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MMORPG 중 하나인 '리니지'의 인기는 대만에서도 현재진행형이었다. 팬들의 열기는 감마니아 부스 내 리니지 특별 존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지난 2017년 12월 11일 대만 시장에 등장한 '리니지M'은, 출시 이래 매출 최상위권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다.

대만 리니지M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서원갑 리드 매니저는 '리니지라는 IP의 힘이 여전히 주효하기 때문'이라며, 성공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한국 게임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신작들의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대만 시장에서 그저 IP의 힘만으로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는 게 가능했을까. 과거 엔씨소프트가 언급했던 그대로, '엔씨답게, 리니지답게' 성공 시나리오를 그려낸 비결을 물었다.


▲ 엔씨소프트 '리니지M' 서원갑 개발 총괄 매니저


리니지M은 2017년 12월 11일 대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매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만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PC 시절부터 이어져 온, '리니지'라는 IP가 아직까지 대만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대만에서도 PC 리니지의 점유율이 조금씩 줄고 있던 터라 걱정도 있었는데, '리니지M'에 변함없이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리니지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대만 시장은 한국과 닮은 점이 많아요. 인터넷 망이 한창 보급되던 시절, 리니지가 국민 게임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끈 점도 그렇고요.


PC 시절 리니지도 그렇고 모바일로 출시된 '리니지M'도 그렇고... 서비스 이후 수많은 경쟁작이 출시되었음에도 대만 게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에는 없는, 리니지만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옛날부터 리니지를 즐기던 분들에게 인생 게임같이 자리잡은 게 아닐까 싶어요. PC 리니지는 플랫폼 특성상 한 자리에서만 해야 하는데, 이러면 가정이 있고 직장이 있는 게이머들은 조금씩 게임과 멀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이런 때 '리니지M'이 모바일로 출시되니 좀 더 간편하게 즐기게 됐고, 과거 '리니지'에서 느꼈던 향수가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게임을 넘어 일종의 커뮤니티, 혹은 가상 사회로 인식되는 것 같고, 그게 리니지라는 IP가 사랑받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만게임쇼 2019 현장에서 신규 캐릭터 '용투사'를 최초 공개했습니다. 완전히 신규 클래스인 줄 알았는데, 작년 9월 한국에서 출시한 '투사'와 동일한 클래스더라고요. 앞에 '용'이란 접두사를 붙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중국어로 투사를 번역하면 '파이터'같은 이미지인데, 단어에서 나오는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보다 강렬한 느낌을 원했고, 클래스 명칭 자체에 강인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용투사'라고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용투사'는 한국 버전의 '투사'와 비교해 외형이나 기술, 시스템 면에서 변경점이 전혀 없는 건가요?

스킬이나 스탯이 다른 건 아니에요. '리니지'는 밸런스가 중요한 게임이기에, 신규 클래스가 다른 클래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감정적인 요소 등에선 현지 느낌에 맞도록 변화를 주었습니다. 명칭에 대한 것도 그중 하나고요. 대만의 리니지 팬들은 한국 버전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보다도, 자국 문화 요소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현지화를 좋아합니다.


한국 버전에서 투사는 출시 초기 근거리 명중 스탯 등에서 다소 부족했고, 유저들 사이에서 '약캐'로 분류된 바 있습니다. 대만 버전에 등장하는 '용투사'는 개선된 투사 버전인지, 아니면 초기 투사 버전인지 궁금한데요.

모든 개선점이 적용된 투사라고 보면 됩니다. 가장 최근 버전이죠.


대만 '리니지M'은 우리나라 버전과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시각적 요소만 놓고 보면 대만 버전 전용 변신이나 마법 등이 있습니다. 대만 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콜렉션도 있고요. 이것 또한, 시스템적인 변경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요소에 가깝습니다. 실제 콘텐츠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됩니다. 방금 말씀드렸듯, 대만의 리니지M 유저들은 되도록 한국 버전 그대로 들여오길 원합니다. 시각적 변화 외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건드리면, 이에 대한 비판적인 피드백도 올라오기에 항상 의식하고 있습니다.


