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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기자의 고군분투 '인벤 1년 생활기'

▲한 해를 보내고 되돌아본 2015년 12월 인벤 사무실의 모습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근 20여 년의 인생에서 수차례 겪어왔던 자연스러운 계절의 변화지만, 올해 1년은 평년의 그것과는 무언가 다른, 가슴 설렜던 1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설렘은 인생의 반려자를 찾았을 때 느낀다는 '핑크빛 설렘'과는 약간 종류가 다르다. 물론 그런 설렘도 한번 느껴보고 싶지만.

누구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만남을 겪고,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쌓아가는 이러한 시간의 변화 속에 나는 한 명의 '게임 기자'로서 인벤의 일원이 됐다.

취업했다고 자랑하는 글처럼 보일 수 있는데, 맞다. 그것도 내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즐겨보던 인벤에 입사하게 된 것이니까. 어찌 보면 개인적인 일기가 될 수도 있는 '감상문'을 적게 된 상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도 이전에는 인벤에서의 생활을 꿈꿨던 '유저'였기에, 인벤에 환상을 갖고 있는 유저에게, 그리고 '인벤'을 잘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 실제 현장을 어느 정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다소 거창해 보이는 시작이었으나, 결국 내가 인벤에서 보낸 1년간의 기억을 유저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사실 초보기자가 알면 뭘 그렇게 잘 알겠는가? 그냥 남들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는 거다.

인벤 기자는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보시라. 여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1년간의 '초보기자 생존기'를 공개한다.



'Tutorial' 드디어 '인벤' 던전 입성!

면접을 보고 받은 면접비로 곧장 치킨을 사 먹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던 차에 잠잠하던 핸드폰이 울렸다. 평소처럼 통화 품질 확인이나 가입 권유 전화겠거니 하고 심드렁하게 확인하니, 핸드폰 대기화면에 '인벤'이 찍혀 있다. 합격이 결정됐으니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전화였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기본 절차를 전부 마치고 처음 마주한 강남 사무실은 과연 '인벤'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 모습이었다. 게임 관련 상품들부터 책장을 가득 메운 게임 타이틀, 그리고 다양한 음료가 갖춰져 있는 열린 휴식 공간까지. 이런 근무 환경이라면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여 '빵 터지는' 기사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언제나 새로운 인벤의 모습, 최근엔 직원들을 위해 매일매일 영양제도 나눠준다!

하지만, 이런 들뜬 마음은 자리를 배정받고 기사 작성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배우면서 한순간에 사라졌다. 여태껏 전공으로 공부했던 내용이 원체 포토샵이나 이미지 편집, 각종 태그 이용과는 거리가 있었던 탓인지, 가장 기본적인 기사 작성에도 새롭게 배워야 할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같이 입사한 동기도 분명 힘들어하겠구나'라는 마음이 일어 고충을 나누기 위해 동기의 자리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 와중에 동기는 처음 배운 기사 편집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곧잘 하는 것이 아닌가? 부러운 마음에 넌지시 물어보니, 입사 전부터 '웹 디자인' 같은 것을 조금 해봤다고 한다.

사무실에 들어온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믿었던 동기에게 상대적 빈곤을 느끼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니, 이것도 전부 기초가 부족한 내 업이겠지.

어떻게든 나 자신을 달래보려 했지만, 이때 내 심정은 이랬다. 아무것도 없는 채로 시작한 MMORPG에서 튜토리얼을 읽으며 슬라임을 잡고 있자니, 같이 슬라임을 잡을 줄 알았던 친구가 어디선가 얻은 초기 레벨업 패키지를 입고 저 멀리 앞질러 나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기대감과 즐거움으로 붕 떠있었던 나는 약육강식의 거친 세계 속 겁먹은 한 명의 '초보자'인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쩌면 나는,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인벤'이라는 '고레벨 던전'에 발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 '따라란! 초기 보급품을 습득했습니다.'



Lv. 1 봄. 한명의 '인벤러'에서 '초보 기자'로!

▲각종 게임 캐릭터 인형으로 장식된 사무실 내부.

분홍빛 만개한 벚꽃이 가슴을 설레게 하던 지난 5월. 따뜻한 봄바람에 취한 연인들이 하나둘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 나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큰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바로 기자 생활 최초의 '게임 리뷰'를 작성하게 된 것.

