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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사진기자의 감성노트 : 1년간의 LoL 현장을 회상하며



사진기자의 감성노트 : 1년간의 LoL 현장을 회상하며

안과 밖, 기자와 독자. 하나의 기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는 입장에서 과연 누가 '안'이고 누가 '밖'에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조용히 격리된 기자실이 아닌, 더없이 열정적인 팬들 사이를 내달리며 수만 컷의 셔터를 누른 지 어느덧(혹은 고작) 1년. 지금의 나는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안에 함께 있는 것일까, 그저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일기는 일기장에' 같은 이런 개인적인 감상문을 쓰는 것에 대해 주저되는 부분이 많았다. e스포츠 업계에서 사진은 '서브'의 역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그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현장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의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디테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독자들과, 혹시라도 e스포츠에서의 사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독자들. 그들에게 사진기자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상을 정리하여 공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인벤에서 보낸 나의 첫 사회 생활이자 인벤 e스포츠 최초 사진기자로서의 삶. '겜알못'이라고 대차게 지적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다른 방향으로 e스포츠와의 연을 맺으려 노력했던, 그 중에서도 LoL과 함께 하여 즐거웠던 1년간의 개인적인 감상을 소소하게 나눠 보고자 한다.






1. 시작



처음 받은 'PRESS' 비표는 어찌나 무거운지 금방이라도 목을 버터처럼 통과해 버릴 것 같았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를 위해 부랴부랴 빌려와 지하철에서 초인의 속도로 사용법을 숙지한 고급 DSLR 두 대. 그리고 렌즈 다섯 개가 든 묵직하고 검은 가방은 마치 투명한 킹콩처럼 척추를 쥐어 짜는듯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 안에 폭탄이 가득 든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채 차가운 겨울 비 속에서 쫄딱 젖어버리고 있던 그 곳은 2014년 1월 25일, SKT T1 K와 삼성 오존 간의 2013 롤챔스 결승전 경기가 예정되어 있던 인천 삼산체육관이었다.



현장에서의 책임은 막중했다. 당시의 인벤만 해도 e스포츠 기사에서 사진의 역할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인벤 최초의 e스포츠 사진기자였던 나는 단 한 명의 후배도, 선배도 없이 홀홀단신으로 태어나 성과를 보여야 하는 하나의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훨씬 이전에 먼저 자리를 잡았던 타 언론사의 머나먼 선배 사진기자의 더욱 커 보이는 뒷모습과 무거운 어깨가 눈에 깊게 박혔다.

입사 5일차의 첫 현장 실전. 너무나 가혹한 첫 경험에 두려움을 느껴 마치 길을 잃은 어린 아이처럼 온 몸이 굳어버릴 것 같았다. 한 순간도 쉬면 절대 안 될것 같아 내내 뛰어다니며 휘날리는 코트. 그 주머니 속엔 언제 전원이 꺼질 지 몰라 챙겨온 열 개도 넘는 배터리가 부딪혀 처량하게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희도 찍어주시면 안 되나요?"

그런 지나친 긴장을 처음 풀게 해준 것은 경기를 보러 온 관객들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을 사진에 담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하늘이나 카푸치노를 찍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더 나아가, 내가 모르는 사람을 상업적인 용도에 이용되는 사진 속에 담는 것은 굉장한 자비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고도 그들의 요구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의 실례를 무릅쓰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여러 생각이 조심스러워 카메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 신입 사진기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먼저 내민 그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부터 나는 용기를 내어 유감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촬영해 볼 수 있었다.

▲ 긴장을 풀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 다시 보니 반가운 얼굴들. 그땐 보정을 해드린다고 했는데 사실 못 했다.


▲ 이젠 현장에서 꽤 익숙한 분이다.


▲ 치명적!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꼭 찍어야 하는 것 외에, 내가 찍을 것이 무엇이 있을까?' 타 매체 기자들을 따라다녀보며 생각했다. 다리로 뛰어다니는 종목이 아닌터라 다소 정적이며 긴장해보이는 선수들의 모습으론 많은 것을 담을 수 없었다. 문득 현장 가운데에 서서 관중들을 바라보았다. 독특한 치어풀, 코스튬 플레이어,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학생들, 가끔 보이는 커플들. 현장에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소리와 온도. 집에서 치킨을 뜯으며 경기를 보는 팬들은 절대 모를 느낌들. '이 모습을 전해야 겠구나!' 그제서야 나의 역할을 어렴풋이 깨달았고, 관중들의 품으로 파고들어 발에 땀이 나도록 현장을 담기 시작했다.

