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의 이정기가 모든 팀원이 MVP였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하고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며, 인벤이 주관 운영 및 방송하는 '삼성 노트북-인텔 인사이드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학생 배틀 윈터'(이하 LoL 대학생 배틀 윈터) 결승전에서 가톨릭대 '대회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가천대의 '기럭지와아이들'을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 좌 강윤기, 우 이정기

다음은 LCB 윈터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톨릭대 이정기, 강윤기의 인터뷰 전문이다.


Q. 먼저 오늘 우승을 차지한 소감부터 듣고 싶다.

탑 라이너 이정기 : 그냥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그 이상의 미사여구가 생각나지 않는다. 기분 좋음 그 자체다.

정글러 강윤기 : 이하 동문이다.


Q. 꽤 유리한 상황에서 재경기가 됐다.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었을 거 같던데?

이정기 : 작년에 결승전에서 아쉽게 졌는데도 잠을 못잤다. 이번에 졌다면 정말 몇일은 앓았을 거 같다.

강윤기 : 경기를 빨리 끝내고 싶었다. 시간이 길어지니까 조금 지쳤다. 내가 새벽 한 시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있다. 게임을 하다가 계속 눈이 감겨서 힘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기고 있더라.

이정기 : 정글러가 퍼블을 당했는데, 그게 좋게 작용했다. 우리가 넋이 좀 나가있었는데, 그 죽음을 기점으로 다들 분노해서 게임에 집중했다. 모든 라인이 이겨서 쉽게 1세트를 따냈다.


Q. 오늘 봇 듀오가 정말 잘해줬다. 하지만, 탈론과 애니비아에 비해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이정기 : 항상 봇 라인이 티가 나지 않는 라인이다. 주목받기도 힘들고... 킬을 따도 그냥 무난한 라인이다. 죽으면 욕먹고, 우리 팀원들이 그거 신경 잘 안 쓰고 무난하게 해줘서 고맙다. 주목받으려고 했으면 무리했을 거다. 엎드려서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


Q. 2세트에서 갱킹 위주로 플레이했다. 3연속 킬에도 상대 리 신보다 레벨이 낮기도 했다. 본인의 성장보다 리스크가 큰 갱킹에 집중한 이유가 무엇인가?

강윤기 : 내가 정글을 더 잘한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터트리고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 미드, 탑, 봇 모두 갱킹을 가서 다 성공했다. 정글러가 잘 커도 솔로 랭크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결국, 팀이 이기려면 라이너가 잘 커야 한다. 내가 레벨이 낮고, 템이 덜 나와도 라이너만 잘 크면 된다는 생각이라 갱킹 위주로 플레이했다.


Q. 탑 탈론, 미드 애니비아를 선보였다. 어떤 이유로 뽑은 것인가?

이정기 : 리메이크가 돼서 오히려 자신감은 더 떨어진 상태였다. 대회장 분위기가 조금 처진 것 같아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가천대를 무시한 게 아니라, 우리의 오늘 경기력이 좋아서 게임이 잘 풀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내 숙련도가 낮은데도 팀원들이 믿어줘서 뽑을 수 있었다.

강윤기 : 우리 미드 라이너가 원래 애니비아 장인이다. 1세트에서는 애니비아를 밴했는데, 풀리자마자 바로 가져왔다. 탑 라이너를 후픽으로 뽑고 싶기도 했다.


Q. 오늘 극적인 장면이 많았다. 2세트에서 특히 위험했던 장면이 많은데, 어떤 순간이 가장 위협적이었나?

이정기 : 역시 바론과 장로 드래곤 버프를 모두 줬을 때다. 오브젝트를 두 개 다 주면 정말 난감해진다. 이즈리얼의 '신비한 화살' 한 번에 체력 3분의 1이 나가더라. 팀원들이 억제기 타워 앞에서 정말 한타를 잘 열어줬다. 그래서 내가 진입할 수 있었고, 막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도 그냥 넥서스를 깰까 하다가 걱정이 되더라. 준우승한 뒤로 걱정이 많아졌다(웃음). 그래서 한 번 접는 판단을 내렸고,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 같다.


Q. 오늘 MVP를 뽑자면 누구인가?

이정기 : 인터뷰에서는 나라고 했는데, 진짜 모든 팀원과 예비 멤버들 모두가 MVP라고 생각한다. 예비 멤버를 그냥 써도 됐는데, 사실 원거리 딜러가 랭크에서 많이 져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미드 라이너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4강 멤버 그대로 나가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최)현순이가 나오면 상대가 밴 카드를 많이 써서 오늘 엔트리를 짰다. 다들 멘탈 잘 잡고 해줘서 정말 고맙다.

강윤기 : 보통 우리 원거리 딜러가 오늘같이 게임을 안 한다. 원래 욕심이 있고, 손해를 보는 걸 싫어한다. 오늘은 결승전이라서 그런지 알아서 라인을 버리더라. 거기다 짜증도 안 내고 그래서 말도 잘 듣더라. 1, 2세트 모두 우리 봇 듀오가 우위였다. 탑 미드도 잘했지만, 오늘의 MVP로 봇 라인을 꼽고 싶다.


Q. 상금은 어디에 쓸 예정인가?

이정기 : 상금 다 나이들도 있으니까 술 먹는 데 쓸 거다(웃음). 오늘도 꽤 많이 나갈 거 같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정기 : 우리 멘탈이 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분들과 해설진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우리가 괜히 투정을 부렸던 게 죄송할 정도로 뛰어다니셨다. 물론, 졌으면 이렇게 말 못했을 거다. 이런 좋은 대회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처음에는 가천대랑 가톨릭대 부스 쪽에 둘 다 많았는데, 하나둘 떠나더라. 우리 쪽은 꽤 남았다. 남아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그 보답으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우승이었다. 맛있는 거도 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