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CGames에서 트리 오브 세이비어(이하 트오세)는 물론 그라나도 에스파다, 나아가 포트리스나 건즈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게임 음악을 담당한 분이 계십니다. 필명은 Sevin, SoundTeMP팀을 결성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S.F.A 겸 IMCGames 사운드 디렉터인 곽동일 감독이죠.

게임음악에 대해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곽동일 감독을 만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실력이 전문가 이상이거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소개를 받지 않는다면 직접 대면하는 것조차 어려운게 사실이죠. 물론 그가 SNS 활동을 자주 한다는 소식에 곧바로 친구 신청을 넣어봐도, 수락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먼저 움직일것 같지 않던 그가 트오세 OST 공모전 이벤트 당선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곧바로 IMCGames 사옥으로 달려가 밝은 조명이 비추는 회의실에 들어서자, 곽동일 감독이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면서 반겨주셨습니다.


▲ IMCGames 사운드 디렉터 곽동일 (필명: Sevin)



■ 게임음악 태동기를 시작으로 거장까지, Sevin 곽동일 감독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인벤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동일: 안녕하세요. IMCGames 사운드 디렉터 곽동일입니다. 닉네임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Sevin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인분들은 Sevin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이름보다는 닉네임이 익숙하네요. 예전엔 제가 SoundTemp 팀을 같이 운좋게 결성해서 활동한적이 있는데요. 라그나로크, 포트리스, FlyFF, 건즈 등 여러 음악들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2012년도에 IMCGames에 입사하며, 회사에서 개발하는 모든 음악을 감독하고 있어요. 동시에 지금도 창작활동 하는 중인데,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트오세가 대표적이며 모바일 쪽에선 트오세 모바일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운드를 총괄하고 있지만, 메인 사운드 디자이너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작업하는 음악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제가 모든 곡은 만들지 않아요. 그래서 작곡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은데요, Kevin씨가 대표적이며 Drogo씨(정인 - 장마를 작곡하신 전홍준)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10년 넘게 S.F.A로 활동하셨고, 예전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 겸 프로듀서 로빈씨도 저를 도와준 적도 있었어요.

또 한분 계시죠. 최근 트오세 BGM 중 하나인 Over the clouds를 작곡한 7clouds님은 처음으로 저희와 함께 작업한 분입니다. 유튜브에서 저희 곡을 많이 커버해 영상을 올리셨는데, 제가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해서 아티스트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IMCGames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시고 있으신데요. 어떤 이유로 이렇게 남게 되신건가요?

곽동일: 김학규 대표님과 만나게 된 건 93년도에 있었던 하이텔 동호회였습니다. 대표님은 게임개발, 저는 미디어 쪽이였는데 당시 농담할 정도로 서로 친한 사이였습니다. 특히 제가 S.F.A 팀으로 활동할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죠. 그라나도 에스파다부터 입사 전까지 매출의 70~80%가 IMCGames였으니깐요. 2012년쯤 되서 대표님이 음악으로 총괄적으로 맡아달라고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입사 한 후 이 자리까지 서있게 됐네요.

제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을 하면서 여러 게임회사를 방문했는데, 유독 IMCGames는 창작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다른 곳에서는 대인적 업무적 스트레스가 보일 정도였는데, IMCGames의 경우 크레이티브에게 많은 지원을 하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인연을 중요시 하다보니 이 회사에 오래 자리잡은 것 같아요. 믿기지 않겠지만 작곡가 Kevin씨의 경우도 악기를 거래하다가 만난 사이죠.(/웃음) 사운드 카드를 팔려고 나갔는데, 음악을 하는지, 게임 음악을 좋아하는지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만나게 됐어요. Drogo씨는 로빈님이 음악 잘하는 친구가 옆방에 있다고 해서 직접 만나 함게 일하게 됐죠.



Q. 감독님은 S.F.A의 사운드 디렉터이면서, IMCGames의 사운드 디렉터입니다. 사운드 디렉터는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곽동일: 사운드 디렉터는 외부 아티스트를 섭외도 해야하고, 직접 진행과 스튜디오와 협업을 하며, 기술적으로는 사운드 엔지니어 부분, 유니티 등 사운드 디자인쪽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 BGM은 일부입니다. 사운드 디렉터 하시는분들은 BGM 출신이 많은데, 게임 회사에서는 이 영역도 다 커버해야합니다. 특히 게임 회사에서는 기획이나, 이펙터라던지 유기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알아두려면 미리 경험을 쌓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운드 디렉터는 작곡가나, 팀 프로듀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작곡가는 음악만 만드는 사람이고, 프로듀서는 작곡한 곡을 가지고 스튜디오에서 디렉터를 하고 믹싱까지 하는 사람을 프로듀서라고 합니다. 사운드 디렉터인 저는 작곡가를 팀 프로듀서로 올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요.