▲ 사실 선수 부스에선 뭘 찍어야 할 지 몰랐다.


▲ 관객들을 구경하는 맛이 쏠쏠했다.


▲ 왠지 모를 사명감으로 찍은 조은나래 리포터


▲ 경기장이 넓으면 정말 죽을 것 같을 때도 있었다.


▲ 이 때는 '짬'이 안되어서 중심 자리를 잘 차지하지 못했다.


▲ 나, 나도 가운데에서 찍고 싶어!


SKT T1 K의 압승으로 끝난 그 날은 내게 SKT T1 K라는 훌륭한 팀과 '페이커' 라는 영웅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는 멋진 결승전이었다. 그와 동시에, 현장에서의 새로운 감동 속에서 열정적인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함마저 느끼게 한 신입 사진기자의 인상깊은 데뷔전으로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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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발견



"인벤 어때? 괜찮아?"
"야, 다른 디자인 친구들 고생 하는것에 비하면 난 그래도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즐거운 편이겠지."
"너 근데 롤 잘 못하잖아. 넌 그냥 사진만 찍는 거야?"
"몰라. 뭘 할지는 점점 알겠지. 야, 두 달도 안됐어 아직."

늦은 겨울, 어찌어찌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정직원 심사를 얼마 남기지 않게 되었다. 그 사이 현장에서 활동을 하며 선수들과 팬들을 마주하고 관계자들과 친분을 맺으며 나름 괜찮은 적응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왔다. 가끔씩 무례하게 카메라를 들이대도 미소지으며 눈을 맞춰주는 선수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며 소박한 만족으로 살고 있었던 나는 나름의 갈등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e스포츠 기사에서의 사진과 이미지는 위에 쓴 대로 정말 '서브'일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쓸쓸한 기분에 소주가 유난히 달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로 선수들 또한 예능이 아닌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여 치열하게 살고 있기에, 여유있는 모습으로 사진에 일일히 대응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사진기자는 피해를 안 주는 범위에서 현장의 어떤 사진까지 찍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사진을 넘어 다른 무기를 또 장착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 게다가 LoL이 아닌 종목의 화보는 댓글이 0에 수렴하는 경우가 많아 가슴이 아프곤 했다.


그 무렵 심각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무리 시간이 지난 지금이라도 조심스러운 사건. 바로 '피미르' 선수가 고뇌 끝에 결국 자살 시도를 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임원들과 e스포츠팀 모두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어리버리한 인턴이었던 사진기자 또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저들이 이 사태를 쉽게 이해하고 피미르 선수를 도울 수 있도록 사진기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지만 사진기자라 하더라도 특종이랍시고 마구잡이로 연관된 사진을 찍어 올려놓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법.

결국 선택한 방향은 사진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1초가 아깝도록 급박하게 흘러가던 상황이라, 정성을 들이진 못해도 간단명료한 삽화가 있다면 글로만 채워진 기사나 칼럼보다는 유저들로 하여금 더욱 이해와 공감을 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재주를 처음부터 보여 버린다면 앞으로가 피곤하다.' 라는 주변의 많은 충고가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나도 나의 역할로 이 일이 좋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보탬을 주고 싶었다.



▲ 당시 인벤에서 처음 그린 삽화. 급박한 순간이었다.


▲ 훗날 다시 만난 피미르 선수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피미르 선수도 회복된 모습으로 밝은 생활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인벤 내부의 성금 모금 외에도 세계 각국의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어 가능했던 좋은 결말이란 생각이 든다. 한참 뒤, 롤드컵 결승 현장에 밝은 모습으로 찾아온 그를 보며 '직접적이지는 않았더라도 나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혼자만의 흐뭇함을 만끽했다. 기분이 좋은 나는 '치킨 방송 잘 봤어요.'라고 농담을 건넸고, 피미르 선수 또한 전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자지러지게 웃어버렸다.

그때부터 사진기자가 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즉시 나는 그 다음주부터 각종 '짤방' 제작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그 쯤해서 드디어 독자적인 코너가 탄생했는데, 바로 '돌발 만평'이었다. 선배 기자들에게만 아이디어를 의존하여 그림을 그리던 그 당시의 만평은 실로 얕고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나만의 영역이 드디어 만들어졌다는 만족에 매일 매일 늘어나는 댓글을 일일히 확인하며 미소짓기도 했다. 이때쯤부터 인벤 e스포츠팀 내에서도 흔히 말하는 '약 빨기'의 즐거움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 처음 그린 만평. 당시엔 부담 그 자체였다.


