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면하기 하루 전, 회담 장소에 '가짜 푸틴'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푸틴 대통령으로 변장한 남성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여름휴가를 즐기는 푸틴 대통령의 사진 속 모습처럼 웃통을 벗고 군용 반바지를 입었다. 얼굴에 푸틴 대통령 가면까지 쓴 그는 제네바 광장 벤치에 앉아 보드카를 마시는 시늉을 했다. 옆자리에는 가짜 총과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이라고 쓰인 병이 놓였다. 미·러 정상회담 결과가 좋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지. 결과가 안 좋으면 석유랑 가스 공급을 모두 끊어버릴 테야"라고 답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구속에 항의하는 시위자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항공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받고 올해 1월 러시아로 귀국했지만 즉각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독일 전문가들은 나발니가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당국이 독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부인한다. '가짜 푸틴'이 앉아 있는 곳 근처에선 시위대 수십명이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치며 나발니 석방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6일 오후 1시 18세기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4∼5시간 정도 회담할 예정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핵과 인권 문제, 러시아의 미국 정부 기관 해킹 의혹 등을 대화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다만 나발니 사건도 논의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