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4I-GGTCV0K0

엘리언력 235년 어느날
멸망한 고대 왕국의 잔해에서 발견된 검은 돌이
발렌시아를 오가는 상단을 통해 대륙에 전파되기 전까지
죽음의 역병 발병이 최초 보고되기도 전에도
이미 수많은 영혼은 갉아먹히고 있었다

온몸이 검게 변하고
살점은 썩어들어가며
제대로된 치료조차 받지못해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검은 죽음의 희생자들
당시의 의료술로는 그저 격리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고통과 공포 그리고 죽음의 절규는 한데 뒤엉켜 거대한 울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울림이 닿은 곳
검은 돌의 파편에서 검은 기운의 정수가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흑정령이 탄생하였다

흑정령들은 희생자들의 고통과 함께 성장하며
산 자의 탐욕과 불안을 자양분 삼아 힘을 키워나갔다
검은 죽음이 휩쓸고 간 대륙은 육체적 죽음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의 정신적 내면까지 썩히고 있었다

하이델의 시종장 조르다인 듀카스는 검은 죽음의 혼돈 속에서
희미하게 속삭이는 흑정령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자 중 하나였다
칼페온의 오만함에 복수를 꿈꿨던 그의 탐욕은 흑정령에게 좋은 숙주가 되었다
그는 검은 죽음을 치료하기 위해 검은 돌을 연구하는 척했지만
실상은 흑정령의 속삭임에 따라 검은 돌의 힘을 이용해
대륙을 지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조르다인이 흑정령과 공명하며 힘을 키우는 동안
칼페온의 귀족들은 뒤늦게 검은 돌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그들은 검은 돌이 역병의 원흉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주변의 약소국을 침략하며 흑결정 채굴권을 독점해 갔다
그들의 탐욕은 결국 발렌시아와의 30년 전쟁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메디아의 수도 알티노바는 피로 얼룩진 전쟁특수를 누렸다
멸망한 고대 크론성에서 연금술을 배웠던 메디아의 상인들은 양 진영에 무기와 물자
그리고 정보를 팔아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다
그들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 큰 부를 쌓았고
그들의 탐욕은 흑정령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오랜 전쟁 끝에 대륙은 인구의 절반을 잃고서야 평화를 맞이했다
평민들은 안도했지만 이는 잠시의 휴식에 불과했다
흑정령은 인간의 탐욕을 이용해 스스로를 거대한 힘으로 성장시켰고
이제 더 이상 작은 존재가 아니었다
30년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인간들의 욕망을 먹고 자란 흑정령이었다!

평화가 찾아온 순간 대륙의 북동쪽에서는 검은 기운의 진짜 군주
하둠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은 죽음의 고통과 탐욕스런 전쟁의 상흔은 모두 이 거대한 악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
조르다인이 품었던 개인적인 복수심은 이제 대륙 전체의 생존을 건 거대한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모험가는
기억을 잃은 채 흑정령과 함께 깨어나
이 혼돈의 한가운데서 자신과 흑정령의 진짜 과거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