▲ 진에어 스텔스 선수들, 또 끄집어내서 미안해요...


그림을 그리며 느낀 것은, 사진은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장을 전달하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간단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사실적인 상황을 묘사할 수 있어서 흔히 쓰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상황에 따라 소리를 녹음하거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쪽이 '현장의 느낌을 전달한다'라는 사진기자 고유의 의무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사진기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온 장르를 망라하는 전달자의 입장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하게 된다. 현장의 느낌을 독자들에게 드라마틱하게 전달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을 고안하는 소통 디자이너. 어쩌면 사진기자를 초월한 궁극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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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피사체



사진기자는 수많은 현장을 다니며 엉덩이에 살이 붙고 사진을 찍는 오른팔에 디스크가 생기는 직업병을 가질 위험이 크다. 언젠간 카메라를 든 우르곳이 될 것 같은 위험을 감수하며 가장 많이 찍게 되는 사진은 팬들도, 코스튬 플레이어도 아닌 바로 선수들의 모습이다. 수백 기가바이트가 넘는 선수들의 사진을 찍다보니 전에 없던 감정이 묻어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편향된 애정을 주지 않겠다고 생각한(괜히) 사진기자도 어쩔 수 없는 팬심이 생기고, 그것이 결과물에 자연히 반영되곤 한다.

그 중에서도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LoL을 정말 하나도 몰랐던 때에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선수였다. 더군다나 가장 처음 뛴 현장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였던 SKT T1 K의 중심이었기에 페이커 선수는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 속 영웅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SKT T1 K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전체 사진의 60%가 페이커 선수의 사진으로 채워지기 일쑤였다. 이윽고 가을의 어느 날, 몹시 낯을 가리던 그를 스튜디오에서 만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게 되었다. 몇 일 뒤, 네이버 스포츠의 '매거진 S'에 그의 얼굴이 등장하여 수만 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순간 하나의 팬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기쁨이 일기도 했다.

▲ 처음 그를 찍은 순간.


▲ 네이버 매거진 S 촬영. 스포츠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었다.


▲ 하아...하아


그리고 언젠가 '플레임' 이호종 선수와 '와치' 조재걸 선수를 보게 되었다. 그들이 나타나면 대포처럼 생긴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등장해 촬영에 몰두하는 팬들도 보았다. 어느새 나 또한 그 팬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가드 라인 탓에 가까이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팬들을 보고, 입장이 다소 자유로운 나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클로즈업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클로즈업 사진을 찍다보면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경기 중엔 잘 웃지 않는 '제파' 이재민 선수나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의 숨은 미소라던가 친하지 않을 줄 알았던 팀들이 어린아이처럼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 생글생글하던 선수가 집중을 하며 보여주는 살벌한 표정, 메이크업 전과 후의 달라진 디테일. 이런 것들에서 사진기자는 선수들의 수더분한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웃.는.다!


▲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일 줄 알았다.


▲ 페이커 선수도 가끔 수줍게 웃는다.


▲ 찍을 맛 난다!




▲ 바다로 탈주하는 리미트 선수


▲ 관객들이 보지 못하는 소소한 장면을 담아내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 비밀스러운 사랑도 포착할 수 있다.


여담으로, 사진기자는 언제나 '짤방'용 사진에 대한 욕심이 있다. 두고 두고 쓰이는, 어느 상황에도 적절하게 맞아 들어가 웃음을 유발하여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치트키'와도 같은 사진. 그래서인지 LoL 인벤 게시판의 화제글에 인벤 사진기자의 사진이 아닌 다른 언론사의 '짤방'이 올라가면 괜한 질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사진기자는 무엇보다도 현장에 오지 못했거나 현장이지만 선수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애틋한 팬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책임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무난히 잘생기게 나온 사진을 올리는 편인데, '돌발 포토'의 독특한 만화적 구성을 위해 아주 가끔씩 함정 카드(?)를 끼워 넣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굉장한 고민 끝에 올리는, 선수들 및 팬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려는 팬심의 다른 형태로 이해해주길 언제나 바라는 편이다. 그 함정 카드를 차마 꺼내지 못할 때는 적당한 애드립으로 캡션을 적곤 한다.

인벤의 '돌발 포토'는 다른 전달성 기사들에 비해 다소 커뮤니티 성향이 짙은 콘텐츠라, 객관적이며 냉철한 내용보다는 유저의 입장으로 보다 자유롭게 접근한다. 그렇기에 팬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게 되어, 긍정적인 댓글과 피드백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 오랜만에 "끼요옷!" 나중에 피글렛 선수가 직접 할 줄은 몰랐다.


