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팀이 무작정 속초로 출발한 지 어언 10시간이 되어갑니다. 약간의 흥분상태로 도착하여 속초 구석구석 누비며 어떤 게임인지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행군을 방불케 하는 진격을 이어왔습니다. 속초 도착 10시간, 그동안 들렸던 곳의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1. 속초 엑스포 타워

청초호 언저리에 위치한 엑스포 타워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역동적 형태를 자랑하는 랜드마크입니다. 인벤팀이 도착했을 때는 아직 여명이 밝아오기도 전이었습니다. 자전거 몇 대와 차량만이 지나가는 적막한 장소. 그런데 체육관의 주인이 바뀌는 기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어리둥절했는데 알고 보니 엑스포 타워 근처 주차장에서 트레이너분들이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던 겁니다. 차량에서 플레이하던 트레이너에게 다가갔더니 황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가장 무섭다는 '부인 애드'가 발생한 걸까요?

▲ 속초 엑스포 타워


2. 속초 해수욕장

역시 여름 하면 바다고 바다 하면 잉어킹 아니겠습니까. 갸랴도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잉어킹을 도륙하려고 도착한 속초 해수욕장. 어젯밤 유흥의 기운이 아직 코끝을 스치는 그곳에서 인벤팀은 열심히 포켓볼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수영이나 잠수를 해야만 하는 지점은 없었습니다.

땀 냄새나는 남자들과의 해수욕장은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기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찰나, 횟집 수족관에서 '콘치'가 등장했습니다. 마치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깔깔 웃었습니다. 덕분에 행군 같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쉬기도 했습니다.

▲ 야생의 콘치가 수족관을 탈출했다!


3. 고속버스터미널

속초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은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한산했습니다. 첫차 시간에 맞춰 밤새 포켓몬을 즐기고 돌아가는 인원이 있을 줄 알고 대기했으나 한들한들한 원피스를 입은 여자분만이 서울행 첫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쉬워지려는 찰나 '포켓몬 GO'를 즐기기 위해 편안한 아웃도어 옷을 입고 터미널 근처를 배회하는 청년과 우연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물어봤습니다. "어제, 오늘 유동인구가 많아진 것 같지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해수욕장 개장하고 사람이 좀 늘긴 했는데 별로 특이한 건 없는 거 같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아직은 전국 트레이너들의 속초 입성 열풍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 이런 위험한 곳에 있는 몬스터는 잡으면 안됩니다.


4. 먹자 거리

'시내'와 더불어 속초에서 유동거리가 가장 많다는 먹자 거리. 하지만 거리 특성답게 아침 시간에는 한산했습니다. 이름 모를 텃밭에서 만났던 트레이너가 먹자거리에 가면 약한 체육관이 있다고 말해줬는데…. 인벤팀의 GPS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실물 포켓볼 획득...


5. 시외버스 터미널 및 시청

시외버스 터미널 역시 별로 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은 체육관이 있는 장소입니다. 시청과 시외버스 터미널을 격전지라고 꼽는 트레이너들도 있었고요.

인벤팀은 시외버스 터미널 체육관을 다른 트레이너에게 탈환해 인벤팀의 체육관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쁜마음에 탐스러운 잉어킹을 올려놓고 있었는데 취재 계획을 논의하던 도중 제 잉어킹은 어디론가 사라져있더군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지고 있었는데 동료 기자의 기기에서는 아직도 제가 체육관 위에 있더라고요. 포획할 때도 어플리케이션이 종종 종료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체육관 점유도 네트워크 문제 등으로 아직은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누가 더 쌘가하는 부질없는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꺼야!!"

우리는 화들짝 놀라 시선을 돌렸으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과도한 열정이 유발한 환청일까요? 아니면 인벤팀을 견제하는 트레이너였을까요. 인벤팀은 후자를 믿기로 했습니다. 있어 보이잖아요. 트레이너 간의 갈등이라니! 기왕이면 로사같았으면 좋겠어요...

▲ 풀숲에서 '빼꼼' 등장한 이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