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스타2 스타리그(SSL) 시즌1 결승전이 끝나고 우연히 김대엽을 만났다. 8년 동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처음 맞이하는 개인리그 결승전. 김대엽의 그 날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박령우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공허의 유산으로 펼쳐지는 첫 SSL의 우승을 차지했다. 첫 결승이었기에 더욱 아쉬울 법했다. 그런데, 김대엽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팬과 팀원, 관계자들을 생각해서일까. 김대엽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대엽의 경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양대 리그 결승 주자들이 한데 모인 크로스 파이널. 박령우는 한동안 프로토스를 상대로 무결점의 저글링 운영을 선보였기에 김대엽과 결승에서 다시 승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김대엽은 완벽한 대처로 지난 결승전 패배를 갚아줬다. 크로스 파이널을 개인리그 우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김대엽은 올해 개인 리그 우승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그런 의견마저 잠재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박령우와 SSL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SSL 결승에 오르기까지 김대엽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 것처럼 몇 번의 패배로 좌절하지 않았다. GSL the World에서 이신형에게 0:3으로 무너졌고, IEM 상하이 중국 저그에게 탈락하는 등 끊임없이 고비가 찾아왔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SSL 무대에서 테란-저그 최강자로 불릴 만한 이신형-박령우를 꺾어버렸다. 무기력한 경기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였다. 정교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완벽한 경기를 준비했던 김대엽이 1위로 결승전에 향하게 됐다.

김대엽의 스타일 변화는 더욱 놀랄만하다. 김대엽은 정석적인 플레이와 기본기, 수비 위주로 해왔던 선수다. 그런데, 이제는 '김대엽이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편견이 통하지 않는다. 최근 SSL에서 승리한 박령우-이신형-한지원전만 보더라도 경기하는 선수가 김대엽인지 의아할 수 있다. 허를 찌르는 자신만의 타이밍, 전략적인 플레이까지 겸비했다. 가장 무서운 점은 모험적인 빌드를 쓰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다는 것.



▲ 당황하던 김대엽은 어디로?

그렇기에 이번 결승전은 김대엽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남길 기회다. 그동안 김대엽은 꾸준히 활동했지만, 뚜렷한 인상을 팬들에게 남기진 못했다. 기본기와 정석적인 운영을 중심의 플레이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진 않았다.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것은 스타1 시절 신상문의 스파이더마인에 프로브가 폭사하는 장면일 것이다.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체로 상대의 슈퍼 플레이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콩라인' 대결로 불렸던 2017 GSL 시즌1 결승 대결에서는 어윤수의 준우승에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결승. 이번 경기로 다양한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상대는 꾸준히 제 기량을 뽐내고 있는 박령우다. 프로토스에게 언제 고전했냐는 듯이 백동준-김도우를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에 안착했다. 저그가 약하다고 하던 시기에도 실력으로 극복했던 선수다. 무엇보다 김대엽을 결승전 무대에서 한 번 꺾어본 경험이 이번 대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김대엽 역시 지난 패배에 머무르지 않았던 프로게이머로 성장했다. 좌절하기보다 "상대 선수가 나를 이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그 지점부터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프로였다. 지난 결승전에서 패배를 안겨줬던 박령우를 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제 김대엽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력의 산물을 결승 무대에서 선보이는 일만 남았다.

스타2 씬에는 이제 우승권을 노릴 수 있는 강자들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강자 중에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김대엽이 우승한다면 GSL 이어 SSL까지 제패하며 프로게이머 10년 경력에 정점의 커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2017년 마지막 국내 개인리그의 최후의 승자로 남아 기쁨의 웃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진에어 SSL 프리미어 2017 결승전

김대엽 vs 박령우 - 24일 오후 2시 (강남 넥슨 아레나)
-7전 4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