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간호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공분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 메모리얼 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43세 여성이 병원 간호사 산토시 아히르와(남·40)에 성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이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직후 곧장 병세가 악화했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하루 만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피해자는 담당 의료진에 성폭행 사실을 털어놨고 아히르와는 병원 측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그는 보팔 중앙 교도소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아히르와는 과거에도 24세 동료 간호사를 성폭행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숨진 피해자는 1984년에 발생한 보팔 가스 참사의 생존자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보팔 가스 참사는 미국계 다국적기업 유니언 카바이드 소유의 살충제 공장에서 독성 가스가 유출된 사고다. 당시 '시안화' 가스와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독가스 '포스겐'이 뒤섞인 39t가량의 맹독 가스 '메틸이소시아네이트'가 한밤 중에 도시로 흘러나왔다. 이 참사로 3만여 명이 사망했고 15만여 명이 장애를 얻었으며, 50만여 명이 가스 중독 증세를 보이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보팔 가스 참사 생존자들은 일반 환자들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7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피해자의 유족조차 성폭행 피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경찰에 해당 사건에 대해 누구에게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수사팀을 제외하고는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보팔참사희생자협회 측은 "피해자 유족이 지금까지 사건에 대해 몰랐던 이유는 병원 측이 이 흉악한 범죄를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코로나19 병동에 CCTV를 설치하고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성범죄 전과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