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작성자님은 사냥 하기 싫으니까 사냥 말고 다른 루트로 레벨업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었죠
그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런데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공감하신 분들은 파티퀘스트 같은 다른 컨텐츠로 레벨업 보조가
가능하면 지금보다 훨씬 쾌적해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헌데 막상 다른 게임들 사정 보면 전혀 그렇지 않죠.

당장 동사에서 서비스하는 옆집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던전앤파이터는 사냥이 중요하지 않고 스펙을 올릴 수 있는 각종 부가 컨텐츠들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현 던전앤파이터의 최종 컨텐츠는 오즈마 레이드입니다.
이 오즈마 레이드를 가기 위해 엄청난 양의 숙제 컨텐츠들을 최소 몇 달을 해야 합니다.
아~주 간단히만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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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혜의 인도 + 고통의 지하실/검은 시전 + 검은 연옥 일반 던전을
최소 몇 개월씩 반복해서 돌면서 에픽 아이템 파밍을 한다.
참고로 '지혜의 인도 노멀 모드'를 제외한 다른 컨텐츠는 뉴비는 바로 진입도 못 합니다.
나머지는 무조건 일정 스펙이 되어야 솔플을 하던 파티플을 하던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 언급은 생략.

2. 1번의 과정을 통해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신화 아이템' 을 획득해야 합니다.
사실상 현 오즈마 레이드에서는 신화가 없는 사람은 대부분 걸러집니다.
그런데 이 신화 아이템 회득은 완전한 운빨이기 때문에 일주일도 안 되어서 먹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1년 가까이 개고생을 해도 못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3. 탈리스만 아이템을 필수적으로 파밍해야 합니다. 마계 대전/추방자의 산맥 컨텐츠를
각각 주 2회씩 해야 합니다. 이것으로 인해 많은 피로도가 소모됨에 따라 지혜의 인도 도전 횟수가 줄어듭니다.

4. 1번에서 명시한 컨텐츠들보다 신화 아이템 드랍률이 더 오큘러스 던전을 주 2회 돌아야 합니다.
주 2회 해야 하며 역시 많은 피로도가 소모됩니다.(이 부분은 선택 사항)

5. 시로코 레이드를 통해 시로코 에픽 장비를 파밍합니다. 역시 주 2회 해야 하며 아무리 빨라도
졸업에 최소 몇 달 걸립니다 + 시로코 챌린지 모드 도전을 통해 파밍 기간을 줄일 수 있으나 추가피로도가 소모됩니다.

6. 검은 연옥 일반 던전 + 검은 연옥 특수 던전을 통해 에픽 장비 옵션 변환을 진행합니다.
연옥 옵션 변환 역시 운빨이며 공포의 눈동자 아이템을 통해 확정 변환이 가능하나 이것도 몇 달 걸립니다.

7. 위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든 오즈마 레이드에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오즈마 레이드 졸업은 골드카드 획득이나 변수가 없다고 가정 했을 때 1년 걸립니다.

8. 마지막으로 던전앤파이터는 한 캐릭터만 키울 경우 다캐릭 유저들 대비 손해가 상당한 게임입니다.
위의 과정을 여러 캐릭터로 해야 하며, 각 캐릭터들마다 강화/증폭/마법부여/아바타/크리처 세팅을 각각 해야 합니다.

9. 또한 위에서 명기한 과정들은 원하는 때 자유 의지로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일주일 내에 무조건 돌아두지 않으면 도전 횟수가 소멸되고 아이템 획득의 기회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밀리면 밀릴 수록 자신이 최종 컨텐츠를 졸업할 기회를 갖는 기간은 길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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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의 과정은 정말 축약할 대로 축약해서 서술한 겁니다. 저기서 추가적으로 다른 수많은 변수들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이게 현 던전앤 파이터가 '최종컨텐츠마저 숙제게임' 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입니다.

저 형태가 과연 메이플스토리에서 뇌빼기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려 보스 입장레벨에 도달하고 렙반감 패널티를
줄이며 메소를 모아서 아이템을 맞추는 것보다 더 보람차고 즐거운 과정이라고 절대적 평가가 가능한가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다? 지겹지 않은 컨텐츠로 대체하면 된다? 이건 업계 사정을 몰라서 하는 말씀이죠.
실제로 사냥 컨텐츠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위에서 명기한 던전앤파이터처럼 굴러
갑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쪽이 이런 식으로 엄청난 양의 일일/주간 숙제를 시키는 경우가 태반이죠.

대부분의 MMORPG 게임사는 절대 유저들을 가만히, 그리고 편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강제로 뭘 죽어라고 시켜야 자기들도 그 과정에서 수익을 낼 수 있거든요.
특정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고 귀찮아고 지루하고 짜증날수록 이 수익은 배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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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히려 단순한 이벤트와 일주일에 각 1회씩의 보스 레이드로 이후는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사냥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메이플이 더 속편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참고로 저도 261 찍고 세르니움 일퀘만 돌리고 다른 사냥은 거의 안 합니다.
물론 저는 타 캐릭터들의 육성/플레이나 스토리 보는것도 즐기는 유저라 본캐에 집중하지 않은 것도 있으나,
270~275 찍으면 검마 오라고 콜도 왔는데 그냥 안 해요. 
이건 제 자유 의지로 숙제를 줄인 거죠.
그런데 사냥이 주요 컨텐츠로 하지 않는 다른 게임들은 그 컨텐츠를 하지 않으면, 
다른 유저들과의 경쟁에서 치이고
밀리게 됩니다.
참고로 이 문제는 현질로도 커버가 안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밀리게 되면 게임을 하는 목적 자체가 소실이 되죠.
나는 편하게 하위 컨텐츠만 즐기면서 만족하는 유저로 남으면 된다? 글쎄요...

또한 메이플에서의 사냥은 보스에 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게 아니라, 보스에 가기 위한 자격이죠.
그 자격을 압도적인 재력으로 커버할 지, 반복적인 사냥을 통한 레벨업+스펙업으로 커버할지는 본인 자유입니다.

그런데도 메이플 사냥 하는거 싫으니까 그냥 다른 컨텐츠로 대체하게 해 달라?
이건 뭐 나 10대 기업 들어가고 싶은데 스펙/대외활동 쌓기 귀찮으니까 다른 방법 마련해 달라는 거죠.
그리고 하물며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 방법은 오디너리한 스펙 쌓기보다
훨씬 어려운 경우가 백에 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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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메이플스토리의 지겨운 사냥 형태를 변호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 조차 261에서 아주 천천히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냥을 도외시고 다른 컨텐츠를 주력으로 밀고 있는
태반의 MMORPG들 역시 메이플스토리보다 결코 나은 상황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온라인을 게임하는 운영하는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수익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게 싫으면 그냥 MMORPG가 아닌 다른 장르의 게임을 하거나 콘솔로 가시면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