작곡가분들이 바트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모래를 움켜집어 흔들기 보다는 모래에 손을 집어넣고 계속 지켜보는 스타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 사운드 디렉터, 다양한 경험도 중요하다.


Q. 이제 트오세 주제로 넘어가볼까 합니다. OST 커버 공모전 심사 발표가 끝났는데, 수많은 팀 중 5팀을 선정해야 하셨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곽동일: 저는 음악적인 화성도의 이해, 곡을 커버했을때 가급적이면 원곡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적절한 리믹스를 기준으로 뒀습니다. 공모전 작품을 살펴보면 파트 별로 뛰어난 분들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곡의 완성도 부분에선 아쉬운 분도 있었죠. 또한, 연주 실력은 우승감이지만, 녹음 실력이 부족한 분도 계셔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넥슨 사운드 팀에서는 실제 연주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보니, 기술면에서 심사를 많이 보는 형태입니다. 대신 저희가 심사할땐 귀로 들어서 좋은 건 좋은 것인지 판단하는 일반 유저들의 입장으로 평가했어요.

이렇게 모든 심사를 마치고 나자 5팀을 뽑을때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심사에 초점을 둔 건 '창의적인 재해석' 이죠. 참가한 곡을 살펴보면 심사 평에 '원곡 보다 좋다!' 라는 것들도 봤었는데, 제가 원곡자인데 이런 평을 보니 화가나더라고요. 그래도 얼마나 잘했으면 이런 평을 남겼을까 하는 마음에 오히려 마음을 가다듬고 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 트오세 OST 커버 공모전 이벤트를 주최한 곽동일 감독.


■ 1위 당선작 "Milden Miles" Cello / Electronic Remix (트리 오브 세이비어 OST) | 첼리셜

곽동일: 이번에 대상은 받게 된 "Milden Miles" Cello는 기술 부분에서도 믹싱 부분이 전문가가 참여했는지 기술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고 믹싱부분이 앨범 퀄리티에 준하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영상 자체가 뮤직비디오라고 느껴질 정도죠.

연주도 훌륭했습니다. Milden Miles 곡은 어려운 멜로디 라인이 많죠. 그런데 영상을 보시면 1:10 구간이 현으로 연주하기 굉장히 힘들거든요. 10년간 같이 일하는 첼리스트와 바이올린리스트 모두 이 부분을 듣고 엄청 칭찬하셨습니다.

저게 슬라이드 주법인데, 현에서는 슬라이드 주법을 못해서 안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기술 중 하나입니다. 기술이 과하면 촌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인데, 이분은 기가 막히는 타이밍과 적절한 요소에 이 기술을 소화해낸거죠.

특히 최신의 트랩 비트를 잘 쓰더라고요. 크로스 오버 스타일이 현이랑 트랩이랑 리듬들이 따로 놀 수 있는데, 따로 노는 중간중간 리듬과 사이 코드에 악기들을 적절히 매칭시킨거죠. 보통 피아노를 잘치는 분들이 현란하게 가면 첼로가 묻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분의 경우 첼로가 묻히지 않았습니다. 피아노도 원곡에 충실하게 심플하게 잘 이뤄졌어요.

하나 아쉬운점은 있었어요. 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에 화음에 대비를 둬야 합니다. 밑에는 낮은 첼로가, 위에는 바이올린 음을 받춰줘야하는데, 첼로가 사실 높은 음이 이쁘질 않아요. 같은 음역대에서 연주하다보니 음악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본인이 첼로 음역대가 이쁘지 않은 것을 판단하고 낮은 음으로 그대로 이어갔는데, 한 번쯤 시도해봤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지금까지 첼리스트를 3~4명 봤지만, 실력은 가장 좋습니다. 비브라토 같은 음의 떨림 스킬도 완벽하기 때문이죠!



■ 2위 당선작 Triste (Vocal ver.)

곽동일: 클라페다 마을 곡인 Triste 사연이 많아요. 이 곡을 만든 계기가 양들의 침묵 영화에서 나왔던 음악 분위기가 너무 좋은거에요. 그 느낌을 살려 Triste를 처음 만들게 되고 클라이언트에게 건냈는데, 곡을 쓸 곳이 없다며 거절 당했어요. 한동안 좌절했지만 트오세의 마을인 클라페다에 쓰이게 되서 기쁘네요.

Triste가 OST 공모전에서 많은 커버를 받았는데, 그 중 보컬로 하셨던 분이 너무 참신했어요. 이 곡을 어두운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들었을땐 느낌이 너무 좋았지만, 햇빛이 비추는 공간에서 들어보니 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만약 오프라인에서 행사할때 환한 분위기로 쓰면 그 느낌이 안 살아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평가할 땐 밤에 들으면 이상한 마력이 솟아나는 신비한 곡이며 보컬의 몽환적인 음색과 후반부의 예상치 못한 전환이 특징이다. 그리고 낮에 들으면 밤에 들었던 감성이 50%로 너프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타의 따스한 톤과 여러 사운드 아이디어가 특징이라고 평했습니다.



