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조심해라. 그리고 자기 말에 책임을 져라."

제가 어릴 적에는 많이 들었던 말인데,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말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피씨통신의 시대가 지나가고 트위터, 페이스북의 SNS 시대가 도래하면서 요즘은 무겁고 진중한 말보다는 가볍지만, 위트있고 재미있는 말들이 유행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정치인들이 뱉어내는 말의 무게감을 살펴보자면 말은 어디까지나 뱉어내면 그만인 '아님 말고 식'의 졸렬함이 풍년이라 '책임'이라는 개념이 붙을 곳이 없어보입니다.

제가 대학교때 무척이나 따랐던 선배가 한 분 계셨는데, 술자리에서 말 한번 잘못했다가 엄청 혼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무척이나 차분하고 너그러운 분이 그렇게나 화를 내서 크게 놀랐었는데 그 분이 그때 '너는 말이 뭐라고 생각하냐?'라고 물어 보셨죠. 저는 어안이 벙벙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도 못했었는데, 그분이 그때 제게 한 말을 정리해 보자면 '말은 화자의 본질을 대변하고, 대리하고, 대치하는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즉 어떤 사람의 본질이 A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뱉어내는 말이 B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A가 아니라 B라고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죠. 즉 말이란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게 내뱉어야하며, 자신이 한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상식이 그렇게 상식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과연  말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한 말은 모두 자신을 드러내는 말입니다. 그것이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고 할지라도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면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질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문제가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는 솔직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말의 진의가 무엇인가? 그 말에 진심이 실려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말의 책임성이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중에 요즘엔 종편채널에서 볼 수 있는 강용석이 있습니다. 그는 술자리에서 '아나운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는데 그가 한 말은 어쩌면 그만의 생각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그 사람뿐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술자리라는 사석에서 (아마 강용석의원에게 그 자리는 지극히 사적인 자리였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발언을 하고 그 발언이 대중에 알려진 것은 일단 '강용석'이라는 정치인이었죠. 강용석이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것을 밖으로 꺼내놓지만 않는다면 사회에서 그것을 비난할 명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말이 되어 나오고 또 그 말이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면 '화자'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고 '화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 책임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강용석의 말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강용석은 그냥 한명의 정치인이었지만, 그 말이 보도된 이후 '강용석'은 그냥 정치인이 아니라 메세지를 가진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여성 비하 정치인'

그리고 그런 그를 '정치인'으로서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가 개인적으로 능력있고 그 능력을 사용하여 케이블과 종편에서 방송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비난 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대중은 아니... 대중은 모르겠고 저는 강용석을 정치인으로서 용납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남아일언중천금'

이제 이말은 개그로 치부될 말일련지요? 요즘 세태에 말이 너무 가벼워지고 말이 너무 유희적 기능에만 충실한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합니다. '돌직구'라는 말로 생각을 가슴에 담아 두지 않고 쏟아내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돌직구'에서 '직구'가 직설적 표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돌'의 의미는 묵직함의 '책임감'을 의미하는 그런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