'게임 기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일이자, 작성하는 기자의 '게임력'을 한번에 평가할 수 있는 '리뷰 작성'이지만, 매번 독자의 위치에서 읽기만 하던 리뷰를 내 손으로 직접 쓰게 되니 그 중압감과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솔직히 기자가 되기 전 내가 했던 일은 쓸데없는 댓글 달기와 출석체크가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 않느냐?'라고 지적한다면 달리 대꾸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 당시 나의 부담은 세이브 없이 주요 분기의 선택지에 돌입한 게임 속 주인공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부족하지는 않았다. 기자로서의 역량을 평가받을 첫 기회라는 포인트를 제쳐놓더라도, 평소에 알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게임을 리뷰해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 "모니터야, 뭔가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

이런 불평도 잠시, 미리 정해진 기간 안에 기사는 완성돼야 했고, 포스팅 예정 일자는 한치의 자비도 없이 빠르게 닥쳐왔다. 더 이상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즉시 게임을 설치, 일반 업무 중 간간이 플레이해보며 게임의 강조해야 할 부분, 아쉬운 부분들을 찾아 나갔다.

평소엔 첫 느낌이 맘에 들지 않으면 오래 플레이하지 않고 바로 지우기를 반복했던 나였지만, 기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게임은 조금 색달랐다. 이 게임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강점은 뭐고, 그 강점을 살리기 위해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조금씩 보이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그러한 눈썰미에, 무슨 기자로서의 천부적인 소질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놀라기도 했지만, 당시의 그런 기분이 깨지는 건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었다.

어찌어찌 시간 내에 리뷰를 완성하고 보니, 과연 이 기사가 최선인지, 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유저가 보기에 부족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것이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는 부모님의 마음인 걸까. 괜스레 부모님 얼굴도 생각나고, 그러한 걱정이 끊이지 않아 계속 댓글을 살피고 있으니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말했다. "원래 '리뷰'는 기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담길 수밖에 없으니까, 잘못된 내용을 적은게 아니라면 계속 마음쓸 것 없다."라고.

너무 걱정할 것 없다는 격려의 말이었지만, 나는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천차만별이고, 받아들이는 관점이 사람 수만큼 제각각인데 어떻게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려고 생각했던 것일까. 제 딴에는 초심이었고, 잘 해보고 싶다는 열정에서 나온 마음이었지만, 이렇게 보니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제야 미련을 접고, 작성했던 기사를 곰곰이 되돌아보니, 다음 기사를 어떻게 써야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보이기 시작했다. 왠지 기자로서의 레벨이 한 단계 오른 것 같은 만족감과 함께, 이미 보내버린 기사 '애정은 갖되 미련은 갖지 말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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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2 여름. E3부터 게임스컴까지, 아직은 먼 '해외 취재'에 대한 꿈

▲"나... 나도 VR 해볼 거야!"

게임계에는 매년 놓칠 수 없는 3개의 큰 게임 행사가 개최된다. 바로 미국의 'E3 엑스포', 독일의 '게임스컴', 일본의 '도쿄게임쇼'다.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이 범주 안에 점차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차이나조이'까지 합세하니, 게임을 사랑하는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은 매년 크게 울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 다른 의미로 가슴이 울렁이는 사람이 있었으니, 아직 초보 기자 티를 벗지 못한 나는 선배 기자들이 말하는 지난 '해외 게임쇼 취재담'을 들으며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새롭게 공개되는 신작 정보를 발 빠르게 전달해야 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 밤샘 근무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직접 해외에 나가 취재하는 기자들도 고생이지만, 내부에서도 현장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이미지 편집, 정보 확인, 오타 체크, 기사 포스팅 등을 도맡기 때문에 안팎으로 분주해지는 것이 이 해외 게임쇼 시즌이고, 그 시작을 알린 게임쇼가 바로 미국에서 개최된 'E3'였다.

▲ 세계적인 게임 축제 E3. 초보기자인 나에게는 '리뷰'라는 '중간 보스' 다음으로 등장한 '진 보스'로 느껴졌다.

