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어김없이 출근을 하였다. 출근을 하고 오늘 할 일을 생각하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아 보이는 건지

실질적으로 많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제까지 완성 못했던 캐드들을 마무리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은 김 부장님하고 단둘이 먹으러 갔다 요새 상태에 대해

한번 부장님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부장님은 지금 49세의 중년으로 나보단 인생의 선배이고 더 많이 깨우친 사람이 아닐까라는

기대심에 한번 물어보려 하려고 한 것 같다. 뭔지 모를 명쾌한 대답이 나올 것 같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흡연자인 우리 둘은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동훈은 물어봤다

"부장님 여태까지 저는 열심히 일을 해오고 또 잘해왔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요새는 아니에요 뭔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지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회의감만 느껴지네요"

"흠 누구나 슬럼프는 올수 있지. 지금 동훈이 대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되나?"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진로를 정할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사는 직장인들의 삶과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것을 요 어렸을 때부터 저를 파악한 거죠 그래서 그런지 꿈이 음악 하는 것이었어요"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거랑 지금 하고 있는 거랑 다르니까 자꾸 일이 안 잡히는 모양이군..."

"... 그렇겠네요"

동훈은 그제서야 확답을 내릴 수 있었다. 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이랑 하고 있는 것이랑은 괴리가 너무 심한 것이었다

그렇게 느낀 동훈은 그만 부장님에게 회사로 돌아가자고 하고 부장님은 너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말에 힘이 왠지 진짜 나는 것만 같았고 해답을 찾아준 부장님에게 고맙기만 했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시계를 바라보니 저녁 먹을 때쯤이 된 것 같았다. 간단하게 3분 카레를 밥 위에 얹혀서 먹고 있었다

"내 심장을 뛰게 했던 것이 뭐가 있을까...."

부장님과의 대화를 하고 나는 온통 그 생각뿐 이었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닥치고 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밥을 먹는 건지 고민을 하는 건지 모르고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간단한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집과 가까운 유원지가 있었다. 뭔가 고민이 있을 때면 항상 찾는 마음의 위로가 되는 곳이었다.

그곳으로 가면 뭔가 풀리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가 생겼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따라 걸음이 명쾌하고 가벼웠다. 그러고 보니 아까 출근 시간에 보았던 회색빛깔의

회사원들이랑은 다른 색을 띠는 사람들만이 유원지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표정은 다들 즐거워 보였다

덩달아 나도 즐거워지는 밤이라고 생각하며 무심한 듯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