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뭐라는건지...

SSD(Solid State Drive)가 데스크톱 및 노트북의 PC의 필수 구성품으로 자리 잡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SSD의 가격이 HDD 대비 압도적으로 높게 형성돼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담 없는 가격에도 좋은 품질의 SSD를 구매할 수 있다 보니 메인 디스크는 물론 서브 디스크, 심지어는 외장형 저장 매체도 SSD로 사용할 정도로 대중화가 이루어졌죠.

이제는 너도 나도 사용하는 SSD이지만 특정 제품이 나에게 적합한 기능과 성능을 보유했는지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간단한 호환성 검사와 벤치마크 자료 참고를 통해 나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CPU, 그래픽카드 등과 달리 SSD는 하드웨어에 어지간히 관심이 많은 유저가 아니라면 용량 외 다른 성능들을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SSD의 스펙시트를 보고 나에게 딱 맞는 SSD를 선택하는 방법을 알아볼까 합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SSD의 성능 요소들을 최대한 쉽게 설명드려보고자 합니다. '남들이 추천해 주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나에 필요한 제품'을 직접 고를 수 있는 현명하고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1. 폼팩터 - 내 메인보드에 장착할 수 있을까?

SSD의 폼팩터(규격)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메인보드에 직접 체결하는 방식의 M.2 SSD, 구형 PC나 노트북에 주로 사용되는 디스크 타입의 2.5인치 SSD, 노트북과 태블릿에 주로 사용되는 mSATA 타입이 있습니다.

▲ M.2 규격 SSD

▲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하는 M.2 SSD

M.2 규격은 메인보드 전용 슬롯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공간 활용에 용이하며 전원 공급 및 데이터 전송용 케이블을 따로 연결할 필요가 없어 설치 편의성도 뛰어납니다. 요즘 출시되는 메인보드는 대부분 M.2 슬롯을 지원하고 있으니 오래된 PC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M.2 방식의 SSD가 제격입니다.

M.2 규격의 SSD는 SATA(AHCI)와 NVMe라는 두 개의 통신 방식이 존재합니다. NVMe 방식이 더욱 빠른 속도를 제공하니 호환성 문제와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NVMe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NVMe 방식 SSD도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타 통신 방식의 제품들과 비슷한 금액대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M.2 규격, 특히 NVMe 통신 방식의 제품들은 고성능인 만큼 타제품들 대비 발열도 높은 편이니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서 별도의 방열판을 장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최근 출시되는 메인스트림급 이상 메인보드들은 대부분 방열판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급형 메인보드의 경우 시중에 판매 중인 SSD 방열판을 구매해 장착하면 됩니다.




▲ 2.5인치 디스크 타입 SSD

2.5인치 SSD는 HDD와 동일하게 데이터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을 별도로 연결해야 하는 디스크 타입의 SSD입니다. M.2 SSD(NVMe) 대비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메인보드에 M.2 슬롯이 없는 구형 PC나 노트북을 사용중인 유저들에게 적합합니다. 일반적인 하드 디스크(HDD)와 설치 방법이 동일합니다.




▲ 노트북이나 태블릿PC에 주로 사용되는 mSATA 규격

mSATA 타입은 태블릿 PC나 노트북에 사용되는 규격입니다. 본인이 사용 중인 메인보드가 mSATA 규격만을 지원하는 경우 외에는 선택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규격도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군요.






■ 2. PCIe 4.0 - 제 CPU는 인텔 11세대, 라이젠 3세대 혹은 그 이상이에요

▲ PCIe 4.0기반 SSD인 마이크론 P5 Plus M.2 NVMe

인텔 11세대, 라이젠 3세대 혹은 그 이후 출시된 CPU를 사용 중인 유저라면 PCIe 4.0 기반의 M.2 NVMe SSD를 사용할 수 있으니 고려해 보도록 합시다. PCIe 3.0 제품과 가격 차이는 크지 않지만 순차 읽기 속도는 약 2배, 4K 랜덤 읽기 속도는 약 1.6배 상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용 중인 PC 혹은 노트북이 PCIe 4.0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절반 정도의 속도밖에 나지 않으니 오히려 PCIe 3.0 제품보다 낮은 성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꼭 본인의 사용 환경에 맞게 선택하도록 합시다.





■ 3. 용량 - 예산이 허락하는 선에서 가장 큰 용량으로!

▲ 용량이 커질수록 저렴해진다!? (이미지 출처 : 다나와)

과거에는 일정 용량을 넘어서는 순간 SSD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다면 1TB 이하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습니다. OS와 주요 프로그램만을 SSD에 설치하고 나머지는 HDD에 설치해 SSD에 할당할 예산을 줄이는 방안도 있었죠.

하지만 SSD의 보급화와 함께 가격이 안정화되며 지금은 용량 대비 가격 면에서 1TB 제품이 가장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1GB당 가격을 따져보면 대체로 1TB 제품이 가장 저렴합니다. (혹은 그 이상의 제품이 더 저렴하기도 함) SSD 사용에 특별한 목적이 있거나 예산이 부족하지 않다면 최소 1TB 이상의 용량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는 가성비 면으로 봤을 때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SSD의 구조상 용량이 늘어날수록 물리적인 데이터 셀 또한 증가합니다. 따라서 동일한 제품이라도 용량이 커질수록 속도와 안정성도 같이 향상되기 때문에 최대한 큰 용량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성능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4. 속도 - 순차 속도, IOPS, 그냥 빠른게 좋은거 아닌가요?

