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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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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3
무협의 탈을 쓴 아포칼립스, 굶주린 새끼양![]()
🚨※ 본 기사에는 극초반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주얼 노벨 게임 '굶주린 새끼양'이 스토브를 통해 출시됐다. 중국 원어명은 '아표: 명말천리행(饿殍:明末千里行)'. 2024년 4월에 기출시된 게임이고, 이번에 출시된 스토브 버전은 공식 한글화가 추가됐다. 굶주린 새끼양은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이미 검증된 게임이며, 비주얼 노벨에 입문하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참담했던 역사적 배경을 일부 각색한 이야기가 심히 자극적이라 텍스트의 홍수에 거부감이 있는 유저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또한 중국 배경 게임 특유의 고유명사 릴레이, 난해한 무협 용어가 없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주는 요소 중 하나다. 더불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흥미로운 점은 바로 성우진이다. 작년 10월 경 일본어 더빙이 추가됐는데, 여주 '만수(만스이)' 역을 무려 '쿠기밍(쿠기미야 리에)'이 맡았다. '작안의 샤나'의 샤나, '제로의 사역마'의 루이즈 등 츤데레 캐릭터를 대표하는 성우로 정평이 나 있다. 유명 성우들이 게임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인디 규모 개발사 기준으로는 실로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어떻게 섭외했는지 궁금할 정도. 종합해 보면 '굶주린 새끼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유저평, 자극적이면서 진지한 이야기, 초호화 성우진의 연기,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스토브를 통해 공식 한글화까지 추가됐다. 벌써부터 높은 체급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앞, 연애 없다 일단 체험기에 앞서 이 점을 확실히 하자. 보호 욕구를 자극하는 히로인의 일러스트만 보고 시작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명말천리행'이라는 원어 부제에서 알 수 있다시피, 게임의 배경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명나라 말기다. 여주와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말이다. 이 게임에는 실로 기괴한 표현들과 일러스트들이 산재해 있다. 살인부터 시작해 인신매매, 심지어는 식인까지. 대기근이라는 재난 속에서 실제 일어났을법한 사건들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이게 무협물인지 아포칼립스물인지 쉽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 애초에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자마자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 ![]() 이렇듯 굶주린 새끼양의 이야기는 히로인과의 연애 감정보다는 기근에 시달리는 혼란스러운 시대상에 집중한다. 주인공 '량'은 양민들을 습격해 금품을 갈취하고, 그 과정에서 살인도 서슴지 않으며 생존을 이어가는 냉혈한이지만, 이번에는 모종의 이유로 네 마리의 새끼양(소녀)들을 낙양까지 배달(인신매매)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렇게 '량'과 새끼양들의 불편한 여정이 시작된다. ![]() ![]() ![]()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비주얼 노벨 장르답게 게임 플레이는 단순하다. 그저 이야기를 감상하고, 주어지는 선택지를 골라 나가며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된다. 캐릭터 별 호감도 파라미터 같은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던져지는 선택지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부터, 가볍지만 엔딩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지, 더 나아가 플레이어의 윤리적 고민을 유발하는 선택지도 있다. 당장 분기에는 영향이 없더라도 엔딩까지 플레이어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을 법한 묵직한 선택지들이 다수 존재한다. ![]() ![]() 먹을 것을 나눠줄지, 위험을 무릅쓰고 길을 단축할지, 혹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지. 플레이어가 내린 결정은 짧게는 몇 분 뒤, 길게는 수 시간 뒤 결말에 반영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방향이던 가볍지 않다. 누군가는 살아남지만, 누군가는 사라진다. 특히 결말의 다양성은 아주 인상적이다. 어떤 루트에서는 희망의 불씨가 보이는 듯하지만, 또 다른 루트에서는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무겁고 잔인한 여정 끝에 마주하는 결말은 순전히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기에 게임을 마친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게임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대놓고 숭정제 재위 '명나라 말기'와 '이자성의 난'을 연상시킨다. 어느 정도 각색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그 시대의 잔혹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잔혹하기에 더 매력적인 이야기 '굶주린 새끼양'은 비주얼 노벨 장르에 입문하기에는 좋지만, 가볍게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게임이다. 암울한 시대적 배경부터 시작해서 기괴한 묘사까지, 대다수의 비주얼 노벨 게임들이 표방하는 하하 호호 명랑 유쾌한 이야기는 어느 분기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게임이 오히려 독보적인 매력을 발한다. 대기근에 시달리는 명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설정, 새끼양들의 드라마틱한 여정, 그리고 자칫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노골적인 묘사들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우며 플레이어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몰아넣는다. 비주얼 노벨을 곧장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로 한정해 바라보던 게이머라면, 굶주린 새끼양이 들려주는 무겁고 진중한 서사는 그 고정관념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굶주린 새끼양'은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를 통해 공식 한국어화가 진행됐다. 출시 기념으로 스토브는 9월 16일(화) ~ 10월 12일(월) 27일 간 2P게임즈 할인전을 진행한다. 해당 기간 동안 굶주린 새끼양을 포함한 2P게임즈의 다양한 게임을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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