▲ 결국 가장 많이 쓰인 다데 선수의 사진이 되었다.


▲ 그의 폭탄이 그립다.


▲ 또 다른 폭탄...?


사진기자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종목을 불문하고 사진 기록이 필요할 큰 이슈가 있는 곳이면 e스포츠와 큰 관련이 없더라도 어디든 달려가야 했다. 그런 바쁨 속에서도 사진기자임에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간혹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피사체를 찍을 때이다.

천천히 회상해보니 그동안 수많은 유명인을 촬영했다. 임창정, 강민경, AOA, 걸스데이, 달샤벳, 이매진 드래곤스, 2NE1 외의 수많은 가수들과 심형탁, 박보영 등의 배우, 류지혜, 김하음을 비롯한 다양한 레이싱 모델과 심지어는 축구 해설위원 차범근까지.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권이슬 아나운서와의 계곡 화보 촬영이었다.

▲ LoL 현장만 꼽아도 연예인이 많이 보였다.










▲ 그리운 버프걸


시작부터 많은 원성을 예상했다. 조은나래에 이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롤챔스 리포터인 권이슬. 그녀와 먹을 도시락과 계곡용 장난감을 실은 차를 타고 한적한 계곡으로 떠나는 길은 어찌나 싱그러워 보였는지. 궁리 끝에 계곡에서는 즐거운 화보 촬영에 집중하기로 하고 도착하기도 전에 차에서 인터뷰를 거의 끝내버렸다. 비록 비가 살살 오는 날씨였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후로도 현장에서도 서로 밝게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그 해 여름을 행복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어!


▲ 앞으로 출사 데이트를 간다면 비눗방울은 꼭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 조은정 아나운서. 이제야 고백하지만 사진기자의 손이 아니다.


화보 촬영을 다녀오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권이슬 아나운서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 느낌도 들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호빗들과도 같은 e스포츠 팀원들은 그 후로 다양한 대상에 다가가 촬영하며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에 대해 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들 서서히 신선함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이렇게 진행된 콘텐츠들 중 단연 가장 쑥스러운 하나를 뽑으라면 가을에 찍은 '와치' 조재걸 선수와 박정석 감독의 화보를 생각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쉴새없이 오그라드는 '잡지 허세 문체'를 익히기 위해 수십 권의 잡지를 보며 강해진 영혼으로 한 자씩 적어나간 타락한 글귀는 이후 약 2주간 사진기자를 몹쓸 죄책감에 시달리게 했다. 지금이라도 '와치' 조재걸 선수에게 심심한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지만, 나중에 다시 한번 여유를 갖고 더욱 좋아진 그의 화보 사진을 새로 찍으며 그 마음을 대신하고 싶다.

▲ 벌써부터 손이 떨리는 듯 했다.




▲ '항마력' 테스트는 의도한 것이었다.


▲ 이젠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따금씩 카메라의 액정 화면이나 컴퓨터에 저장된 다양한 피사체들을 점검하듯 정기적으로 훑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예전과 비교하여 사진의 품질을 확인하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예전만큼 피사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사진을 찍으려면 피사체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설령 무생물이어도 말이다. 그 마음가짐은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내곤 한다. 일 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찍은 모르는 여자의 사진과, 사랑을 담고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찍은 여자 친구의 사진은 누가 봐도 흐르는 '공기'부터 다르듯 말이다.

이제는 1년이 되어가고 새로운 것을 찍기보다는 늘 보던 익숙한 사람이나 상황을 찍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한 업무 의식으로만 지탱되는 '촬영 행위'에 머무는 것이 아닌, 대상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절대로 잃지 않겠다고 언제나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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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해

1년 사이에 e스포츠 시장과 '롤판'에는 정말 많은 좋고 나쁜 일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랭크도 없는 '겜알못' 청년은 어느새 선수들과 현장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의 큰 애정이 생겼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을 하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다.

안과 밖, 기자와 독자. 1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안에 있는 것일까,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다시 해 본다. 사진기자 또한 현장에 파묻힌 하나의 팬으로서 수많은 팬들과 같은 마음을 가지려 한다. 기사를 사이에 두고 그저 마주보는 것이 아닌, 이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즐기고 있는 마음으로 공명할 수 있다면 안과 밖의 구분은 이젠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새로운 해가 밝아오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다루기도 버겁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풋내기 사진기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5년에도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도 더욱 진중하면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을 통해 유저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기자이자 팬으로서, 사진기자 뿐만이 아닌 수많은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e스포츠 시장을 더욱 풍족하고 유쾌하게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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