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로스에서는 수많은 말들이 있으며, 그중에는 영웅과 함께 전장에서 싸우면서 역사에 남은 명마들도 

존재하지요. 허나 그러한 말 중에는 정말로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블랑쉬(Blanchy)가 그러한 경우지요.




블랑쉬는 힐스브래드 구릉지(Hillsbrad Foothills)에 있는 타렌 밀농장(Tarren Mill)에서 태어나 자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망아지는 빼어난 기질과 왕성한 식성을 자랑하는 사랑스럽고 얌전한 준마로서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허나 그곳의 마부는 블랑쉬보다는 베시(Bessy)라는 다른 말을 더 챙겨주면서 이뻐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모습에 블랑쉬는 발을 굴리며 질투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불타는 질투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지는 몰라도 블랑쉬는 그곳을 떠나 동부 왕국의 서부몰락지대(Westfall)에 있는 마부의 형제이자 농부인 시어도어 펄브로우(Theodore Furlbrow)의 농장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블랑쉬는 그곳에서 시어도어와 그의 아내인 베르나 펄브로우(Verna Furlbrow)를 포함한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훌륭한 명마로써 오랜 세월을 함께 하였지요.

 


 

허나 세월이 흐르면서 한때 활기찬 망아지는 지쳐갔고,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늙은말 블랑쉬(Poor Old Blanchy)라고 불리우는 가엾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데피아즈단(Defias Brotherhood)이 날뛰면서 그곳은 더욱 더 블랑쉬에게 힘든 장소로 변해갔지요. 그나마 선한 모험가들의 도움으로 블랑쉬는 귀리로 배를 채울 수 있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펄브로우 부부가 선물한 블랑쉬의 모포와 사료 주머니는 당신을 포함한 많은 모험가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습니다.



비록 늙었더라도 블랑쉬는 여전히 훌륭한 말이였기에 녀석은 스컬지의 침공에 맞서기 위한 군마로서 징집되어 

회색 구릉지(Grizzly Hills)를 포함한 전선에서 활동했습니다. 블랑쉬를 돌보는 어린 시종들은 썩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블랑쉬는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만족했다지요.

 



 

리치왕이 쓰러진 이후에 블랑쉬는 다시 서부몰락지대에 있는 펄브로우 부부의 농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곳의 주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펄브로우 부부와 블랑쉬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사망 소식은 점차 흉흉해져 가는 서부몰락지대의 분위기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고, 

이후 수사관 호레이쇼 레인(Horatio Laine)의 수사로 인하여 진실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펄브로우 부부와 블랑쉬를 살해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데피아즈단의 새로운 수장으로 등극한 바네사 밴클리프(Vanessa VanCleef)였으며, 자신의 과거를 안다는 이유로 무참한 만행을 저지른 것이였지요. 그러한 사실은 서부몰락지대의 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과거 블랑쉬와 함께 하였던 당신마저도 슬픔과 분노에 잠기게 하였으며, 

결국 그러한 만행은 바네사 본인과 데피아즈단의 몰락으로 응징되었습니다.

그렇게 블랑쉬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블랑쉬는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으며,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전쟁에서 출격했던 함선 중에는 파란만쟁했던 마생(馬生)을 살았던 블랑쉬를 기리는 '늙은말 블랑쉬호(Ship Old Blanchy)'도 존재하였지요. 비록 늙은 블랑쉬호는 여왕 아즈샤라의 음모로 인하여 나즈자타(Nazjatar)에 추락하는 운명을 

맞이했지만, 서부몰락지대의 사람들이 얼마나 블랑쉬를 기억하는지를 알려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아제로스의 용사들은 수많은 위업을 세우면서 수많은 이들을 지켜냈고, 간수의 음모를 막기 위하여 어둠땅(Shadowlands)의 세상에 도래했습니다. 허나 그곳에서 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를 마주했으니, 바로 과거의 추억으로 존재했던 블랑쉬가 죄악의 영혼이 가득한 레벤드레스(Revendreth)에서 하염없이 뛰어다니는 광경이였지요.