▲ 순차... 4K 랜덤... 속도 종류가 뭐이리 많은지

SSD의 성능 지표는 크게 '순차 속도'와 '4K 랜덤 속도' 2가지로 구분됩니다. 대다수의 유저들이 그 중 가장 큰 단위로 표기되어있는 '순차 속도'만을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하곤 하죠. 이는 무조건 빠른 제품을 선택하는데에 있어선 정답일 수 있지만 빠르고 효율적인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순차 속도'는 하나의 대용량 파일을 전송하는데 도달하는 최대 속도를 의미합니다. 전문가급 영상이나 프로젝트 파일과 같이 거대한 용량의 단일 파일을 자주 전송하는 사용자라면 순차 속도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것이 좋습니다. 그말인 즉슨 엄청난 규모의 단일 파일을 다룰 일이 거의 없는 일반 소비자라면 굳이 비싼 가격을 주고 최고로 빠른 순차 속도를 자랑하는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4K 랜덤 속도'는 스펙시트에서 'IOPS'라는 단위로 표기됩니다. 랜덤한 작은 파일들을 빠르게 복사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앞서 설명한 순차 속도보다 4K 랜덤 속도가 중요합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10GB가 넘는 용량의 영상 하나를 복사하는 작업보다는 100MB, 500MB 등의 자잘한 파일들을 불러오는 일이 잦습니다. 또한 운영체제(윈도우 등)의 동작 과정 역시 KB 용량 단위의 자잘한 파일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대부분이라 실제 SSD 체감 성능은 '4K 랜덤 속도'가 좌우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일반 소비자 기준)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최대 읽기 속도가 8,000MB/sec, 4K 랜덤 읽기 속도가 100K'인 제품과 '최대 읽기 속도가 1,000MB/sec, 4K 랜덤 읽기 속도가 500K'인 제품을 비교하면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후자 쪽이 체감 성능이 훨씬 좋다는 뜻이 되겠죠. 이는 물론 극단적인 예로 실제 판매 중인 제품들은 순차 속도가 빠르다면 4K 랜덤 속도 역시 빠른 것이 대부분입니다.




■ 5. 메모리 - 아무튼 QLC라고 써있는건 별로라던데 맞아요?

▲ QLC, TLC 메모리는 정말 수명이 짧을까? (이미지 출처 : 다나와)

SSD에 탑재되는 NAND FLASH(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 공급이 중단돼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저장 방식에 따라 QLC, TLC, MLC, SLC로 구분되며 상대적으로 고 용량 설계가 쉽고 제조 단가가 저렴한 QLC와 TLC 메모리가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우리가 SSD를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물론 그만큼 수명과 안정성 부분에서 MLC, SLC 대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사용 패턴에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될 항목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TB에 육박하는 데이터를 복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낸드 플래시의 종류 관계없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해도 제품 수명에 지장이 없을 만큼 메모리, 컨트롤러 기술이 발전했으니 말입니다.

위 사진의 '마이크론 Crucial MX500' SSD 역시 TLC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 평균 무고장 시간)는 180만 시간입니다. 이는 제조사에서 측정한 평균 무고장 시간으로 제품에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약 205년간 고장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오차 범위가 넓다 하여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 수명입니다.





■ 6. 컨트롤러 - 이건 또 뭐하는거에요? 중요한가요?

▲ LPDDR4 DRAM을 탑재한 마이크론 자체 컨트롤러

컨트롤러는 SSD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을 담당하는 부품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컨트롤러'라는 이름 그대로 읽기, 쓰기, 수명관리 등의 모든 작업을 컨트롤하며 SSD를 제어합니다. 제아무리 용량이 크고 제원상 속도가 빠른 SSD라 한들 컨트롤러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양한 제조사에서 컨트롤러를 생산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마벨'의 컨트롤러와 '삼성', '마이크론'의 자체 컨트롤러가 뛰어난 성능과 안정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중저가형 컨트롤러 제조사로 유명한 '실리콘모션'의 컨트롤러 역시 최근 안정성이 향상되며 괜찮은 성능이 나온다는 평입니다.

컨트롤러의 DRAM 유무 또한 중요합니다. DRAM이 없는 DRAMLess의 경우 제원상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일반적인 패턴으로 사용한다면 DRAM이 포함된 컨트롤러 대비 순차 속도, 랜덤 속도 모두 현저히 떨어집니다. DRAM 유무는 제품 스펙시트에 기재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제품명+컨트롤러+DRAM'과 같이 검색하여 해당 제품에 탑재된 컨트롤러 종류와 DRAM 유무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SSD 체크 리스트

1. 자신의 메인보드에 장착이 가능한 폼팩터를 선택한다. (M.2 / 2.5인치 / mSATA)
2. 인텔 11세대 or 라이젠 3세대 이후 출시된 CPU를 사용중이라면 PCIe 4.0 기반 M.2 NVMe 제품을 추천한다.
3. 예산 내에서 최대 용량의 제품을 선택하자. 대개 1TB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다.
4. 일반 사용자 기준 '순차 속도'보다 '4K 랜덤 속도'가 더 중요하다.
5. 일반 사용자 기준, 동일한 가격대의 제품이라면 속도보다 용량이 큰 제품을 구매하자.
6. QLC, TLC와 같은 메모리 종류는 신경 쓸 필요 없다.
7. 마음에 드는 제품에 탑재된 컨트롤러 종류, 해당 컨트롤러에 DRAM이 탑재되었는지 체크한다.
(컨트롤러 관련 내용은 스펙시트에 기재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구글 검색을 통해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