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이상헌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2020 e스포츠 포럼이 “한국 e스포츠 재도약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1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제 9 간담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성승헌 캐스터의 사회 아래 김목경 샌드박스 게이밍 감독,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 이도경 이상헌 의원실 비서관, ‘갱맘’ 이창석 슈퍼매시브 코치, 이종엽 젠지 e스포츠 이사, 김혁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해 현재 한국 e스포츠 업계가 가진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 고민은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점점 줄어가고 있는 한국 e스포츠의 입지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지난 20년간 e스포츠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미국 등 자본과 시장을 겸비한 국가들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담원 게이밍이 리그 오브 레전드 2020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하며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아왔지만, 내년에도 상황이 긍정적일 거라는 예상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 이종엽 젠지 이스포츠 이사

이종엽 젠지 e스포츠 이사는 리그 오브 레전드 뿐만 아니라 배틀 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다른 종목에서도 강력한 해외 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 중국과 같이 자본과 시장을 겸비한 국가들의 부상에 대해서 그저 따라 잡겠다는 단기적인 방법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는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국 축구가 중국 축구 리그의 거대 자본으로 입지가 흔들린 점이 한국 e스포츠가 현재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전하며 국가적 산업 규모에서 중국이나 미국을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인정했다.

오지환 대표는 대안으로 한국 e스포츠가 가진 장점인 넓은 인재풀을 계속 키워내고 이들이 한국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여러 메리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하방 지향형으로 이어져 온 정부의 e스포츠 지원 정책이 이제는 프로 스포츠로 향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지방에 설립되고 있는 e스포츠 경기장 설립에 대한 고민도 함께 전했다. 현재, 전국에 네 개 지자체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e스포츠 경기장이 건설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중이다.

▲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는 e스포츠를 지방에서부터 펼쳐나가는 게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타당성을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면서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건설된 대부분의 축구 경기장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정부가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었겠으나 e스포츠 업계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과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은 문제”라고 꼬집으며 좀 더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상헌 의원실의 이도경 비서는 지방 e스포츠 육성을 위해 분산 지원을 하는 것보다 한 곳에 집중 지원을 해서 육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도경 비서는 다양한 형태로 e스포츠가 존재할 수 있기에 정부가 일원화된 방향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회와 정부가 서포터를 할 거면, CS 먹지 않고 제대로 서포팅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프로 게임단 프런트의 부정적 영향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프런트는 팀의 경기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경기력 저하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었다.

▲ 갱맘 이창석 슈퍼매시브 코치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 터키 슈퍼매시브 코치인 ‘갱맘’ 이창석은 국내 오퍼를 거절하고 해외팀으로 향한 이유가 프런트 문제가 있었다고 밝히며 게임단의 프런트는 선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굉장히 많이 끼치고, 선수 생활을 하면서 프런트에 대한 문제를 정말 크게 느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젠지 e스포츠 이종엽 이사는 프런트의 자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창석 코치의 말에 동의했다. 다만, 게임단도 직접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게임단의 현실적인 고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스포츠 선수 육성과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고민도 주요 논제 중 하나였다. e스포츠 선수 육성은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의 입지를 지켜줄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그러나 e스포츠 선수의 경우 선수 생명이 5~6년으로 굉장히 짧은 편이고, 은퇴 이후의 삶이 불명확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고자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먼저 선수 육성과 관련해 샌드박스 게이밍 김목경 감독은 한국 팀들이 신인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잘 주지 않는 편이라고 말하며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목경 감독은 국내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가 오히려 해외 리그로 나가 기회를 잡고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단들이 세대교체를 위해 노력해야 한국팀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목경 샌드박스 게이밍 감독

선수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는 60~70%의 선수가 군대를 가면서 커리어가 끊기고 이후부터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선수들을 위해 선수 육성에 관한 커리큘럼이 필요한 만큼, 선수 은퇴 이후 제2의 사회화를 위한 교육 과정도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e스포츠의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e스포츠 표준화의 경우,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정부 및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는 누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오지환 대표는 “한국 e스포츠 협회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면 더 많은 사업적 권한을 부여해줘야 한다. 하지만 한국 e스포츠 협회는 사실 사단법인이고, 이걸 이끌어가기 위해 전략적 투자를 하기에는 사업 자금이 많이 부족하다. 투자를 분배하고 통제하는 곳은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지만, 한국 콘텐츠 진흥원은 다른 문화 사업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 e스포츠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 힘들다”라고 꼬집으며 한국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케어할 새로운 구심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