강연자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개발 및 얼리 엑세스 과정에서 개발자들은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과정들을 경험해야만 했다고 회상한다.

▲ 직접 개발했던 슈팅 게임 '갓레이저'

그렇다면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싱글 플레이, 그것도 덱 빌딩 게임으로 99퍼센트의 유저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남겼다는 점에서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성공은 의미가 크다. 개발자는 지금의 성공과 결과물을 ‘게임에서의 시장성을 판단하고 이를 위한 마케팅 방법론을 실행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한다.

물론, 게임에서의 마케팅은 기존 마케팅의 개념과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광고를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하지만, 게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채널들의 존재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채널의 파급력이 게임 마케팅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데 주목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강연자는 게임 얼리 엑세스 이전부터 다수 채널에 게임을 홍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서 개인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방법도 사용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여 게임을 알리는 과정을 거쳤다. 마케팅의 범위가 달라지고 있었고 게임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의 변화를 활용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개발 일지, 게임의 개발 중인 스크린샷도 게임을 알릴 수 있는 마케팅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시장성의 확장이라 판단할 수 있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마케팅 방법과 시장성을 시기적으로 구분하자면, 얼리 엑세스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얼리 엑세스 이전,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조용한 개발’ 과정을 거쳤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아트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홍보를 위해서 게임의 설명과 스크린샷을 포함한 프레스 킷을 준비했다.

다만, 소셜 미디어에서 당시에는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비주얼이 괜찮은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던 시점이었고, e스포츠 분야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게임 엔진의 발전으로 새로운 개발자들과 개발사가 등장하는 시점이었기에, 큰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게임 페스티벌,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게임을 출품해서 유저들이 직접 플레이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렸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았으며,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여러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실제로, 1년간 개발한 빌드를 전시 및 시연하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레벨을 시연자들이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보고, 개발 과정에서 의욕을 고취하기도 했다. 더불어, 전시회에서 미디어들과 접촉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고 여러 의견을 취합해 게임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았다.


얼리엑세스 직전에는 게임을 설명하기 위한 트레일러를 제작하고,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본격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게임이 흥행하기 이전, 트레일러의 조회수는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때 제작한 트레일러들은 나중에 판매량이 올랐을 때 게임을 소개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했다.

스트리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마케팅 방법론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개발자가 선택한 방법은 ‘키 메일러(Key mailer)’였다. 키 메일러는 개발자가 게임을 제공하고, 이를 스트리머나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연결해주는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서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스트리머 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효과적으로 게임을 홍보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활용했음에도 게임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얼리 엑세스를 시작하고 첫 2주간의 판매량은 단 200개에 그쳤다. 개발자 자신도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회상할 정도였으며, 그간의 노력과는 정 반대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도 판매량은 부족한 편이었고, 그대로 있다간 게임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케이시 야노는 이를 타개하고자 고민에 들어갔고, 꾸준히 게임을 개선하고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두고 개발자는 게임을 꾸준히 개선해 나간다는 방법을 택한다. 주마다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카드의 능력을 다시 디자인하는 등 게임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이어졌다. 업데이트는 1주에서 2주의 기간을 갖고 진행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57회에 이를 정도다.

패치한 내역은 스팀 스토어 페이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바로바로 공지하는 수고도 들였다. 이를 통해 개발의 방향성을 유저들에게 전달했으며, 다시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파악하기 위해서 봇(bot)을 활용하기도 했다. 디스코드에서 한 유저가 피드백 올리면, 봇이 이를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 횟수만 1만 8천 회가 넘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누적하고 게임을 개선하기 위한 데이터로 삼았다.


이렇게 게임을 개선해 나가던 어느 순간, 게임의 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키 메일러를 통해서 스트리머들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스트리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게임 스트리밍,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존재가 곧 새로운 마케팅 창구가 됐다고 할 수 있었다. 개발자는 특히, 스트리밍 과정에서 ‘트위치’를 가장 전파력이 좋은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사용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잠재적 구매자들이 존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각국의 언어로 로컬라이징을 진행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어를 지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많은 나라의 이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컬라이징 이전에 중국 내 점유율은 43%를 차지했지만, 로컬라이징 이후 다양한 나라에서 게임이 판매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한국, 일본, 러시아 등 언어 추가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각국의 점유율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약한 시작부터 큰 성공까지. 개발자는 이 과정에서 마케팅과 관련한 변화 점을 체감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통신망의 발달과 마케팅 채널의 확장으로 ‘개발자들이 직접 게임을 알릴 가능성’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새로운 시장성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개발자가 직접 개발하고 피드백을 받고, 게임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도 마케팅의 일환이 될 수 있으며, 스스로 제품을 판매하고 알리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개발자는 이를 두고 “지금과 같은 상황은 하나의 꿈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과의 거리가 좁혀졌고, 스스로 개발하고 싶은 것을 만들고, 직접 피드백을 받고, 바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 이 자체가 작은 게임의 시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렇기에 슬레이 더 스파이어. 그리고 메가 크릿 게임즈는 더 다양한 유저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닌텐도 스위치는 물론, 모바일 기기로의 이식을 준비 및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미완성의 게임이 압도적인 평가를 받기까지. 개발자는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이렇게 정리한다.

“저희의 성공은 스스로 진심에서 우러나와 비디오 게임을 만들기를 바랐고, 이를 위해 꾸준히 걸어왔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개발자 스스로 게임을 홍보하는 채널이 생겼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장성이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작은 규모의 게임에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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