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가까이 사귄 여친 있었는데
2주년 기념일이랑 생일이 거의 동시여서 뭘 줄까 생각중이었는데

여친한테 전화오더니 갑자기 남자 목소리가 들림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뚝 끊김

여친한테 카톡으로 누구냐 뭐냐 물어도 답이 없다가 갑자기 전화와서 펑펑 울면서 나한테

제발 그냥 친구라고 해주면 안 돼?
나 저 사람 없으면 못 살아
진짜 제발
제발 한 번만 살려줘


그렇게 얘기하더라

새벽 1시인가 그랬는데 진짜 머리가 멍해져서 일단 전화 끊고 밖에 나감

겨울이라 엄청 추운데 후드집업 하나 입고 나가서 벌벌 떨면서 편의점 가서 끊었던 담배를 삼

그렇게 편의점 앞에 담배피면서 의자에 앉아있다가
다시 전화와서는 또 빌더라


나 너한테 부탁같은 거 한 적 없잖아
제발 진짜 제발


그렇게 울면서 빌더라

결국 남자랑 통화하면서 그냥 친구라고 얘기해줌

그러고 다시 전화 달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잠수타더라

한 번 바람피는 것 같아서 해어지자고 했던 걸 아니라고 오해라고 다시 잡아서 1년을 더 사귀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땐 이미 애인이 있었던 것 같음.
처음부터 세컨드였을지도 모르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사불성이 될만큼 깡소주 먹다가 울고불고 난리쳐봄. 일평생 그렇게 울어본 경험 없다고 자부함.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하더라.
새벽이라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진짜 민폐였다고 지금도 생각함.

이후로 멘탈 박살나서 진짜 정신병 걸릴 것 같아서 다음 학년 휴학하고 알바만 했음.
진짜 매일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 하면서 괜찮아지기까지 반 년 넘게 걸렸는데

몇 년 지난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서 힘들더라.

그때 병신같이 왜 그냥 친구라고 말했을까
나랑 2년 사겼다. 너랑 몇 년 사겼나. 너도 당했네.
그렇게 소리쳤어야했는데
진짜 지금 생각해도 병신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