대만 버전과 한국 버전의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약 1~2개월 정도 차이가 납니다. 대만 리니지 유저 분들도 이정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한국 리니지M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 접속해 정보를 얻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들의 리니지M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체크하는 거죠. 이런 팬 분들의 열정이 퇴색하면 안 되기에, 최대한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만 리니지M 유저들은 주로 어떤 클래스를 선호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부분은 한국과 좀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기사를 비롯한 근접 클래스가 많은 사랑을 받는데요. 대만은 원거리 클래스 45%, 근거리 클래스 45% 정도 됩니다. 나머지는 법사 계열이고요. 근거리 클래스에 대한 관심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만큼은 아니에요. 이 부분을 고려해 클래스 업데이트 시기를 정하고 있습니다.



유저 피드백은 주로 어디에서 수집하는지 궁금합니다.

대만 게임 커뮤니티는 바하무트가 꽉 쥐고 있기에 그곳 유저들의 의견을 모니터링합니다. 그리고 대만 현지 퍼블리셔인 감마니아에게 요청해 유저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얻기도 하고요. 이런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를 분석하다보면, 앞으로의 개선점에 대한 힌트가 나오기도 합니다.


국가별 유저 피드백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대만 게이머들의 대표적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외향적이라고 할까요... 자신이 게임에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피드백이 많습니다. '내가 이 게임의 이런 부분에서 최고다'라는 걸 표출하고 싶어하는 인식이 강하죠. 약간 전투적인 느낌도 있고요. 한국 게이머들은 과정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이곳 게이머들은 결과 자체에 높은 비중을 둡니다. 그 예로, 자동 사냥이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 막 도입되던 때 한국에선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대만에선 '더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리니지M'은 대만 게이머들에게 최적화된 게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한국 유저들에게 특히 호응이 높은 이벤트가 있는 것처럼, 대만 유저들에게도 유독 호응도가 높은 이벤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가지 이벤트를 기획했지만, 호응도 면만 본다면 원론적인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이 주는 이벤트가 많은 호응을 받는다는 점은 한국과 똑같아요. 실제로 얼마전 대만 '리니지M'에서 신년맞이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런 이벤트 외 호응도가 높은 이벤트라면, 대만 시장 전용 이벤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신경 써주는구나' 이런 의견이 많이 왔어요.


그렇다면, '리니지M' 대만 버전 서비스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쓴 부분이 어디인가요?

대만 출시 시기가 한국 출시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어요. 이미 대만에서 리니지 좀 한다는 분들은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죠. 커뮤니티에서 언제 어떤 콘텐츠가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그렇다면, 저희 입장에선 생각할 게 한 가지예요. 어떻게 해야 대만 팬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야죠. 그걸 기준으로 전략을 짜고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선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일종의 '밈'이 됐는데요. 대만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마니아의 알버트 대표가 그런 이미지가 있기는 한데, 한국만큼은 아니에요. TJ 쿠폰도 감마 쿠폰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어 지급됐습니다.




상당수 게이머들이 PC 앱플레이어를 사용해 '리니지M'을 플레이하고 있는데요. 대만 게이머들은 어떻게 즐기고 있나요?

대만 역시 앱플레이어 사용 비율이 높습니다. 대만 전체의 스마트 디바이스 점유율을 보면 구글과 애플이 5:5 정도인데, '리니지M 유저 디바이스 비율을 보면 안드로이드가 압도적이에요. 그만큼 앱플레이어를 많이 쓴다는 거죠. 그리고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PC 원격 접속 비율도 높습니다. PC로 앱플레이어 켜서 자동사냥 돌리고, 유저는 다른 외부활동을 하는 거죠. 사냥하다 자신의 캐릭터가 죽으면 다시 살려야 하니, 원격으로 조작하는 시스템이 대중화되어 있습니다.


대만 '리니지M' 유저들의 접속 시간대 분포도 궁금합니다.

한국과 비슷합니다. 유저 중 직장인 비율이 높다보니 저녁 7시부터 접속자 숫자가 증가하고요. 자정 무렵의 접속자가 가장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만 '리니지M'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정말 오랫동안 '리니지'를 사랑해주시고 아직까지 아껴주시는 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유저 분들의 추억이 오랫동안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만 유저분들을 위한 현지화 요소도 더욱 고민해보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