머리속으로 '딱 3일만 죽었다고 생각하자. 다 지나가는 일인데'라고 되뇌며 맞이한 E3 게임쇼 당일. 3일 내내 밤을 새우며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없었지만, 쏟아지는 신작과 새롭게 공개되는 정보들로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빽빽한 일정이 진행됐다.

이러한 바쁜 일정 속에서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물밀듯 몰려오는 신작 소식도, 온종일 의자에 앉아 있느라 꽉 조이게 된 청바지도 아닌, 부족한 내 게임 지식에 대한 한탄이었다. 게임 소식을 유저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기자 자신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전문가일 필요가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같은 사무실 내의 기자들만 봐도 '게임 기자란 저런 것이구나'라고 생각될 정도의 박학한 사람들로 가득했던 반면, 내 3년 된 초라한 PC에는 '하스스톤' 이외의 게임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경험 부족에서 느끼는 그 자괴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게임에 대해 모른다고 '새로운 게임이라 저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게임이 새로 나온답니다. 참 재밌겠죠?'라고 기사를 쓸 수는 없었다. 다양한 게임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일이고, 그것이 곧 기자가 된 '나'의 일이었으니까.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임한 해외 취재 밤샘 서포트 당일. 나는 새로 나온 신작의 더욱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고자 각종 사이트를 헤매며 정보를 주워 모았고, 하룻밤 꼬박 이어진 이날의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올라 있었다.

▲ 3일간 진행된 'E3 2015' 하나에 관한 기사만 186개가 작성됐다.

그렇게 철야 근무를 마치고 아침 햇살을 맞으며 퇴근하던 나는 왠지 모를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사히 업무를 마쳤다는 안도감은 물론,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내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내세울 것 하나 없지만 외국인과의 만남 만큼은 자신 있었던 나였기에, 기자로서 유명 게임쇼를 취재한다는 미지의 경험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몸이 떨려왔다. 하긴, 그전에 한 사람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어엿한 기자가 되는 것이 먼저겠지만 말이다.



Lv. 3 가을. 이제 인터뷰 정도는 혼자서도 잘해요!


게임 기자가 주로 맡게 되는 일에는 게임 리뷰 작성, 행사 취재 이외에도 '인터뷰'가 있다. 다양한 게임 개발사는 열심히 준비한 자신들의 신작을 홍보하고자 하고, 게임 웹진인 인벤에서는 신작 게임에 대해 유저들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대표 혹은 개발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인벤에 입사하던 순간에도 외국인, 한국인 가리지 않고 '인터뷰' 하나는 자신 있다고 밝혔던 나였지만, 처음 떠난 인터뷰부터 모든 일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개발자와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직 명함이 나오지 않았기에 송구스러워했고, 대화 속에서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분명한데도 어떤 이야기인지 안 들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자신 있다고 말했던 인터뷰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으니, 과연 이래서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만물이 풍성해지는 축복의 계절 가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정직원'의 이름을 얻어 마음까지 풍성해진 나는 인터뷰를 앞에 두고 두려울 것이 없었다. 새로 장만한 명함을 지갑 두둑이 채우고, 취재용 카메라와 노트북까지 장착한 나는 두려울 것이 없는 한 명의 당당한 '기자'였다.

▲ 취재용 노트북과 카메라. 이젠 완전히 익숙해져 버렸다.

▲ 셔터찬스는 언제나 일순간에 지나간다. 일단은 찍고보자!

▲ 현장에 나오면 먼저 행사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야한다.

▲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 것이 포인트.

▲ 초보 기자라면 명함 교환과 인사는 필수!

▲ 열심히 일한 이후에는 맛있는 식사가 제공되기도 한다.

기자는 인터뷰와 같은 외근 업무 중 정말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된다. 홍보를 담당하는 각 회사의 홍보팀부터 게임 개발자, 나아가 회사의 대표와 한창 주목받는 유명인까지. 평소라면 만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라는 명목으로 직접 만날 수 있다. 그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인터뷰를 떠올리면 역시 웹툰작가 '이말년'과의 인터뷰를 꼽고 싶다.

