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고 귀농할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SNS를 스크롤하다 보면 심심찮게 마주치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한때는 2030 세대의 귀농, 귀촌이 트렌드였던 적도 있으니까요. 끝없는 경쟁과 성과 압박, 쉼 없이 울리는 알림에 지친 현대인들은 어느새 흙냄새 나는 여유로운 슬로우 라이프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농사 경험도, 목돈도, 그리고 용기도 부족한 우리는 결국 유튜브 재생목록 한편에 저장해 둔 '귀농 브이로그'를 보며 대리만족 후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실상은 도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부지런한 자만 살아남는 야생 그 자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에 지친 우리가 다시 찾는 곳은 또 다른 디지털 세계입니다.

스타듀 밸리(Stardew Valley)의 성공 이후, '슬로우 라이프'는 게임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FPS의 긴장감도, MOBA의 치열함도 없는 이 게임들은 느리게, 여유롭게, 나만의 속도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캐틀 컨트리(Cattle Country)'역시 그런 게임들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게임은 지난 5월에 정식 출시된 게임이지만, 이제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습니다. '스토브(STOVE)'를 통해 공식 한글화가 진행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죠. 게임 시스템이 복잡하지 않아 영어를 한 땀 한 땀 번역해 가며 플레이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편하게 농장을 가꿀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다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마침 지친 일상에 작은 휴식이 필요했던 터라, 저는 주저 없이 가상의 농장주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픽셀로 이루어진 사이버 농장에서 진짜 힐링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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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명: 캐틀 컨트리(Cattle Country)
  • 창작자 : Castle Pixel, LLC.
  • 배급사 : Playtonic Friends
  • 플랫폼 : PC(스토브)
  • 키워드 : #스토브한글화 #픽셀그래픽 #2D #귀여운 #힐링
  • 장르 : 캐주얼, RPG, 어드벤처




  • 힐링과 긴장감의 적절한 조화


    캐틀 컨트리는 1890년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황량한 변경 지대에 도착한 플레이어는 텐트 하나로 시작해, 점차 농장을 확장하고 마을을 발전시켜 나가죠. 전형적인 농장 시뮬레이션의 요소들을 충실히 담으면서도, 서부 개척 시대라는 특별한 배경을 통해 독자적인 색깔을 입혔습니다.

    여타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작물을 심고 물을 주며, 가축들을 돌보는 일상적인 농장 활동이 이 게임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캐틀 컨트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낚시를 하거나, 나무를 베고 돌을 캐는 것은 물론이고, 광산을 직접 파내려 가며 보물과 광석을 찾는 탐험도 가능하죠. 심지어는 전투까지 있습니다.

    ▲ 귀농 시작했으니 일단 술집으로 갑시다

    ▲ 내 집이 생기면 울타리로 구역 표시부터 하는게 국룰이죠?

    ▲ 이런 게임 특 : 아무 생각 없이 돌만 캐도 재밌음

    ▲ 보안관 형님한테 총 쏘는 법도 배워주고

    ▲ 지나가다 낚시도 한 번 해줍니다. 왜냐고요? 그야 재밌으니까!

    특히 광산 시스템은 이 게임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광산을 탐험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원하는 방향으로 땅을 파고 사다리와 조명을 설치하며 자신만의 광산을 만들어가죠. 어둠 속에서 깊이 내려갈수록 희귀한 광석과 보물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이 게임만의 성취감이 있습니다.

    ▲ 광산은 횡스크롤로 전환돼서 마치 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을 줍니다

    ▲ 사다리나 횃불을 설치하며 나만의 광산을 개척할 수 있죠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 역시 캐틀 컨트리만의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다양한 주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죠. 선물을 주고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다 보면, 그들의 비밀과 고민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틀 컨트리의 서부는 나름 현실적입니다. 그저 평화롭기만 한 무릉도원 같은 곳은 아니죠. 밤이 되면 야생 동물들이 출몰하고, 때로는 산적들이 마을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어서 마냥 긴장감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전투를 원치 않는 플레이어를 위해 적대적 요소를 끌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이야말로 다른 농장 시뮬레이션과 차별화되는 요소입니다. 평화로운 일상 속에 스며든 야생의 위험, 그 아슬아슬한 균형이 캐틀 컨트리만의 매력을 자아내죠.