■ 3위 당선작 'VOLADORAS' Speed Metal Ver - RAVER

곽동일: 볼라도라스. 비상하고 아찔하는 분위기와 느낌을 참고해 만들었는데, 기타 3명이서 어레인지하니깐 제 곡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들어봤더니 라인들이 기가막히게 요소요소에 들어가고 연주도 잘하더라고요. 처음에 들었을땐 몰랐지만 두 번째에 듣자 다 들리게 되었죠. 하지만 음질이 너무 안좋더라고요. 마이킹 영역쪽에서 녹음도 직접한 것 같은데, 기술이 조금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Voladoras 곡을 커버한 'VOLADORAS' Speed Metal Ver은, '원곡의 라인을 살리면서 낮에 들으면 느낌이 좋고, 밤에 들으면 느낌이 별로다.' 라고 평가했어요. 넥슨 사운드팀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받아 순위가 내려 갔지만, 오프라인 공연을 한다면 아마 영상 이상으로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4위 당선작 Amaranto (Remix By Steady9)

곽동일: Amaranto를 커버한 팀은 특별한 건 없었지만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기타리스트가 리더면 기타 음색이 튀어나오는데, 이 팀은 그런 점이 없이 밸런스가 정말 좋더라고요. 어느 누구도 튀지 않고 고루고루 좋고 미싱은 물론 영상까지 모두 완벽했습니다. 그래서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5위 당선작 Tree of Savior OST Band Cover Medley

곽동일: 트오세 OST 커버 공모전이 제가 기획 했던 부분인데, 시간이 지나도록 다들 영상을 안 올리시더라고요. 언제쯤이면 곡이 올라올지 노심초사하고 있을때, 첫 번째로 올린 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기다리지 않게한 보상으로 조금 점수를 후하게 드렸습니다.




Q. 공모전 심사를 하면서 인상깊은 곡은 없었나요?

곽동일: Sign Of Penance 곡을 런치패드로 커버한 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분은 넥슨 사운드팀에서 평은 안 좋았지만, 저희 팀에서는 이 곡을 듣고 나자 배우고 싶을 정도라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EDM(Electronic Dance Music)으로 들었을때 히트곡이 나왔다고 입을 모으더라고요. 키보드 실력도 좋으시던데, 피아노도 더 잘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45초부터 1분 1초 구간만 봐도 코드를 짚는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 Sign Of Penance (kDENCE Remix)



Q. 공모전 심사를 진행하면서 미디 참가자들을 배제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곽동일: 미디 곡을 들어보면 저희 곡을 전문가처럼 편곡할 수 있는 프로 실력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디 참가자들은 저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력은 아니였어요. 기타나 피아노 같이 실제 연주를 귀로 들었을 땐 익숙한 연주다보니 거부감이 안들지만, 미디로 듣게되면 안 좋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전자음을 많이 쓴다는 게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미디를 하는 분들과 매번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미디는 백그라운드라서 튀는 음은 배제해달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전자음이 정말 쓰기 힘들지만, 조금만 쓰면 쉬운 부분도 있죠. 하지만 게임 음악은 모두가 좋아해야하기 때문에 튀는 음색은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디를 하는 분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만족하는 음악이면 안되며, 남에게 좋은 음악이어야 합니다. 작업한 곡을 클라이언트가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야지, 자신만 좋고 자신에게만 맞는 음악만 쓰면 힘듭니다. 그렇기에 미디 음악의 경우 자신이 만족하는 곡이다보니 남들을 위한 곡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Over the clouds : 8 bit Ver (Chip Tune Ver.) (트리 오브 세이비어 OST Cover by Holic)

▲ 미디 참가자들의 실력은 좋았지만, 공모전 당선까진 어려웠다.


Q. TOS OST 사운드 공모전을 진행한 궁극적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곽동일: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연주자분들 모두 게임 음악을 접해 많이 다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런 바람을 가지고 이번 공모전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게임 안해본 분들도 이벤트를 통해 공모전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게이머분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여한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인디밴드나 기타 다른분들에게도 이런 게임 음악을 들어보고 직접 연주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OST 커버 공모전을 개최한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저희 작곡가들이 30대 중후반이다보니 나이대가 높은데요, 그래서 함께 작업할 젊은 분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공모전에 참여한 유저 중 협업을 통해 같이 작업할 수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알아봤습니다. 7clouds씨처럼 이번 공모전을 통해 좋은 인연으로 만나 저희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음악을 하는 모든 분들이 게임음악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한
곽동일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