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가는 음식점에는 식사를 마친 빈자리만 남아있고 해가 중천에 있을 때쯤이 이었다

"동훈 씨 이거 월 말까지 해결해야 할 건데 해결해 주실래요?"

김 부장이 말했다

"예 김 부장님 저한테 맡겨주세요"

직장을 다니는 동훈 대리에게 월 말까지 해결하라는 숙제가 또 생겼다. 어제도 오늘까지 해결해달라는 서류를 받았는데 오늘 또 받은 것이다. 어제 것도 이제 막 끝나는가 싶었는데 또 서류 한 뭉텅이를 받았다.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원'

동훈이는 항상 직장에 다니면서 회의감만 들고 있었을 뿐이다. 항상 반복되는 일뿐이었다. 서류를 검토하고 캐드로 집을 짓고.. 쳇바퀴 돌아가는 삶이었다. 어렸는 적엔 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대를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하며 공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대학 4년제를 졸업하고

나름 잘 나간다는 js 건설에까지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js 건설은 그렇게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웬만한 중견기업 정도는 되는 회사라 친구들 과의 만남이 있을 때면 어깨 정도는 필수 있었던 그런 회사다 그리고 부모님들도

자랑스러워하시고 항상 열심히 하라는 응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훈의 진짜 진로는 음악 쪽이었다. 대학교 전공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류하는 바람에 갈 수 없었던 곳 바로 실용음악과다 거기서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그런 것은 돈도 안되고 네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라면서 완강히 거부하셨고 만약 네 뜻 때로 한다면 모든 지원은 포기하라고 하셨다. 동훈은 그 말을 듣자마자 한 보름간을 씨름 씨름하며 앎라가. 어찌할 수 없이 전공을 건축과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동훈은 알고 있었다 이런 삶에 적응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반복되는 일상은 나랑 안 맞는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저부터 퇴근해 보겠습니다"

동훈은 먼저 칼퇴근을 해버렸다. 오늘따라 일이 안 된다. 컴퓨터 앞에 있어도 자꾸 딴생각이 나고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동훈이 안에 있는 심장 안에 내 안에 있는 자유로움을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직장인들의 얼굴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모두 회색빛이었다. 콘크리트처럼 생명감도 없는 그런 회색빛. 문득 그 속에도 나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웠다

다른 누군가도 내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