    ▲ 이 마을 사람들은 뉴비에게 매우 친절한 편이군요?

    ▲ 작은 마을이지만 우유를 파는 상점도 있고요

    ▲ 은행까지 있을 건 다 있습니다

    ▲ 말 타고 순찰중인 보안관 아저씨가 귀여워서 한 컷

    제작 시스템도 꽤 방대합니다. 농기구, 가구, 장식품, 음식 등 수십 가지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으며, 각 아이템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칩니다. 허수아비는 새들로부터 작물을 지키고, 편안한 침대는 다음 날 더 많은 체력을 회복시켜 주죠. 이러한 디테일들이 모여 플레이어가 정말로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고 있다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자유롭습니다. 오늘은 낚시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되고, 하루 종일 마을 사람들과 수다를 떨어도 괜찮습니다. 광산에 몇 시간씩 틀어박혀 있어도, 혹은 농장 구석구석을 예쁘게 꾸미는 데 집중해도 되죠. 플레이어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으며, 각자의 속도로 서부 개척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 게임 극 초반인데도 제작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 도트 퀄리티와 디테일 모두 합격입니다

    ▲ 아무리 자유로워도 가끔은 전투가 발생하기도 하니 주의할 것!


    다른 농장들과는 다른 풍경


    이 게임에서 스타듀 밸리의 향이 짙게 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UI 배치나 메커니즘, 심지어 전체적인 게임 흐름까지 많은 부분이 유사하죠. 다만, 스타듀 밸리가 목장이야기 시리즈의 공식을 계승했듯, 캐틀 컨트리도 검증된 틀 위에서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역시 서부 개척 시대라는 배경입니다. 평화로운 농촌이 아닌 거친 변경 지대. 이곳은 단순히 농사만 짓는 낙원이 아니라, 진정한 개척자로서 살아남아야 하는 야생이죠. 산적들과의 총격전, 야생 동물 사냥, 보물이 숨겨진 광산 탐험 등 액션, 어드벤처 요소도 적절히 섞여 있어서 지루한 파트를 최소화한 모습입니다.

    ▲ 사실 귀농, 귀촌은 멀리서 보아야 희극입니다

    광산 시스템의 차이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미 완성된 던전이 아닌, 플레이어가 직접 만들어가는 던전이라고 볼 수 있죠. 어느 방향으로 팔지, 얼마나 깊이 내려갈지, 어디에 사다리를 설치할지 모두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 이는 단순한 자원 채집을 넘어 탐험과 건축의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또한 마을 발전에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재밌습니다. 단순히 NPC들의 호감도를 올리는 것을 넘어, 마을에 투자하고 새로운 시설을 짓는 데 기여할 수 있죠. 플레이어의 선택이 마을의 모습을 바꾸고, 그것이 다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단순히 농장주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 저는 광산이 제일 재밌더라고요

    단순한 퀘스트 구조나 일부 NPC의 단조로운 대사 같은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캐틀 컨트리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죠. 평화로운 힐링만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모험과 도전이 섞인 개척 생활은 확실히 이 게임만의 차별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귀농을 꿈꾸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들에게, 디지털 세상에 지쳐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스타듀 밸리 이후 새로운 슬로우 라이프 게임을 찾고 있던 이들에게, 캐틀 컨트리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로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글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 공식 한글화 덕분에 복잡한 제작 레시피도, 주민들의 대화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게됐죠.

    서부의 하늘은 오늘도 맑습니다. 농장 일을 마치고 마을 광장으로 향하는 길, 주민들의 인사는 오늘도 따뜻합니다. 저는 오늘도 지친 하루를 캐틀 컨트리가 주는 소박한 행복과 함께 마무리합니다.

    🎁캐틀 컨트리 판매 링크https://store.onstove.com/ko/games/10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