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역에서 꿀이 마르고 있다. 
국내 양봉 업계는 최근 수년간 극심한 흉작을 겪었다. 국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카시아 꿀 생산량은 지난해 2322t으로 평년(2만9160t)의 7.6%를 기록했다. 최대 흉작을 기록한 2014년(2592t)보다 낮은 수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생산량도 1만3000t에 그칠 전망이다. 2010~2015년 2만5000t 안팎이던 국내 꿀 생산량은 2016년 이후 1만t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아카시아꿀뿐만 아니라 잡화꿀부터 밤꿀, 피나무꿀까지 모든 꿀이 다 줄었다”고 말했다.




꿀 생산이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히 양봉 농가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벌은 우리가 흔하게 먹는 과일부터 꽃, 나무까지 다양한 수분(受粉) 활동의 75%를 담당한다. 벌이 채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문제가 생겼다’는 건 4~5월 기후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는 개화에 영향을 미쳐 남쪽에서 북쪽으로 차례대로 꽃이 피는 ‘개화 지도’가 유명무실해졌다. 최용수 연구사는 “등고선을 따라서 개화가 된다는 개념은 2015년 이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남부지방에서 충청권까지 동시에 개화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개화됐다”며 “개화 시기가 매년 들쑥날쑥한 데 지역별 개화 상태도 다 달랐다”고 말했다. 김민우 한국양봉협회 과장은 “남부지방부터 순차적으로 꿀을 따야 하는데 꽃이 전국적으로 동시다발로 피면서 꿀을 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