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AP 챔피언들이 주력으로 삼던 아이템들의 너프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지난 24일 있었던 10.24 패치 이후로 구인수의 격노검 효과를 제대로 입지 못하게 된 야스오와 요네의 몰락에 가려 AP 챔피언들의 고통은 조금 묻힌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AP 챔피언들은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고 있는 자가 있으니, 바로 이번에 소개할 말자하다. 말자하는 독특한 스킬 메커니즘과 알게 모르게 상대를 말려 죽이는 대미지 방식으로 매니아 층을 보유한 챔피언이다. 말자하는 준수한 데이터를 보유했음에도 여러 사람이 알지 못하는, 그래서 너프를 잘 피해가고 있는 숨은 꿀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말자하는 미드 라인에서 승률 54.6%를 기록 중이다. 높은 승률에도 픽률은 2.16%를 맴돈다. 밴률도 0.96%로 많이 낮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꿀을 섭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말자하는 프리 시즌 아이템 대격변 직후부터 날아올랐다. 11월 24일 AP 아이템 너프 당일까지 53.32%의 승률이었던 말자하는 그 다음 날엔 54.47%, 26일엔 54.73%로 점점 승률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는 중이다. 다른 AP 챔피언들이 조금씩 데이터 하락을 겪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아이템 빌드에도 변화가 없기에 말자하의 승률 변화는 더 놀랍다. 여전히 말자하는 리안드리의 고뇌와 악마의 포옹 등 너프를 직격탄으로 맞았던 것들을 주력으로 활용한다.

말자하가 아이템 너프에도 떠오른 이유는 궁극기의 힘이 크다. 상대 한 명의 등에 빨대를 꽂고 그 자리에 멈춰 세우는 건데 이게 효과가 아주 좋은 모양. 실제로 말자하는 최근 메타에서 유행 중인 거의 모든 챔피언들을 상대로 상대 전적이 빼어나다. 빅토르와 피즈를 제외하곤 미드에서 말자하를 이기는 챔피언이 없다.

▲ 실로 위대한 상대 전적(출처 : lolalytics)

대미지 과다의 시대인 만큼, 말자하의 Q스킬 공허의 부름을 통한 광역 침묵도 효과가 좋은 모양이다. 요즘엔 누가 더 넘치는 대미지를 빠르게 기록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곤 하는데, 말자하의 광역 침묵은 이를 막기에 너무나도 좋다.

말자하는 미드 라인 정리도 빠르고 딜교환에 목을 맬 필요도 없는 챔피언이다. 또한, 은근히 스킬 구성상 초중반 난전에도 좋은 편이다. Q스킬과 궁극기의 변수가 워낙 뛰어나다. 한타에서도 말자하는 거리 조절만 잘한다면 준수한 활약을 보이기에 좋다. 특히, 상대 잘 성장한 챔피언 하나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소위 '안티 캐리' 역할을 잘 해낸다. 수은 장식띠를 강제시킨다는 것도 은근히 팀에 도움을 준다.

한 가지 더 말자하의 장점을 언급해보면, 은근히 멀티 포지션도 된다. 탑 말자하도 한 번씩 꺼내볼 만한 픽이다. 물론, 재미는 보장하겠지만 승률까진 난 모른다.

마지막으로 말자하는 감정 표현 세 번째에 해당하는 춤이 OP다. 말자하의 댄스 실력을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어느덧 미드 라인전이 시작되곤 한다. 만약, 말자하에게 솔로킬을 당했는데 상대 말자하가 내 시체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면? 멘탈에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말자하라면, 그 쾌감은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