따뜻한 오후, 어디에나 있을 법한 동네의 한적한 카페에서 좋아하던 웹툰 작가와 대면하고, 작품에 대한 질문 이외에도 평소 궁금했던 작가 자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 주말 외근으로 나온 인터뷰였지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직접 만난 이말년 작가는 생각보다 더 유쾌했고,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웠던 인터뷰는 그렇게 별 탈 없이 마무리됐고, 이후, 나는 작가 본인의 특색있는 어투를 최대한 살리고자 1시간 30분에 달했던 인터뷰 기록을 하나하나 재생하며 기사를 작성했다.

▲정말 '동네형' 같았던 웹툰작가 이말년과의 인터뷰

내 인생에 없던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은 걱정도 일지만, 언제나 그보다 더 큰 기대감과 희열로 가득 찬다. 아직 기자로서의 만남에 익숙지 않던 그때, 나를 만났던 그 많은 '새로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는 이전보다 더 '기자다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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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4 겨울. 시리면서도 따스했던 한해를 마무리하며

활짝 피었던 꽃도, 붉게 물들었던 낙엽도 지고, 외근을 괴롭게 하는 싸늘한 바람만이 매몰차게 부는 겨울이 찾아왔다. 이처럼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몸은 자연히 움츠러들게 되지만, 기자로서의 올해를 떠올리면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아 마음만은 따뜻해지는 한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올겨울 들어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역시 개인용 데스크톱을 새로 구매한 일이다. 원래 하스스톤을 '높음' 품질로 플레이하면 금세 숨이 끊어질 것처럼 버벅거리던 구형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이외에 즐기는 게임이 없기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던 나였다.

하지만 게임 기자로서 더 나은 양질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더 많은 게임을 플레이해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모아왔던 비상금과 월급을 탈탈 털어 큰 맘 먹고 PC를 장만한 것이다.

이후 잔뜩 설레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스팀의 '겨울 할인 시즌'을 맞아 동료 기자들이 추천해주는 다양한 게임을 마구 사재기했지만, 현재 가장 열심히 플레이하는 게임은 'GTA'도, '위쳐'도, '폴아웃'도 아닌 '분재 키우기'다. 쑥쑥 크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매일 자라나는 잡초를 뽑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크는 분재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이외에도 열심히 작성했지만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짧은 기사를 기억해주고, 재밌게 읽히는 기사였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쁜 취재 중 한번 마주쳤을 뿐인 나를 기억해주고 인사를 건네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기억들은 모두 초보기자로서 서툴렀을지 모를 한해지만, 결코 '허투루 보낸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깨닫게 해준 고마운 기억들이다.

되돌아보면 올 한해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E3'부터 '지스타'까지 이어진 다양한 게임 박람회의 릴레이는 물론, 올해를 기점으로 그 포문을 연 '인벤 게임 컨퍼런스(IGC)'까지, 1년도 채 안된 초보기자가 어떻게 따라갔는지 궁금할 정도로 꽉찬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까지 기사를 쓰고 난 후, 왠지 '나도 이제 어엿한 한사람의 기자가 된 것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어 잠시 기분 좋은 만족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연말에 맞는 좋은 결말이라는 생각에 나 자신이 대견했고, 그 기분을 이어 기사를 마무리하려고 기지개를 켜려던 순간, 옆자리 선배 기자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게임 행사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가득 찬 그 책상을 본 순간,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체크'를 하며 인벤을 다 경험해 본 듯 만족하던 유저 시절의 내가 생각났고,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물론 책상에 놓인 피규어나 인형 숫자로 그 기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년에는 여러면에서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배 기자의 책상. 각종 게임 행사에서 얻은 상품들로 가득 찼다.

▲ 그에 비해 채워야 할게 많은 초보 기자의 책상. 아직 갈 길이 멀다.



'Continue' 새해. 그리고 다시 찾아올 봄을 위해

이렇게 초보 기자는 인벤에서 '사계절'을 보냈다. 각 계절이 지날 때마다 한층 더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2015년을 보내고, 이제 병신년(丙申年)의 새해가 밝아왔다. 주말에도 각종 게임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발로 뛰는 e스포츠팀, 누구보다도 더 전문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바일팀, 그리고 언제나 재미있는 주제로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웹진팀의 선배 기자들을 보며 나는 오늘도 기자로서의 레벨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 기사를 쓴다. 아니 쓰고 싶다. 내년에도 계속!

▲ 남들보다 한 발 먼저 현장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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