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에 올라가서 한참을 벤치에 앉아서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내 심장을 뛰게 했던 것들은 몇 가지 생각해낼 수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음악도 대학까지만 해도 그에겐 꿈이었지만 이제는 한편의 기억들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듣는 건 좋아하지만 하는 건 별로

탐탁지 않았다 벌써 세월이 20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서 일까. 하지만 동훈에겐 확실히 생각나는 것은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 중에는 분명히

뭔가 신선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수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뛰게 만들고 재미있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해답 찾는 거는 일단 뒤로하고 유원지 밑으로 내려갔다. 시선을 허공에 대고 걷고 있는데 그 찰나에 그 앞에 현수막광고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하나씩 봐볼까 하다가 눈에 띄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한영 볼링 강습 한 달 6만 원 동호회 회원 모집 중-

'아 이 동네에 볼링 연습장이 있었지. 잊어버리고 있었네. 그러고 보니 중학교 실습시간에 3년 내내 볼링 부였구나'

그때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던 동훈이었다. 동훈은 중학교 때 일주일에 한번 실습시간이 있었고 볼링 부였던 것이다.

'걔 이름이 뭐더라... 이 지.. 안이었던가 풋... 오랜만이네..'

동훈이네 학교는 남녀공학이었고 남녀공학이었지만 같은 반은 아니고 반이 나누어져 있었다

개중에 여자들도 볼링부에 많이 참여를 하였고

볼링부 실습시간에 마주쳤던 첫사랑 지안이가 떠오른 것이었다. 동훈이는 실습시간 내내 지안이에게 잘 보이려고 볼링을 열심히 쳤던 것을

상기해하며 속으로 약간 쑥스러워했다 내가 그럴 때도 있었구나 하며 생각하며 길을 걸으며 생각에 빠졌다

실습 선생님은 항상 팀을 돌려가며 게임을 하게 했는데 항상 지안이와 같이 게임하기만을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것도 상기됐다

그땐 왜 내가 말을 못 걸었는지 중학교 졸업식날 왜 이렇게 후회가 되던 지 자책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볼링 한번 처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얼른 현수막에 적힌 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해두었다

지안이와 볼링이 한 번에 몰려드니 왠지 마음이 좋아졌다 첫사랑이란 뭔지... 또 공놀이는 뭔지..

남자에게 치명적인 공놀이와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는 동훈의 마음에 딱 들기 좋게 다가왔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을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류를 보며 캐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점심시간 때같이 볼링 치러 갈 사람이나 구해볼까라며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에 볼링 치는 사람이 있을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라며 스치듯 생각하며 컴퓨터 마우스를 또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됐다 오늘은 부장님이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자며 그러길래 같이 따라갔다

박사원도 같이 따라간다길래 박사원한테 한번 수소문해 볼까라며 생각했다

박사원은 입사 동기는 아니고 나보다 후배지만 나이는 동갑이라 말을 놓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담배 피울 때 은근슬쩍 박사원에게 물어봤다

"박사원 너 우리 옆 동네 살잔 더 그래서 물어보는 말인데 한영 볼링클럽에 볼링 치러 가는 사람 아는 사람 있어?"

"글쎄요... 흠 누구 있었던 거 같은데.. 아! 김태리라고 제 고등학교 친구인데 걔가 저번에 볼링 다닌다고 들었는데

아마 동네에 한영 볼링 연습장이 하나뿐이라서 그곳에 다닐걸요"

"아 그래?? 잘 됐네 나 번호 좀 알려주라 나도 요새 볼링이나 배워볼까 하는데 혼자 다니는 것보다 둘이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네 제가 태리한테 한번 말해놓을게요

동훈은 박사원에게 번호를 받고 다시 회사로 향했다

여자인지라 조금 마음에걸렸지만 이왕 그렇게 취미생활할거 같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