 

죽은 블랑쉬(Dead Blanchy)가 도데체 무슨 죄악을 저질렀기에 그곳의 저주받은 영혼들의 대열에 합류한 것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타인의 애정을 향한 갈망. 다른 누군가를 향한 질투와 분노. 자신이 가졌던 것들에 대한 집착.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진 원죄거나, 아니면 그 누구조차 모르는 깊은 죄를 블랑쉬가 저질렀던 것이였을까요?


그 이유가 무엇이든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 블랑쉬를 당신은 차마 내버려둘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거칠게 질주하는 영혼을 마주하였고, 죄를 지은 망자들이 아니라 오래전 자신을 위하여 헌신했던 용사를 알아 본 블랑쉬는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었지요. 그렇게 가엾은 블랑쉬의 머리를 쓰다듬던 당신은 눈앞에 있는 불운한 영혼의 상태가 너무나도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죄악의 영지의 거친 환경으로 인하여 피부와 발굽은 상처나고 갈라졌으며, 살을 얼리는 추위와 공포 속에서 굶주림과 갈증 속에서 거친 숨을 내쉬면서 공포 속에서 떨고 있었지요. 

 

그런 블랑쉬를 위하여 당신은 서부몰락지대의 풍미가 남아있는 귀리를 먹여 허기를 채웠고, 청결하고 시원한 물을 길어와서 극심한 갈증에 시달리는 죽은 말의 목을 축였습니다. 거기에 손질용 솔로 거친 풍랑에 마모된 피부를 쓸어내고, 무수한 세월을 뛰어다녀 부서진 발굽에 편자를 씌운 당신은 오래전 블랑쉬의 주인이 그러했듯이 따뜻한 

담요을 씌워 녀석에게 참으로 간만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하였지요.


그러한 친절에 몸을 부르르 떨며 온순하게 보살핌을 받은 블랑쉬는 당신을 향해 간식을 찾듯이 머리를 들이 밀었습니다. 그런 블랑쉬의 요구에 당신은 다양한 먹거리를 꺼냈지만, 녀석을 만족시키는 것은 없었습니다. 부드러운 과자나 케이크도, 말들이 정말 좋아하는 신선한 당근이나 따뜻한 치즈를 내밀어도 블랑쉬를 고개를 저었지요. 그런 광경을 보며 난색을 표한 당신은 문뜩 블랑쉬를 처음 만난 광경을 떠올랐습니다.

 


 

누구보다 다른 이들의 애정과 관심을 원했지만, 그러한 갈망이 보답받지 못하여 질투하고 분노하던 바로 그 순간을.

 


 

그렇게 당신은 생전의 블랑쉬가 그렇게나 원하였던 사과들을 꺼내들었고, 블랑쉬는 기쁨과 함께 열정적으로 그 사과를 먹어치우고는 만족감이 섞인 한숨과 함께 당신에게 몸을 의지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낭만과 추억에 빠졌던 블랑쉬는 자신이 저지른 죄악 또한 자각하였지요.


당신과 블랑쉬의 과거의 유대가 지금까지 이어졌던 것처럼, 지었던 과거의 죄는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렇기에 블랑쉬는 자신의 죄 자체를 인정하고 그것을 자기 스스로의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블랑쉬는 스스로의 죄악을 짋어지고 나아가는 존재인 죄악질주마(Sinrunner)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업보를 받아들인 블랑쉬를 속박하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죽음으로도 끊어지지 않은 유대감으로 이어진 당신만이 블랑쉬와 함께하며, 그곳에 더 이상 고통은 존재하지 않지요.

 


이제 블랑쉬는 영원히 달려나갈 것입니다. 바로 당신과 함께.






PS. 어둠땅 탈것중 하나

얻으려면 꼬박 6일 걸림(연속으로 할 필요는 없어요, 날탈 가능) 난 저번주에 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