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살인 혐의 엄마에 집해유예 선고
검찰도 12년 구형해 놓고 항소 포기

법원이 38년간 돌봐온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에게 선처하자, 검찰도 항소를 포기했다.

인천지검은 살인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씨(62)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인천지방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 연수구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A씨는 태어난면서부터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딸을 38년간 간병하다 최근엔 딸이 대장암 3기 진단까지 받고 항암치료를 받게 되자 처지를 비관해 딸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법정에서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형사사건의 항소기간은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 1주일이다. 법원이 지난 19일 A씨에 집행유예를 선고함에 따라 A씨의 항소기간은 지난 26일까지이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한다. A씨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항소해야 할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25일 교수와 주부, 시민단체 활동가, 가정폭력 상담사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심의에서 만장일치로 항소 부제기 의견을 냈고, 인천지검도 내부검토를 거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모라도 자녀의 생사를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등 타인의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는 엄정히 대응해야 하는 하지만, A씨가 딸을 장기간 진심으로 간병하고 자신도 간병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A씨가 정신적·신체적 고통으로 심신이 쇠약해 대안적 사고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의의 감정서와 유사 판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